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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첫인상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첫인상

SooyangLim 2021. 7. 19. 19:01

 "오랜만이외다."

 그들이 도착하니 범백이 장소에 나와있었다.

 "그분께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들었소이다."
 "돕기로 했었으니까." 

 장신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범백을 따라갔다.

 "요즘 흉흉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보낼까 하다가 그대들인지 확인해야해서 내가 직접 왔소이다. 좀 놀랐소이다."
 "응?"
 "예나 변한게 거의 없구려."
 "하하……."
 "이정도면 직접 안오고 말로만 해도 됐을 것 같구려."
 "그때 다른 이들도 있었지 않나? 그때 날 잡아갔던 이들은 어디갔죠?"
 "…그들은 죽었소."

 범백이 씁쓸하게 말했다.

 그들은 자금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걸려서 그들의 본거지로 갔다.

 옥실은 그곳에서 방 하나를 빌려 잠시 혼자 쉬기로 했다.
 그동안 그들은 그 건물의 복도를 따라 걸으며 대화를 했다.
 
 "자금은 걱정 마시죠. 기술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일부분이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테니까."
 "믿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그때 복도 저편에서 위장크림 같은 것으로 얼굴 전체를 칠한 군복 차림을 한 인물과, 낯이 익은 한 여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장신의 남자가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가 장신의 남자에게 말했다.

 "오랜만이십니다."
 "뭐야, 이쪽 소속이었어? 난 네가 저쪽 첩자인줄 알았는데."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녀는 홍화였다.
 그녀의 말에 군복을 입은 이가 그녀를 한 번 봤다가 장신의 남자를 올려다봤다.

 "이중첩자였나. 어쩐지."
 "그 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어쨌든 살아 탈출하셨잖습니까. " 
 "뭐? 설마 그 날 우펜자를 납치시킨게 너야?"
 "제가 시킨 건 아니고 그냥 정보를 넘겼었습니다. 어지간히 수상했어야죠."
 "허!"

 장신의 남자는 홍화의 말에 기가 차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제 말을 빌려갔으니 그 정도면 제 은혜를 입은 셈 아닙니까? 도망칠 수 있게 도와드렸으니 용서해 주시지요."
 "그거 네꺼였어?"

 장신의 남자가 경악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군복을 입은 이가 계속 두리번거리며 둘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말 이야기에 누구인지 감을 잡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나저나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이제야 은혜를 갚으로 오셨습니까?" 
 "참 나. 은혜는 무슨. 곤경에 빠뜨려놓고는 은혜?"
 "말 빌려드린 것만 은혜는 아니지 않습니까? 차에서 제 치맛폭에 숨겨도 드렸지 않습니까?"
 
 그 말에 옆에 있던 군복을 입은 이의 눈이 확 커지더니 장신의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남자가 이 남자야?"
 "네. 그 남자입니다. 한 눈에 알아보시겠지요?"

 홍화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군복을 입은 이가 짜증나는 표정으로 면전에서 말했다.

 "여기는 왜 온 거야?"

 

 그 말에 장신의 남자는 그 군복 입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요즘에는 이런 애도 받나?"

 그 말을 듣자마자 군인은 장신의 남자의 정강이를 바로 발로 까버렸다.

 "으악!"

 장신의 남자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고꾸라졌다.
 군인은 아파서 낑낑거리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딴 쓰레기도 요즘에는 받습니까?"
 "아,아니 잠깐……. 진정하게, 진정."

 범백이 당황해서 군인을 말렸다. 
 하지만 군인은 대답도 없이 그냥 씩씩 거리며 가버렸다.

 범백이 난처해서 괜히 뒷목을 긁적였다.

 "이런."
 "호호호. 속 긁는 재주는 여전하네요."

 홍화가 말했다.

 "뭐야? 그렇게 화낼 일이야?"

 장신의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저런 애는 대체 왜 받은 거야?"
 "왜 애라고 생각 하셨는지요?"

 홍화가 웃으며 물었다.
 
 "애 아냐? 어려 보이는데. 시비 거는 것도, 발끈해서 저러는 것도 애나 다름 없고."

 장신의 남자가 단순하게 말했다. 

 "얼굴을 다 가려서 착각하셨나봅니다?"
 "아, 아니었어?"
 "뭐, 됐습니다. 계집이라는 소리 안 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후후후. 저는 달래주러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홍화는 우아하지만 가볍게 목례를 남기고 군인이 간 곳으로 가버렸다.

 장신의 남자가 그들이 가버리고 나자 범백에게 말했다. 

 "어쨌든 걱정마쇼.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을테니까. 돈도 있으니까."
 "감사하외다."
 "일단 옥실이가 좀 괜찮아져야겠지만."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온 군인이 모자를 벗었다. 모자 안에는 군인치고는 상당히 긴 머리가 눈 앞을 가렸다. 걸리적거리는지 앞머리를 한쪽으로 넘겼지만 금방 다시 내려와서 한쪽 눈을 가렸다. 하지만 더이상 머리는 신경쓰지 않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웃통 안에는 상체를 칭칭 감은 붕대가 드러났다. 어깨에 감은 붕대에는 아직 핏자국이 선명하게 스며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간 건지 그 피는 말라붙어 있었다. 

 예전에 활을 쏘았던 흔적이 남아있는 굳은 살, 칼로 수행할 때 생겼던 굳은 살, 악기를 다뤄서 생긴 굳은 살, 총기를 자주 만져서 생긴 굳은 살, 그리고 갖은 흉터들이 가득한 손으로 피가 베인 붕대를 거칠게 뜯어냈다. 그리고 그 손으로 씻기 위해서 수건을 집어드는 찰나 문이 열렸다.

 "괜찮습니… 아니!"

 홍화가 어깨의 상처를 보고 놀라 달려왔다.
 군인은 하지만 괜찮다는 듯 손길을 마다하며 말했다.

 "일 없다."
 "이러다 덧나겠습니다! 팔을 못쓰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홍화가 화를 냈다.

 "앉아보십시오. 제가 상처를 봐드리겠습니다."
 "됐어. 씻고 의원한테 갈거야."

 그러고는 외투를 입고는 방 밖으로 나와 씻는 곳으로 갔다. 홍화가 군인 곁은 떠나지 않으며 잔소리 했다.

 "자세히 보니 몸에 상처가 한두개가 아니잖습니까? 약은 제대로 바른 겁니까? 흉이 질지도 모릅니다! 자기 몸을 돌봐야죠!"
 "일 없다."
 "자꾸 그러실겁니까? 몸을 챙기셔야죠! 그러다 몸져 눕기라도 하면……."
 "일 없다."
 
 군인은 목에 수건을 걸고 어푸어푸 위장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홍화의 잔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이러다 몸에 흉터라도 지면 어찌합니까? 아니, 얼굴에라도 생기면요? 그러면 정말 큰일입니다!"
 "일 없다."
 "아니, 자꾸 그럴겁니까? 제 눈에는 하나도 아닙니다! 그 고운 얼굴이랑 몸이 상하는 거, 전 못봅니다!"

 위장을 벗겨내니 얼음처럼 희고 말간 얼굴이 드러났다. 날카로운 눈매에 균형이 잘 잡힌,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군인이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고운 얼굴, 고운 몸을 둬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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