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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9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9

SooyangLim 2021. 5. 31. 19:02

 의사의 말에 미경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미경은 검진 결과를 듣고 나와 집에 가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계속 멍한 얼굴이었다.
 
 미경은 경황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뭘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반장님한테 알리고 그냥 은퇴한다고 얘기해야 되나 하는 생각 등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걷다 보니 미경은 갑자기 공원을 들러서 걷고 싶어졌다. 평소라면 생각만 하고 지나쳤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다음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경은 공원 산책로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당신이 맞았네."

 미경은 죽은 백진회에게 말했다.
 미경은 큰 병원에 가보라며 의사가 준 소견서를 펼쳤다. 하마터면 백일 그룹 재단이 세운 병원을 추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젠장. 그 소견서 버린 것 같은데."  

 미경이 예전에 백진회가 준 소견서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미경은 다시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냥 죽을까? 이젠 가족도 없는데."

 하지만 이내 미소가 사라졌다. 막상 죽는다고 생각하니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억울해졌다.
 일이 위험한 건 언제나 알고 있었다. 죽을 수도 있다고도 늘 생각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다. 또 백진회의 말 이후로 이 찝찝한 기분 때문에라도 계속 마음 속 어딘가가 걸리긴 했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었다. 

 근데, 그래도,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야속하게도, 미경은 자신의 끝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도 억울해했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모르겠는데, 억울했다. 그리고 자꾸만 아쉬웠다.

 '…내가 그리 하고 싶은 게 많았나?'

 그렇게 생각을 해봤지만, 또 돌이켜 보면 나름 후회 없이 살았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죽음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만큼이나 빠르게 욕망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연락 끊긴 지 오래. 이제 죽는다 생각하니 그냥 다 내려놓게 됐다. 그렇게 하나둘씩 내려놓으니 약간은 후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다. 뭐가 억울 한 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억울했다. 이렇게 산 자신이 억울한 걸까?

 미경은 가만히 찬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다가 갑자기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아냐."

 미경은 다시 화면을 껐다.

 "어차피 죽는 데 뭐하러."

 그 말을 하자마자 미경은 갑자기 백진회의 말이 떠올랐다.

 "…망할 늙은이. 그건 똑바로 말하고 갔네. 남겨질 사람 걱정한다더니."

 미경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시 휴대폰을 켰다. 미경은 백진회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 동안 괜히 긴장돼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경은 어쩌면 전화를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보세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 잘 지냈어?"

 미경은 떨리는 소리로 입을 뗐다.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연락을 안 했었다.

 "어. 난 잘 지냈어. 누나는 잘 지내고 있어?"

 성준이었다.
 
 "……."

 미경은 그냥 으레 말하는 어쩐지 잘 지낸다는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다.

 "…누나? 무슨 일 있어?"

 성준이 바로 눈치채고 물었다.
 미경은 어쩐지 그 말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누나?"
 "…성준아."
 "응."
 "……."

 미경은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젠 훌쩍이기 시작했다.

 "…누나, 무슨 일이야?"
 "나… 암이래."
 "……."
 "전이됐어."
 "……."

 수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경은 그저 훌쩍이고 있었다.
 한참만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야?"
 "…아니, 아니야."
 "어디냐니까."
 "아니야. 그냥… 지금은… 혼자 있을래."

 미경은 훌쩍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그냥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자 갑자기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밖에서 이러면 쪽팔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그게 뭐가 대수냐 싶었다. 미경은 벤치에 앉아 흐느끼며 울었다. 

 그 때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성준이었다. 미경은 수신 거절을 눌렀다. 

 다시 또 울렸다. 
 이번에도 성준이었다. 미경은 또 수신거절을 눌렀다.

 휴대폰이 잠시 잠잠했다.
 하지만 다시 또 울렸다.
 
 이번에는 지훈이었다.
 미경은 업무 전화인가 싶어서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지만 노력한 것 치고는 목소리는 울고 있던 티가 심하게 났다.

 "선배님, 어디세요?"
 "왜?" 
 "자료 드릴 게 있어서요."
 "…내일 보자."
 "지금 드려야 되는데요. 가도 돼요?"
 "…알았어 잠깐만. 조금만 있다가 내가 위치 보낼게."
 
 미경은 더 전화를 못 할 것 같아서 일단 전화를 끊었다. 

 "…하아……."

 미경은 좀 있다가 진정되고 나면 자료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위치를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애써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선배님!"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어느새 지훈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너 뭐야?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예전에 선배님 폰 위치 등록해놓은 거 까먹고 해제 안 시켜놨거든요."
 "아……. 지워."
 "네, 이제 지울게요."
 
 지훈은 벤치 옆자리에 앉으며 전혀 안 지울 것 같은 느낌으로 능글능글 웃으며 말했다.
 미경은 이미 숨기기에는 늦었지만 그래도 운 티를 최대한 적게 내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자료 뭔데?"
 "없어요."
 "뭐?"
 "법의관님이 전화 왔었어요. 찾아가보라고요."

 지훈의 말에 미경이 중얼거렸다.

 "…그 자식 죽을 뻔 하더니……."

 지훈은 미경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미경은 가만히 지훈을 바라보면서 말을 할지 말지 고민했다. 지훈은 미경이 말을 꺼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지훈아."
 "네."
 "나 곧 죽을지 몰라." 
 "네?"
 "백진회 말이 맞았어."

 백진회의 이름을 듣자 지훈은 갑자기 멈춘 듯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암이에요?"
 "응."
 "…몇 기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광범위하게 전이됐데."
 
 미경이 병원에서 받아온 서류를 내밀었다.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그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들어있는 검사 결과서와 소견서와 사진 등등을 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좋지 않았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치료받으실 거죠?"
 "글쎄. 어떡할까 싶어. 이대로 편하게 지내다 갈까 싶기도 하고."

 미경의 말에 지훈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요즘은 치료 예후도 좋데요. 방사능 치료 그런 것도 있고, 그 백일제약에서 개발 중인 항암 치료제도 엄청나게 효과 좋다고 하잖아요?"
 "항암치료 힘들잖아. 편하게 가고 싶어." 
 "……."
 "…아니, 그게 아니고……. 미안해."

 미경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지훈에게 사과했다.
 
 "아니에요. 저한테 왜 사과하세요. 전 괜찮아요."
 "아니, 그…"
 "그럼 뭐 하고 싶으신 건 없으세요?"

 계속 밝은 모습 보이려 하는 지훈이 미경은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난 괜찮아. 너나 걱정해."
 "제가, 아니, 저를 왜……."
 "갑자기 백진회가 했던 말이 기억나네."
 "네?"
 "나는 가고 나고 나면 끝이라는 거. 남아 있을 사람이 걱정된다고 했어."

 그 말을 들은 지훈은 참지 못하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세요……. 그러지 마요, 제발……."

 미경은 자신이 지훈에게 은인임을 알고 있기에 더욱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미경은 지훈의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

 "아이고, 어쩌냐. 그래도 한 번은 너 살려주고 가니까 다행이네."
 "흐윽……."

 그 말에 지훈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경은 괜히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 그러고 보니 정말 여자 복 지지리도 없다. 너 남중, 남고, 경찰대라며? 네 은인도 일찍 가게 생겼다, 야."
 "……."
 "빨리 애인 만나서 그동안 없던 여자복 다 채워."

 그 말에 지훈이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요. 엄마도 없고, 살면서 여자도 거의 못 봤고, 은인도 잃고, 선배님도 이제 가시네요. 전 진짜 여자 복이 없어 보일 것 같아요."
 
 지훈의 갑작스러운 말에 미경은 당황했다. 그냥 우스개 소리였는데 너무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하니 괜히 미안해졌다.
 지훈은 당황해하고 미안해하는 미경에게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근데 전 아닌 것 같아요."
 "어?"
 "맞아요. 엄마는 절 버렸었죠."
 "……."
 "그래서 혼자 자주 있다 보니 납치범 타겟이 돼서 유괴돼서 죽을 뻔 했었고요."

 미경은 지훈이 유괴 당했던 ㅇㅇ리 사건을 떠올렸다. 
 지훈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선배님은 절 살려주셨잖아요? 그날 이후로 전 선배님처럼 살겠다고 결심해서 나쁜 짓 안 하고 열심히 살아서 지금 경찰이 됐어요. 경찰이 돼서 선배님하고 일 할 수 있는 것도 영광인데, 갑자기 큰 일을 겪고 젊어지셔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제가 잘 지낼 수 있도록 계속 봐주셨죠. 그래서 전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지훈의 말에 미경은 그저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평소 이런 식으로 감정이나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 지훈이었기에 미경은 적잖이 놀랐다.
 지훈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가 여자복이 없어 보일 수 있어도, 전 아닌 것 같아요. 전 제가 받을 수 있는 여자복을 여러 사람한테 받은 게 아니라 선배님 한 분 한테 다 받은 것 같아요."

 말을 마친 지훈은 미경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미경은 심장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경은 석양이 지는 노을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복도식 임대 아파트의 복도로 들어서는데, 누군가가 집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경이 멈칫하는데 고개를 돌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성준이었다.

 "……."
 "……."

 두 사람은 말 없이 먼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미경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로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 만에야 천천히 걸어갔다.

 집 앞에서 가까이서 서로를 마주하고도 잠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경의 눈가도 부어 있었지만, 성준도 만만찮게 부어있었다.
 미경은 드디어 입을 뗐다.
 
 "…미안해."

 미경은 이번에도 많은 의미가 담긴 사과를 했다.
 성준은 대답 없이 미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여기 오기 전까지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생각했어."
 "……."
 "근데 여전히 무슨 말 해야 될지 모르겠어."

 미경은 고개를 떨궜다.
 성준이 그런 미경을 보고 말했다.

 "난 괜찮아. 그리고, 나도 미안해."

 미경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성준에게 물었다.

 "…한 잔 할래?"



 "미경아! 언제까지 잘 거야?!!"

 미경은 부스스 눈을 떴다.

 여긴 어디일까?
 작은 방. 낯설지만 익숙한 가구와 식기들. 
 한동안 비워뒀던 임시거처였다.

 "밥 차려놨다."

 미경의 어머니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아닌, 미경이 어릴 때 보던 어머니였다.

 왜 여기 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따스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부모님 밥그릇에는 예전에 자주 먹던 쌀이 귀해서 잡곡을 잔뜩 섞은 밥이 있고, 미경의 밥그릇에는 하얀 쌀밥이 가득 담겨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반찬은 만드는 법도 몰라서 이젠 먹어 보지도 못하는, 엄마만의 비법으로 만든 늘 해주던 짜디 짠 고추 장아찌와 깻잎 장아찌. 엄마가 만든 장으로 만든 냄새가 나는 된장찌개가 뚝배기에 끓고 있고, 명절에나 한 번씩 주던 곶감도 보시기에 담겨 있었다. 게다가 어릴 때 엄마는 먹지 않고 미경에게만 주던 귀했던 계란말이까지. 어쩌다 미경이 아프면 엄마가 해줬던 백숙도 국그릇에 담겨 밥상에 올라와 있었다. 

 미경은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괜히 쓸데없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요?"

 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렸다. 

 "너 좀 잘 먹어야겠더라."

 수건을 목에 걸친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그 얼굴이 보이고, 그 목소리가 들렸다.
 
 "…아부지."

 눈 앞에 부모님이 밥을 잡숫고 계셨다. 부모님은 식사를 하시며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장독대 항아리에 받아 놓은 물이 꽉 차다 못해 넘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계셨다. 물 위에 올려놓은 바가지가 혹시 새는 것은 아닌지, 들고 나가도 되는 건지 걱정을 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장독의 물이 넘치는 게 아니라 마르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오래되어서 그런 거라며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너무 오래돼서 못 쓰는 것 보단 낫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올려놓은 바가지는 아주 오래됐으니 이젠 새도 별 일 아니라는, 그런 시답잖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미경은 눈 앞에 부모님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시답잖은 대화마저 너무 가슴이 아려왔다.

 "뭐해? 어서 먹어."

 부모님의 재촉에 미경은 밥숟갈을 들었다.

 "아참, 너 읍내에 병원 갔다 와라."
 "네?"

 갑작스러운 말에 미경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얘가 잘 해."

 부모님이 그 말을 하는데 밥상에 수저가 하나 더 놓여 있었다. 
 미경이 돌아보자 웬 놈이 옆에 앉아 있었다.

 "아들놈이 잘 해."

 어쩐지 젊어진 백진회가 옆에서 세련된 머리와 안경을 끼고는 속옷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미경의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같이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응?"

 미경이 이게 뭔가 싶어서 부모님을 바라봤다.

깜빡

 천장이 어두컴컴했다.
 미경의 집 천장이었다.

깜빡

깜빡

 미경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옆에는 같이 술 먹다 너무 취해서 뻗어서 자고 있는 성준의 숨소리가 들렸다.
 미경은 어두운 천장과 지독한 술 냄새가 현실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미경이 중얼거렸다.
 
 "…꿈에서라도 나와줘서 고마워요."
 
 미경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나도 곧 갈게."

 그러다 미경은 갑자기 꿈속에서 마지막에 백진회가 나온 것이 생각났다.

 "…뭐지?"

 미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백진회가 꿈에 나온 것이 괜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동시에 미경은 그 병원에 가봐야 되나 하고 생각했다.

 '아들놈이라고? 백진회 아들 중에 의사인 놈은 없는데?'

 미경은 백진회와 전 부인은 의사라도 백진회의 아들 중에서는 의사가 없었다. 죽은 딸이나 이연자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백도경, 백도현, 백도진 모두 의사가 아니었다.
 미경은 개꿈이겠거니 생각하며 이불을 턱 끝까지 당겨 덮었다. 

 '…개꿈이라도… 부모님 봐서 행복하네.'

 미경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며칠 뒤, 미경은 지훈이 찾아 들고 온 소견서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필요한 검사들을 새로 받았다.

 "김미경 환자분~ 들어오세요."

 미경은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진료실에는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미경 형사님."

 신현석이 미경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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