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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6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6

SooyangLim 2021. 5. 26. 19:02

 "…조작됐네요. 확실히."

 미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끄덕이더니 팔짱을 끼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백진회 말고 다른 쪽이 있을 수도 있겠어."
 "누구일까요?"
 "글쎄. 증거들을 숨겼을 때 가장 이들을 보는 쪽이 범인이겠지."
 "…그게 누굴까요?"

 미경이 중얼거리듯 물었다.
 반장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민을 했지만 영 짐작이 가지 않는 눈치였다.

 "…일단 저도 분석 한 걸 봐야겠어요."

 미경이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지훈이가 분석한 거 너네 집으로 들고 갔으니까 같이 좀 살펴보면서 생각 좀 해봐."

 반장이 그리 말하고는 미경을 보냈다.



 미경이 계단을 올라오는데, 임시거처 앞에 서 있던 지훈이 발걸음 소리를 듣고 후다닥 달려왔다.

 "선배님!"
 "어어. 늦었지. 반장님 집에 갔다왔어."
 "네네. 알고 있어요. 문자로 말씀해 주셨어요."
 "자료는?"

 미경이 문을 열면서 물었다. 

 "여기 있습니다!"
 "좀 봤어?"
 "분석 할 때는 정신 없어서 제대로 못봤고요. 좀 전에 기다리면서 살펴 보고 있었어요."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미경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지훈에게 물었다.

 "근데 너 뭐 좀 먹었어? 아까 조사 끝나고 먹는다고 하더니."
 "아, 전 괜찮아요."
 "나 배고파서 뭐 좀 먹으면서 얘기 할까 했는데."
 "아? 그럼 저도 먹을래요. 먹으면서 자료 볼까요?"
 "그러자."

 미경은 냉장고를 열었다. 
 미경은 냉장고와 냉동실 속 음식들을 보니 성준이 생각났다. 미경은 밀고 들어오는 상념을 묻어두려는 듯 냉장고 문을 거칠게 닫았다.

 지훈이 자료를 다시 한 번 살펴보는 동안 미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요리를 했다. 요리를 하는 동안 미경은 자꾸만 현숙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이 지금 왜 생각 나.'

 미경은 그 생각을 떨쳐내려고 요리에 집중하려 했지만 딱히 효과가 있진 않았다. 

 "와, 맛있겠다."

 그 때 지훈이 밥상을 차리기 위해 행주를 가지러 오면서 말했다.

 "요즘 종종 생각 하는 건데, 선배님이 정말 부러울 때가 있어요."
 "뭐가?" 
 "경력도 연륜도 있는데 젊어지신거잖아요.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실 것 같아서요."
 "그래봤자 속은 내일 모레 50인 아줌마인데 뭘."
 
 미경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지훈은 밥상을 차리며 말했다.

 "아, 선배님은 그런 느낌이신가요? 몰랐네요."
 "뭐, 그렇지."
 "보는 입장에서는 안 그렇거든요."
 "보는 입장? 왜? 너는 어떤데?"

 지훈이 이번에는 수저를 가지러 오며 말했다.

 "처음에는 너무 말도 안되는 일이라서 선배님이라고 납득 자체를 못했었죠."
 "그럴만 하지."
 "지금은 좀 낫긴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긴 해요. 선배님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여전히 얼떨떨 하죠."
 "그래? 지금도?"
 "외모만 보면 그렇죠. 지금은 저보다도 훨씬 어려보이시잖아요. 10대 후반이라고 하셔도 사람들은 그렇게 믿을걸요?"

 지훈은 미경의 옆으로 와서 그릇을 준비하며 말했다.

 "제 입장에서는, 나보다도 동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까마득한 선배라니!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거죠."
 "어째 선배라고 부르기 싫다는 말 같다?"

 미경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지훈이 미경의 장난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설마요. 저한테는 지금 선배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게 영광이죠."
 "영광 같은 소리 하네. 밖에서 봤으면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 중에 하나였을텐데."
 "에이~ 지금은 아니죠. 그냥 지나가는 여자 중에 하나로 봤겠죠? 지나가는 누나… 아, 저보다 어려보이시니 누나는 아니고, 지나가는 여고생이나 여대생?"

 지훈의 말에 미경이 접시에 음식을 담으려다가 멈칫했다.
 지훈은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선배님은 되게 좋은 점이 많으시네요? 연하 만나시면 엄마 같은 동생인 누나 포지션을 가질 수 있겠는데요?"
 "…헛소리 한다." 

 지훈이 그릇을 가져가는 것을 보며 미경이 말했다. 미경은 말은 그렇게 말했지만 심장 박동은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젊어지니까 몸이 제멋대로네.'

 미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태연한 척 밥상 앞에 가서 앉으려는데, 
 
 "헛소리라뇨! 제가 법의관님이라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어?"
 "배성준 법의관님요."
 "성준이? 성준이가 왜?"
 "아, 아니에요? 사귀는 거?"

 미경의 놀란 표정을 본 지훈이 당황하며 사과했다.

 "아, 아? 죄, 죄송해요. 제가 착,착각 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아냐. 괜찮아."

 미경은 안그래도 된다고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경은 순간 뭐라 말해야될지 혼란스러워졌다.

 '뭐, 뭐라고 해야되지? 사귀는 거 아니라고? 아니, 내가 얘한테 왜 해명 해야 돼? 아니, 해명…해도 되기는 한 건가? 몇 시간 전까지 그랬는데…….'
 
 하지만 미경은 자신도 모르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었다.

 "성준이랑 사귀는 사이 아냐. 그냥……." 
 
 미경은 말이 막혔다. 딱 잘라서 어떤 사이 라고 말하기가 곤란 했다.
 
 "썸이에요?"
 "뭐?"

 지훈이 갑자기 던진 말에 미경이 반문했다.

 "그 왜 썸 탄다고 하잖아요."
 "썸이 뭔데?"
 "사귀는 건 아닌데 이성적 호감이 있는…? 막 스킨십이나 그런 건 없는데 그런 묘한 기류 있잖아요?"
 "아니, 그건……."

 미경은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성준과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미경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
 지훈이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썸이라는 말 모르셨구나."
 "…별 용어가 다 있네."
 "지금은 이런 용어 알아두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일단 백진회한테 증거를 넘겨 받긴했지만, 혹시나 백제인한테 좀 더 정보 캐야 될 게 있으면 신세대 용어 알아두시는 게 좋잖아요."
 "그렇지. 썸이라……. 그런 걸 썸이라고 하는구나. 하나 배웠네. …넌 뭐 그런 거 없어?"
 "네? 저요?"

 지훈은 당황했다.
 미경은 괜히 장난스럽게 말했다.

 "멋대로 선배 남자 얘기 꺼내놓고는 그냥 넘어갈거라 생각 한 건 아니겠지?"
 "하하……. 전 여자라고는 주변에 선배님 빼고는 하나도 없네요."
 "뭐야, 난 왜 카운트야?"
 "남자는 아니시잖아요? 전 어머니도 안 계셔서 진짜 주변에 여자 없거든요. 남중, 남고, 경찰대, 그리고 바로 여기로 왔고요."
 "아……."

 절망적인 루트에 미경은 절로 탄식이 나왔다. 
 미경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누구 좀 만나 봐. 좋을 때잖아."
 "어휴, 이렇게 바쁜데 어떻게 만나요?"
 "하긴, 그래. 바쁘긴 하지. 바쁘면 못 만나. 바쁘니까 만날 틈이 없더라고."
 "…그래서 아직…?"
 "그렇지 뭐. 일과 결혼 한거지."
 "멋진 것 같아요. 일에 열정적인 거잖아요."

 지훈의 말이 미경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멋있긴 개뿔이. 독거노인 다됐다, 야."
 "에이. 지금 걱정하실게 있나요? 젊어지셨는데."
 "야, 그래봤자 내일 모레 50이야."
 "그럼 주변에서 찾아보셔도 되지 않나요?"
 "주변?"
 "사귀시는 사이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법의관님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괜찮으신 분 같던데 어때요?"
 "어……."

 미경은 괜히 당황해서 말 끝을 흐렸다.
 지훈은 눈치 못채고 계속 말을 했다.

 "아니면 경찰들 중에서 찾아도 되지 않나요? 주변에 전부 남자잖아요."
 "야, 일터에서 무슨 연애질이야."

 미경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왜요? 괜찮으면 만날 수도 있죠."
 "…하기야. 반장님도……."

 미경이 현숙의 경우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의 이야기가 나오자 지훈이 몰랐다는 듯 물었다.

 "어? 다른 경찰분이랑 결혼 하신 거였어요?"
 "응. 원래 나랑 친한 선배였어. 결혼 하고 나서 얼마 뒤에 그만뒀지만."
 "그렇구나……. 그럼 선배님도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닌가요? "
 "가능성은 무슨, 개뿔이……. 괜찮았으면 진작에 누구 만났겠다, 인마."
 "에이. 선배님, 제가 봤을 땐 충분히 괜찮아요."

 미경은 순간 젓가락질을 멈췄다.

 "…괜찮긴, 무슨……."
 "아이, 자신감을 좀 가져봐요!"
 "됐고, 백진회가 준 거 분석한 자료나 줘 봐. 딴 얘기 하다가 날 새겠다."

 미경은 괜히 대화 주제를 돌렸다. 
 지훈은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아 네네. 여기 있습니다. 근데 반장님이 이거 보시더니 조작된 것 같다고 하시던데요?"
 "안 그래도 반장님 하고 얘기 해봤는데, 그럴 것 같더라고. 나도 봐야되겠지만……."
 "조작해서 바꾼 거라는 뜻인가요?"
 "지웠다…라고 보는 게 맞겠지."
 
 미경의 말에 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백진회 자신이 스스로 잡혀가려고요?"
 "스스로 잡혀간다…? 글쎄. 덮어쓰겠다 라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미경은 자신이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이 일부 잘려나간 것을 확인했다. 음성들 또한 잘려나가 있었다. 교묘하게 백진회 자신의 모습이 나왔거나 목소리가 나온 부분만 잘려져 있었다. 

 "…지워진 건 복구 안 되는 거지?"
 "몇 곳에 문의해 봤는데 복구를 불가능하게 해놨더라고요."
 "젠장."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지훈이 백진회가 넘긴 자료를 보며 말했다.

 "백진회가 넘긴 자료들은 전부 백진회 자신을 지목 하고 있잖아요. 왜 자기가 덮어쓰려는 걸까요?"
 "…난 알 것 같아."
 "네?"

 미경은 백진회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지금 백진회는 아들 백도경으로 살고 있잖아."
 "그렇…죠?"
 "아들이랑 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다 뒤집어 쓰려는 거지."
 "…그런 사람이 노숙자들을 그렇게 쓰고, 공장을 그렇게 증거인멸을 시키고, 배성준 법의관님을 찌르게 하고, 선배님을 죽이려 한 거라고요? 근데 또 자수를 해요?"

 지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미경이 반장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반장님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 성준이를 찌른 놈은 성준이를 확실하게 제거해서 증거를 없애려 하는 놈이고, 성준이를 살린 놈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근데, 백진회는 나에게 휴대폰을 넘겼어. 그것도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증거를. 이상하지 않아?"
 "하아……. 이상하네요."
 
 미경의 말에 지훈은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하려는 듯 잠시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머리를 벅벅 쓸어 넘기며 말했다.

 "…백도경만 보호 하려는 걸까요?"
 "무슨 뜻이야?"
 "뭔가 숨기는 것 같지 않아요?"

 미경은 백진회가 넘긴 자료들을 꼼꼼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자기가 벌인 일 치고는 백진회도 잘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심지어 날 만나러 온 그 자리에서도 그 인간은 날 걱정했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백진회가 그 약에 대해서 두루뭉술 하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 이 넘긴 자료도 그렇잖아. 이거 봐!  뭐가 없어. 그 약이나 공장에 대한 정보는 거의 다 빠져 있잖아? 안 넘긴건지, 아니면 본인도 모르는 건지 모르겠어."

 미경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아니, 그… 백진회가 선배님을 걱정 했다는 말은 무슨 말이에요?"
 "어? 아 그거……"
 
 미경은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생각에 멈칫했다가 말을 돌려버렸다.

 "그냥… 건강 조심하라고……."
 "허? 선배님한테 그런 짓을 하고는 그런 말을 해요?"
 "그,그러니까! 이상하잖아?"

 미경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지훈은 미경이 당황 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누군가 더 연루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흐음……."
 "…백진회가 이 일을 다 뒤집어 썼을 때 가장 이득을 볼 놈이 누구 일까요?"

 지훈의 질문에 미경의 표정이 환해졌다. 미경은 지훈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너 그런 식의 접근 좋다?"
 "하하, 감사합니다."
 "진짜 좋은데? 그 생각? 역으로 추정 해볼 수 있잖아!"
 "하하."
 
 지훈은 쑥쓰러워 하며 마지막 남은 음식을 입에 집어 넣었다.
 미경은 다시 자료를 넘겨보며 말했다.

 "누구일까? 가장 이득 볼 사람?"
 "흐음… 글쎄요. 주변인들이나 관련될만한 인물들 자료를 좀 더 모아올까요?"
 "그래 부탁해. 아직까진 백진회 잡아넣지 말자고. 좀 더 주변을 조사해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띠리리링

 그 시각, 신현석은 밤 늦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뭡니까?"



띠리릭

 같은 시각, 전화를 받은 백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끊었다.
 옆에 있던 이연자가 물었다.

 "찾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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