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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8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8

SooyangLim 2021. 5. 28. 19:01

 경찰 사이렌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시끄럽게 울렸다.

타닥타닥

 하지만 미경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눈 앞의 불길에 휩싸인 덩어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김미경 형사님?"

 경찰들이 이제는 그녀의 존재를 알고 다가왔다.

 "역시 먼저 알고 와계셨군요, 선배님!"

 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미경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분신 자살했나."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장은 미경의 손에 들린 증거 자료를 잡아당겼다. 미경은 힘없이 그 자료를 넘겨줬다.
 미경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끝이라고?"



 그 때, 미경이 미처 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하얀 옷을 입은 국과수 수사관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왔다. 

 '…뭐야? 국과수에서 벌써 왔다고?'

 미경이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미경의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미경 옆에서 말을 건넸다.

 "죽어버렸군. 이걸로 사건은 종결인가. 그동안 수고 많았네, 김미경 형사."
 
 미경은 그 말에 그제서야 돌아봤다. 

 "앗!"

 미경은 옆에 서 있는 고위 간부를 보자 깜짝 놀라 경례를 했다. 
 간부는 미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생 많았겠어. 앞으로 남은 일은 맡겨두고 건강 관리하게."
 "…네?"

 미경의 동공이 흔들리는 동안 간부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때 반장과 지훈이 곁으로 다가왔다. 
 미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님…? 이게 무슨…?"
 "조용해."

 반장이 슬쩍 지나가는 척 다른 이들은 못 듣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일단 서로 가서 얘기 하자고."
 
 반장은 그렇게 목소리를 낮춰 말하고는,

 "고생 많았네, 김 형사."

 라고 주변인들이 들으란 듯 얘기하고는 자료를 들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미경에게 말했다.

 "뭐해? 안 타?"

 미경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차에 탔다.

 "…뭐에요?"

 미경의 말에 지훈이 답했다.

 "가서 얘기하시죠." 

 미경은 뭔가 있음을 느꼈다.
 
 '뭐지?'

 미경은 일단 잠자코 있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이거 들어."

 반장은 다른 서류 뭉치를 미경에게 줬다.

 "이게 뭐에요?"
 "갖고 있다가 줘."

 미경은 받은 자료를 봤다. 어제 백진회에게서 받은 자료였다.

 "이걸… 왜…?"

 반장은 말 없이 조용하라는 뒷자리에 앉은 미경을 바라봤다. 그는 블랙박스가 있는 위치를 힐끗 바라봤다가 다시 미경을 바라봤다. 미경은 그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도착 할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관할 경찰서가 아닌 이들이 미경에게 우르르 몰려왔다. 

 "김미경 형사님이십니까?"
 "세상에. 진짜 젊어지셨네요!"

 미경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아, 못 들으셨습니까? 백일그룹이 저희 관할 구역에 있어서 백일 그룹 관련 건은 저희 쪽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자료는 어딨습니까?"

 미경은 그제서야 반장이 전해준 자료의 정체를 눈치챘다. 미경은 일부러 주기 싫은 것처럼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료요? 음… 드려야되나요?"
 "하하. 주셔야 수사를 하죠."
 "아… 네……."

 그들은 미경의 손에 들린 자료를 뺏듯이 넘겨받았다.

 "아유, 감사합니다. 아, 그건 뭡니까?"

 그들 중 한 사람이 반장의 손에 들린 자료를 보고 물었다.

 "교통과에 전해줄 겁니다. 음주 단속 한 거 자료 받아갔었거든."
  
 반장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들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경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그럼 좀 있다 다시 얘기 나누러 오겠습니다."

 미경은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다.
 반장이 이번에도 주변에 들으라는 듯 말했다.

 "고생 많았어~ 이제 다 끝났으니 커피나 한 잔 할까?"
 "그럴까요?"
 
 미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지훈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저도 한 잔 사주시죠."
 "좋지~ 부탁해도 될까, 이 형사? 여기 돈. 요 앞에 자판기에서 한 잔씩 뽑아와 줘. 우린 저기 안에 들어가 있을게."
 "네!"

 지훈이 씩씩하게 말하고는 커피 자판기로 갔다.
 미경과 반장은 조심스럽게 경찰서 안쪽에 있는 조용한 방 하나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반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어떻게 된 거예요?"
 "말도 마. 지훈이랑 나랑 취조 당할 뻔 했으니까."  
 "네에!?"

 미경은 경악을 했다.
 반장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자료 넘기라고, 어딨냐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내가 너한테 있다고 하고 딱 잡아뗐지."
 "세상에."

 미경은 놀란 얼굴로 입을 딱 벌리고 있다가 문득, 지훈은 어떻게 넘어갔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훈이한테도 심문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넘어갔어요?"
 "이런 일 있을까봐 미리 얘기해놨지."
 "어떻게요?"
 "전부 다 모르는 척 하라고 했지. 혹시나 조금이라도 파고들면 전부 나한테 미루라고 했어. '나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고, 잘은 모르지만 반장님이라면 알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말하라고 했어."

 미경이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믿어요?"
 "믿게 해야지. 그래서 내가 지훈이 일을 너가 알음알음 다 봐주게 했잖아. 빡빡해 보이게 말이야. 근무 기록으로 보면 바쁘기도 바쁘고, 빵구 난 것도 없게 만들어놨잖아."
 "…알리바이가 확실했네요."
 
 미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장이 흰머리 가득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이거야, 원. 그리 떠들썩하게 난리 피우더니……. 백진회가 한방에 덮어버렸어."
 "어떻게 된 거에요? 전 오늘 늦게 일어난 데다 소식을 늦게 접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 때 지훈이 커피잔을 들고 들어왔다.

 "커피 왔습니다~"
 "어어, 고마워. 오늘 고생 많았다."
 "전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다른 분이……."
 "다른 분?"
 "아, 배성준 법의관님이요."
 "어?"
 
 그 말에 반장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래. 까먹고 있었네. 성준이가 고생 많았을 텐데 말이야. 지금 나왔다고 했지?"
 "네. 어떤 연락도 하지 말고 아무 연락도 받지도 마시고 집에 계시라고 했습니다."

 지훈이 반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경은 두 사람의 대화에 의문을 표했다.

 "무슨 말이에요? 성준이는 왜요?"
 "갑자기 조사 들어갔어. 너랑 관련 있다면서 잡아놓은 모양이야. 뭐, 걔가 너에 대한 걸 불 놈은 아니니 괜찮겠지만은 말야. 그, 뭐라고 하더라? 사진이 찍혔다는데."
 "사진이요…?"
 "응. 길에서 너랑 찍힌 사진이 있는 것 같더라고. 뭐라고 둘러댔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고 들어 왔을 때 걔도 별 일 없이 나온 것 같아."

 미경은 옷 사러갔을때 찍혔나 하고 생각했다. 
 반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지금 당장은 말고 좀 있다가 찾아가 봐. 아마 지금쯤 너 걱정하고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반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완전 덮이겠구만."
 "…백진회가 죽어서요?"
 "그것도 그렇지만… 자기가 완전히 뒤집어썼어. 그 신고 전화도 자수 전화였어. 그쪽에도 자료를 일부 넘긴 모양이야. 전부 자기가 뒤집어썼어."

 반장의 말에 지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도경은 아침에 벌써 국외로 나갔어요. 백도경은 사장직을 내려놓은 걸로 처리 됐더라고요. 아무 연관 없고 이 일을 몰랐지만, 도의적 책임으로 내려놓는다던가 뭐라던가……."
 
 지훈의 말에 미경은 그제서야 백제인이 사라진 이유를 깨달았다.

 "백진회가 백도경이랑 백제인을 보호했네. 어쩐지 아까 백제인한테 전화했는데 없는 번호라더니만."
 "덕분에 윤곽이 확실히 드러났네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경이 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윤곽?"
 "네. 처음에는 원래 백도경한테 모든 죄를 물려고 해서 우리한테 수사가 들어왔거든요. 근데 백진회는 백도경이랑 백제인을 보호 했잖아요. 게다가 우리까지 빼내 준 거죠. 심지어 피해 보상으로 돈도 내놓고 죽었어요. 유언까지 남겼더라고요."

 지훈의 말에 미경은 중얼거렸다.

 "…죗값 치르겠다는 게 이거였나?"

 지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딱 필요한 부분만 도려낸 것 같아요."
 "필요한 부분만 도려냈다니?"
 "그 일을 추진 한 시기를 전대 사장이었던 백도현과 일부 관련 있다고 시인하고 떠났어요. 덕분에 백도현도 사장직을 내려놓고 수사받게 생겼고요. 하지만 전적으로 자기 잘못이고 일부만 연관 있다고 했으니 큰 처벌은 안 받겠지만요."
 "뭐?"
 "백도현과 연관있던 이연자와의 커넥션도 밝히고 떠났어요. 덕분에 백도진도 자리를 내려놓는 건 불가피하게 됐죠. 덕분에 지금 백씨 일가 전체가 경영에서 다 손 떼게 됐어요."

 미경은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연자쪽 백씨 일가와 다른 한 사람 중에서 누가 이 일을 꾸민 건지 헷갈렸는데 이제 분명해졌어."
 "네?"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확실해졌네."
 "누구요?"
 "신현석." 

 미경의 말에 반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글쎄. 난 오히려 이연자 쪽 백씨 일가가 아닐까 싶었는데."
 "왜요?"
 "지금까지 벌어진 걸로만 보면 신현석이 최대 수혜자가 맞지만, 백진회가 신고하기 직전에는 아니었잖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잘 생각해봐."

 반장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말했다.

 "백진회가 방향을 틀기 전에 노린 타겟이 백도경이었잖아. 그러니까 젊어진 백진회 말이야. '진짜 백진회도 아닌 젊어진 백진회인 백도경'이 타겟이었다고."
 "…그건 그러네요."

 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이 턱을 괴며 말했다.

 "게다가 그걸 빌미로 진짜 백진회의 세력까지 줄일 기회이기도 하고."
 "…그것도 그렇네요."
 "백일 그룹을 차지하려는 생각이었다 치면 이 시나리오가 딱 맞아."

 반장의 말에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그럼 그 공장이랑 노숙자 사건이랑 약은 어느 쪽이 저지른 걸까요? 그리고 저한테 그런 짓을 저지른 건 또 어느 쪽일까요? 그건 아직까지도 제대로 나온 게 없잖아요."

 미경의 질문에 반장이 백진회가 건넨 자료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에 얼마나 정보가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봐선 미궁으로 빠진 거지, 뭐. 백진회가 이걸 이용해서 자기가 다 뒤집어써버렸으니."

 미경은 아까 백진회가 한 말을 떠올려봤다.

 "…백진회가 아까 자리를 비워야 그 약에 대한 것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말했어? 자리를 비우게 해야 했다고?"
 "네."
 "그럼 이연자쪽 일가 뿐만 아니라 신현석도 가능성 있겠는데."
 
 반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현석은 오늘 아침에 외부 출장 일정이 있었거든. 아마 백도경이랑 백제인을 공항에 데려다 준 것 같지만 말야. 이연자 일가는 오늘 백도경한테 조사 들어갔던 건 때문에 자리를 비웠었고."
 "…그 자료에 뭐가 좀 나와있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백진회가 다 뒤집어쓰려고 만든 자료일 텐데 뭐."

 반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지훈이 말했다.

 "아참. 선배님, 그런데 그 자료 중에 선배님 건강검진 의사 소견서 있던데요?" 
 "아, 그거……."
 
 미경은 괜히 백진회가 생각나서 건강검진을 받고 싶지 않아 졌다.
 반장은 의사 소견서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 지며 말했다.

 "의사 소견서라니? 너 어디 안 좋냐? 빨리 받아야겠네. 이참에 받아. 너 그거 약에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잖아."
 "…반장님."
 "어?"
 "그거 백진회가 준 거예요."

 미경의 말에 반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물었다.

 "그걸 백진회가 왜 줬는데?"
 "건강검진 받으라고요."
 "그러니까 그걸 왜 줬냐고. 백진회가 뭘 아니까 준 거 아냐?"
 "어…….."

 미경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 생각을 읽은 듯 반장이 말했다.

 "머리 굴리지 말고 말 해."
 "그게……. 그 약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받아보라고 했어요."

 그 말에 지훈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부작용이라니요!?"
 "그게… 그 약이 젊어지게 하지만… 암 발생률이 올라가서…."
 "암이요!?"

 지훈이 놀라는 동안 반장이 가만히 미경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백진회도 그랬어? 본인도 그렇다고 했어?"
 "…네……·."
 "백진회는 어느 정도였는데?"
 "그게……."

 미경이 주저하자 반장이 언성을 살짝 높였다.

 "똑바로 말해."
 "그……."
 "말기지?"
 "…아마도요."
 "자기 상태에 대해서 말 한 거 없어?"
 "…이미 진통제 무제한 투여 상태라고 했어요. 팔이 이미 온통 시퍼렇더라고요."

 그 말에 반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그렇겠지. 분신자살 했잖아. 이미 가망이 없었으니 미련 없이 떠난 거 아닌가 싶다."
 "……."
 "너 당장 건강검진 받아봐."
 "전 괜찮아요."

 미경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반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받아."
 "제가 백진회처럼 80넘은 노인도 아니고, 노숙자들처럼 몸이 약한 사람도 아니었잖아요. 전 지금도 멀쩡한 걸요?"
 "그래도 받으라고."
 "아, 알겠어요."

 반장은 자료를 지훈에게 주며 말했다.

 "너는 오늘 이거 따로 하나 사본 만들어서 나랑 미경이한테 보내 놔."
 "알겠습니다."
 "여기서 말고 딴데서 만들어. 지금 경찰서에 간부 쪽 라인 놈들이 드글거리니까. 들키면 안 돼."
 "넵. 알겠습니다."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은 미경에게도 말했다.

 "넌 일단 들어 가서 쉬어. 지금 당장은 백진회가 다 뒤집어쓴 마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당분간 휴일로 걸어 놓을 테니 건강검진 꼭 받고."
 "네에~ 네에~"
 "으이구! 하여간 걱정해줘도!"



 미경은 임시 거주지로 가려다가 멈칫했다.

 '…이제 집에 들어가도 되나?'

 미경은 잠시 고민했다. 미경은 임시 거주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이미 노출된 집으로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다시 발걸음이 멈췄다.

 '…성준이는 괜찮은 건가?' 

 미경은 가봐야되나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찾아가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불안했다. 그래서 좀 있다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왠지 아직은 찾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미경은 오랜만에 자신의 집에 들어섰다. 

 "…오랜만이네."

 미경은 괜히 집이 어색했다. 미경은 어색함을 잊으려는 듯 텔레비전을 틀었다. 마침 뉴스에서는 백일 그룹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긴급 소집된 백일 그룹 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백일제약 신현석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

 뉴스를 보면서 미경의 머리 속에 그동안 계속 맴돌던 질문이 떠올랐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볼 사람.'

 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미경은 다시 업무에 복귀했고,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빠르게 사건은 윗선의 주도 하에 빠르게 묻혀버렸다. 그리고 관련자들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백진회에게서 받은 자료는 역시나 백진회가 죄를 완벽히 뒤집어쓰기 좋은 자료들 뿐이었다. 백일 그룹 사건은 백씨 일가가 경영에서 손 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백제인과 백도경은 외국으로 나간 뒤로는 흔적도 없이 소식이 끊겨 버렸다. 한동안 인터넷에선 이 사건으로 떠들썩 하긴 했지만, 의도적인 여론 잠재우기가 있었다. 그래서 곧 세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그렇게 달아 오르던 날씨는 용광로처럼 끓었다가 순식간에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맘 때 쯤, 백진회가 내민 소견서가 아닌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미경은 마음 어딘가 찝찝함이 남아있으면서도 동시에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나는 건강하다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차가워진 날씨만큼 서늘하게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양성입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암이었다.

 "지금은 양성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에 의심 소견이 나와서 검사했던 조직의 크기는 크지 않은데… 문제는 광범위하게 전이됐습니다."
 
 전이. 
 그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미 말기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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