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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5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5

SooyangLim 2021. 5. 24. 19:03



 미경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떨림을 감추고 아닌 척 방금 초록 불로 바뀐 신호등을 건너가려 하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쟤를 왜 좋아해?"

 하지만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성준 또한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성준이 건너가지 않고 미경의 팔을 잡았다.

 "…누나."
 "응?"
 "정말로 아니었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했을 거잖아."
 "……."
 
 미경에겐 이 순간만큼은 차라리 거짓말 탐지기가 덜 무서웠을 것이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정곡을 찌르는 그 말에 미경은 차마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대답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어느새 다시 신호등은 빨간 불로 바뀌어 있었다.

 미경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미안해."

 미경은 많은 의미를 담은 말을 했다.
 그 때 미경의 귀에 뜻밖의 말이 들렸다.

 "미안할 게 뭐 있어." 

 성준이 담백하게 말했다.

 "나 봐, 누나."

 성준이 미경의 어깨를 잡고 몸을 굽혀 미경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어떻게 마음대로 되겠어. 그게 됐으면 나도 누나한테 안 그랬을 거야. 그리고 내가 아니었으면 누나는 끝까지 숨겼을 거잖아." 

 미경은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성준을 바라봤다.

 "누나는 진짜 중요한 건 잘 숨기니까."

 성준은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 읽히는 감정들과 눈빛 때문에 미경은 결국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성준은 미경을 천천히 안으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 하지만 누나가 너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경은 성준의 말이 자신에게만 하는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경은 눈물을 또 참았다. 그리고 성준을 안아주며 말했다.

 "너도."  

 다시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었다.
 성준이 미경을 놓아주며 말했다.

 "보고 하러 가야되지?"
 "응……."
 
 미경은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조심해서 잘 가."

 성준이 신호등을 건너는 미경에게 끝까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띵동-

 미경이 벨을 눌렀다.
 후다닥 뛰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는 아직 서에 있는… 무슨 일이야!?"

 반장의 아내인 현숙이 문을 열었다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미경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반장님 오시기 전까지 잠시 들어가 있어도 돼?"

 현숙은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뭐 잘못 됐어!?"

 현숙은 미경을 앉히며 말했다. 반장의 딸 혜지는 알바를 갔는지 집에 없었다.
 미경은 현숙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증거는 확보했어. 지금쯤 증거 자료 분석 들어갔을 거야. 그냥 선배랑 이야기 좀 하러 왔어."
 "얘기? 나랑? 사건 관련 해서?"
 "아니."
 "그럼 무슨 애기? 남자 얘기?"
 "…응."
 "누구? 그 국과수에 일하는 애? 걔 때문인가? 나 걔 아는데. 이름이 뭐였지? 배성준이었나?"
 
 현숙이 차를 한 잔 끓여 내오며 물었다.
 현숙의 말에 미경이 순간 얼어버렸다. 미경이 깜짝 놀란 얼굴로 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있었어? 성준이가 나 좋아하는 거?"
 "아니. 만나고 있는지는 몰랐어. 그냥 걔가 너 좋아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지."
 "아. 그렇게 알고 있었구나. 만나고 있진 않았어. 걔가 날 좋아하고 있던 건 맞지만. 근데 그걸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미경의 질문이 현숙이 차를 한 모금 후루룩 마시며 말했다.

 "어떻게 알긴? 네가 사적으로 연락 주고받는 애가 몇이나 된다고. 그리고 걔는 티 엄청나잖아. 근데 딱히 뭐가 더 없길래 그냥 그렇게 계속 지내나 보다 했어."
 "…그랬지."

 미경의 반응에 현숙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뭐야? 애라도 밴 거야? 너 아직 폐경 안 왔니? 아, 젊어졌으니 아닌가?"
 "무슨 소리야!?"
 "그럼? 잤는데 갑자기 연락 안 되는 거야? 아님 걔한테 뭐 숨겨둔 애라도 있었니?" 

 미경은 '이 아줌마가!' 라는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뻔 했다. 미경은 겨우 억누르고 말했다.

 "걔가 그럴 애는 아니잖아……."
 "그거야 만나보기 전에는 모르지. 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아니겠니?"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그건 아냐……."

 미경은 아줌마 현숙의 눈물 쏙 들어가게 만드는 말들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뭔데?"
 "그게……."

 미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걔가 얼마 전에 나한테 고백 했었어."
 "어머? 걔 결국 고백을 하긴 했구나. 안 할 줄 알았는데."

 현숙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미경은 다음 말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근데……."
 "근데?"
 "그게……. 걔가 고백 했는데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 있는 걸 들켰어."
 "그래서?"

 미경은 현숙의 반응에 당황했다.

 "응? 그래서라니?"
 "그게 끝이야?"
 "응?"

 미경이 당황해서 반문했다.
 현숙은 미경이 이해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끝이야? 고백해서 만나기로 했다가 그렇게 된 거야? 아님 사귀다가? 그 네가 좋아한다는 남자랑 자다가 들켰어? 아, 잠깐. 이건 아니구나. 너 아까 만나고 있는 건 아니라며."
 "뭐? 아니, 아냐. 잠깐만."

 미경은 다시 차근차근 현숙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배, 그러니까 그냥 성준이가 고백했고, 그 후에 내가 우리가 지금 사귀는 거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걔가 그 답변은 내가 해야 된다고 했어. 그래서 오늘 만났는데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 있는 걸 들켜서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그렇게 됐어. 끝난 거야."

 미경이 줄줄 설명을 했다.
 미경의 말에 현숙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뭐야? 그래서 그냥 끝난 거야?"
 "응."
 "그래서 넌 그렇게 울 것 같이 하고는 날 찾아왔고?"
 "응……."
 "너네 뭐 애들이니?"
 
 현숙이 어이가 없다는 듯 대뜸 한 마디 던졌다.

 "넌 뭐 젊어졌다고 머리도 어려졌니? 뭐하니, 얘?"
 "으응?"

 미경은 현숙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어차피 너네 뭐 그렇다고 해서 다시 안 볼 것도 아니잖아? 만나던 사이도 아니었다며? 그게 그렇게 울고 그럴 일이야? 지금 네 나이에?"
 
 현숙의 말에 미경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서 넌 그걸 들켰다고 안 만나기로 했어?"
 "응. 미안하다고 했어."
 "왜? 그냥 만나지?"
 
 현숙의 말에 미경은 또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 선배."
 "뭐가 아냐? 그냥 네가 좋아하는 애랑 너 좋다는 애랑 둘 다 만나지 그래?"
 "아, 아니 잠깐만······"

 미경은 현숙의 발언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선배, 남의 일이라고 이럴 거야?"
 "아니? 나 같아도 그럴 건데?"
 "선배, 이미 결혼 했다고 너무 막 얘기하는 거 아냐?"
 "결혼이랑 무슨 상관 있어? 결혼 안 했으니까 하는 소리지. 그냥 한 번 만나보라~이거지. 아님 말고."

 현숙은 차를 후루룩 마시고는 말했다.

 "연애니까. 그냥 만나보는 건 나쁠 거 없잖아? 그냥 연애 해보라는 건데. 그렇다고 너네가 뭐 결혼 놀이 할 거야, 뭐야? 아니잖아. 그냥 만나면 되는 거지."
 "……."
 "게다가 너도 걔도 솔로 아냐? 불륜도 아니고, 무슨 상관이야? 우리 나이에 사람 만날 기회도 흔치 않은데 할 수 있으면 해 봐야지."
 "…선배, 되게 개방적으로 변했네."

 미경의 말에 현숙은 오히려 미경을 이해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개방적인게 아니지. 너 곧 50이잖아. 이 나이에 가릴 게 뭐 있다고. 다시 가서 만나자고 해! 아니, 걔도 답답하네. 그냥 만나지 뭘 또 그걸로 안 만난데? 다시 만나자 그래. 응? 아참, 연애하는 동안 애는 만들지 말고."
 "아, 정말……."
 "너 지금 젊어져서 이젠 애가 덜컥 들어설 것 같아서 하는 소리야. 예전이었으면 이런 말 안 했다, 얘? 그냥 실컷 즐기라고 그러지. 나이가 피임일 텐데 무슨 걱정이나 되겠니?"
 "아니, 선배……."
 "현실적으로 생각 해야 된다, 얘? 애 생기면 너나 걔나 골치 아프잖아. 애가 20살만 돼도 너네 환갑 넘었을 텐데. 그렇지 않니? 힘들잖아."

 미경은 그냥 얘기하지 말 걸 하고 생각했다.
 그 때 현숙이 물었다.

 "근데 네가 좋다는 애는 누군데?"
 "…있어. 어린 애."
 "어린 애? 성준이보다 더 어려?"
 "응. 많이."
 "몇 살 더 어린데?"
 "…20살."

 미경이 주저하며 말했다.
 
 "뭐어? 20살? 아들 뻘이잖아!"

 아니나다를까 현숙은 기겁했다. 
 하지만 곧 현숙은,

 "…아닌가? 젊어졌으니 그게 맞는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더니 현숙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근데 누군데? 학교에서 만났어?"
 "아니."
 "…설마……."

 현숙은 바로 눈치채고 말했다.

 "그 우리집에 왔던 그 신입?"
 
 현숙의 말에 미경은 잠시 고민했다. 미경은 실토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말끔하게 생기긴 했더라. 근데 어떻게 네가 걔를 좋아한다는 걸 들킨 거야?"
 "그냥… 성준이가 눈치챘어. 성준이랑 오래 봤고 친하잖아. 바로 알아 본 거지, 뭐."
 "네가 그 애랑 뭐 한 건 없고?"
 "없어."
 "정말이니?"
 "내가 설마 진짜 걔한테 뭐 했겠어? 아들 뻘인데. 아~무 것도 안 했어."

 미경의 말에 현숙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 왜 얘기 한 거야?"
 "그냥. 착잡해서."
 "그게 다야?"
 "응.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

 현숙은 미경을 말 없이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미경아."
 "응?"
 "둘 다 한 번 만나 봐. 시도 정도만 해보는 거지."
 "뭐?"
 "너 젊어졌잖니? 한 번 떠 봐!"
 "선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뭐가 아닌데?"

 현숙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미경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자꾸 장난칠 거야?"
 "아니? 널 위해서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애?"
 "날 위해서는 무슨! 그건 성준이한테도 못할 짓이고, 그 앞 날 창창한 애 한테는 또 무슨 몹쓸 짓이야? 심지어 걔는 한 직장이잖아."
 "누가 어디다 말 하래? 그리고 어디 내가 서로한테 말 하래?"
 "뭐?"

 미경은 현숙의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선배. 진짜 남 일이라고……."
 "아니, 뭐 깊이 만나라고 하니? 그냥 잠깐 만나보는 거지. 그리고 떠보라니까? 아니다 싶으면 안 만나면 되잖니." 
 "하……. 됐어, 됐어. 그냥 이렇게 살래."

 미경은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삑 삑 삑 삑

 그 때 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뭐야? 누구 왔어?" 

 반장이 들어오며 현관에 놓인 신발을 보며 말했다.
 미경이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에요, 미경이. 자료 분석 끝났어요?"
 "이런. 너 여기 와 있었냐? 좀 전에 지훈이 보냈는데."
 
 반장은 길이 엇갈렸다는 걸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가서 기다리라고 하고 잠깐 앉아봐."

 미경이 자리에 앉고 현숙이 차 한 잔을 더 내러 가는 사이 반장이 심각하게 말했다.

 "어땠어? 백진회."
 "…무슨 문제 있나요?"
 "네가 생각하기멘 백진회가 범인 같아?" 

 반장의 질문에 미경은 답을 하지 못했다.
 반장이 그런 미경의 심중을 알아채고 말했다.

 "너무 매끄러워."
 "뭐가요?"
 "모든 증거가 백진회를 가리키고 있는데, 아귀가 안 맞아. 억지로 끼워 맞춰놓은 느낌이야."

 반장의 말에 미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덮어 쓰려고 조작했다는 말인가요?"
 "네가 직접 봐야 알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래. 그래서 물어 본 거야. 백진회 직접 본 소감은 어떠냐고."

 미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본인이 저지른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사를 한참이나 말 하더니, 본인이 다 잘못한 거라고 했어요. 근데 막상 그 공장 일이나 실험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말 안 하고 그냥 죗값을 받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말했어?"
 "네."
 
 반장은 현숙이 내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미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데 왜 저를 만났을까요? 왜 지금 넘긴 걸까요? 대체 백진회는 뭘 원하는 걸까요? 본인은 내가 궁금하다고 한 걸 다 말했다고 했는데…….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정황상 이상한 게 있어."
 "네?"

 반장이 곰곰히 회상하며 말했다.

 "네 휴대폰을 백진회가 갖고 있다가 돌려줬다는 거."
 "네?"

 미경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반장이 말했다.

 "찬찬히 생각해 봐. 찌른 놈이라면 당연히 배성준이를 죽게 놔뒀어야 해. 찌른 놈은 그 녀석을 죽일 목적으로 찌른 거야. 그야말로 프로의 솜씨였어. 그리고 휴대폰을 가져갔지. 즉, 찌른 놈은 증거 인멸이 목적이야. 당연히 배성준이도 죽었어야 일이 끝난다는 거야. 여기까지 이해되겠어?"
 
 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은 계속 설명했다.
 
 "그런데 배성준이는 신고자로 추정 되는 놈한테 목숨을 부지했어. 증거를 남긴 거야."
 "네."
 "따라서 찌르고 휴대폰을 가져간 놈과 살리고 신고한 놈은 다른 놈이라는 말이지."
 "그렇죠."
 "그런데 백진회가 자수나 다름없는 모든 증거와 휴대폰을 네게 넘겼어. 앞 뒤가 안 맞잖아."
 
 반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생각해봐. 증거인멸을 가져간 놈이 그걸 다시 너한테 갖다 바쳤어. 왜 그러는 거지?"
 "…확실히 이상하네요."
 "그리고 하나 더."
 
 반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네가 가서 봐야 되겠지만, 분명 예전에 네가 그 휴대폰에 증거들과 영상을 다 찍었다고 했었지."
 "네. 그랬었죠."
 "근데 아냐."
 "네?"

 미경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반장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휴대폰에 백도경, 아니 젊어진 백진회 얼굴이 나온 것이 단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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