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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4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4

SooyangLim 2021. 5. 19. 19:01

 두 사람은 백진회에게로 다가갔다.
 미경은 웃으며 백진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인이 친구예요!"

 미경이 백제인을 대신해서 씩씩하게 말했다.

 "그래. 어제 얘기는 들었단다. 제인이 데리고 와줬다면서?"
 "아하하. 요즘 축제기간이라서 같이 먹었어요. 지금도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길이에요!"
 
 미경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근데 어쩌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되는데. 양해 해줄 수 있을까, 미경 형··· 아, 아니지."

 백진회가 서늘한 미소를 여전히 머금은 채, 아주 작위적으로 실수했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 학생이지? 미경 학생?"

 그의 말에 순간 미경은 온몸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날 알고 있어.'

 그는 알고 있었다. 
 미경은 그제서야 지금 눈 앞의 사람이 백일 그룹 사장 백도경이 아니라 백일제약 회장 백진회와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미경은 미소를 띠면서도 그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미경이 아니라 민경이에요."

 백제인은 영문도 모르고 미경의 이름을 정정 해줬다.
 백진회는 백제인에게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랬구나."

 그리고 미경을 향해서도 미소를, 하지만 절대 같지 않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가야 하니까 따로 초대할게요. 여기로 연락 해줘요, 제인이 친구 미경양."

 백도경은 끝까지 이름을 정정 안하고 미경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는 백제인을 차에 태워서 가버렸다.

 미경은 차가 떠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백진회가 건넨 명함을 바라봤다. 

 "어?"

 명함이 이상했다. 언뜻보면 명함처럼 생겼지만, 영 엉뚱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늘 몇 시까지 어떤 장소로 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여기는…!" 

 미경의 눈이 커졌다. 



 미경은 가짜 명함에 적힌 장소로 갔다. 그곳은 병원이었다. 백진회가 집으로 가기 전에 입원해 있던 바로 그 병원이었다.

 미경은 병실 앞에 섰다. 그곳은 백진회가 입원해 있던 1인실이었다. 미경은 잠깐 문 앞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젊어진 백진회가 미경을 등지고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병실로 들어서니 술 냄새가 확 풍겼다. 미경은 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백진회는 세련된 복장으로 창을 배경으로 두고 술병을 옆에 두고 술잔을 든 채 그림처럼 서 있었다. 그는 석양이 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곳으로 부를 줄은 몰랐네요."

 미경이 말했지만 그는 대답 하지 않고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미경은 뭐라도 빨리 캐내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창 밖으로 황혼마저 다 저물고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일 때쯤에야 그가 뒤돌았다.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김미경 형사."
 "저야말로 고맙죠, 백진회 회장님. 저도 대화 해보고 싶었거든요."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니 반가운 말이군. 근데 정말인가?"

 백진회가 술잔을 내려놓고 미소를 띤 채로 미경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가 바짝 가까이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약간 뒤로 뺐다. 

 "김미경 형사, 난 진정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 근데 형사님은 아닌 것 같은데."

 백진회가 미경의 가슴팍에 있는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는 도청 발신기를 떼냈다.



 이번에는 백진회가 미경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우리 이건 아니잖아."

 그가 녹음기를 꺼냈다. 백진회는 도청 발신기와 녹음기를 바닥에 떨궜다. 그리고는 값비싸 보이는 세련된 구두굽으로 밟아 부숴버렸다.

 "진짜 대화를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나한테 궁금한 게 많을 거 아닌가."
 
 그리고 다른 주머니에도 직접 손을 넣게 켜져 있는 반장 딸의 휴대폰마저 꺼냈다. 그리고는 켜져 있는 어플들을 모두 꺼버렸다. 

 백진회는 미경이 증언을 확보할 만한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는 여유 있게 다시 휴대폰을 건넸다.

 "……."

 미경은 그를 노려보며 떨떠름하게 다시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물어 보고 싶은 거 없었습니까?"

 백진회가 다시 창가로 걸어가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물어보면 답 해줄 것도 아니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백진회는 야경을 뒤로하고 미경을 보며 창가에 걸터앉아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형사는 쉽게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알았습니까, 김미경 형사님?"

 그가 유머라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불리한 진술은 거부 할 수 있지만 대화라면 다르지 않겠습니까, 형사님."

 백진회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궁금한 거 있으시다면 물어보시죠, 형사님." 

 백진회는 꼬박꼬박 형사님이라는 말을 붙이며 말했다.
 미경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장 궁금했던 질문들을 내뱉었다.

 "난 그냥 당신의 머릿속이 궁금해. 여기로 지금 날 왜 불러냈는지, 목적이 뭔지, 그리고 어디다 모든 걸 숨겼는지, 그리고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서두르진 말자고요, 형사님. 우리 밤이 길잖아."

 백진회는 이번에는 그렇게 말하고는 술을 쭉 들이켰다.

 "제인이가 형사님이 도경이를 봐서 얘기를 했다 들었습니다."
 "……."
 "형사님은 어떨 것 같습니까?"
 "…뭐를?"
 "형사님이 던진 질문들에 대한 답 말입니다. 생각을 해보셨을 것 같은데."
 
 백진회의 질문에 정적이 흘렀다.
 미경은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젊어지고 싶어서? 아니면 신약에 성공해서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고 싶어서?"
 "미경 형사,"

 미경의 말에 백진회가 피식 웃었다.

 "형사님 눈에는 내가 40대 정도로 보이지요? 지금 미경 형사가 20살 정도로 보이는 것 처럼. 근데 나는 이 병실에 누워 있었을 때는 8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노인네였습니다. 진짜로 그런 것들을 생각 했을 것 같습니까?"
 
 백진회가 술잔에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나는 며칠 만에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병상에 누워 몇 년을 보냈습니다. 나는 내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말입니다."
 "……."
 "설사 처음에는 그런 욕심,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미련, 잘못에 대한 후회가 있었더라도, 죽음을 받아들인 후에는 아닙니다. 내 인생을 정리하고 다 내려놓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나는 죽습니다. 떠나고 나면 끝이란 말입니다."
 "근데 왜…?"
 
 미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백진회는 미경을 말 없이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미경을 불렀다.

 "김미경 형사."
 "……."
 "부모님이 살아계십니까?"
 "…아니요."
 "돌아가실 때 부모님 자신이 못 이룬 것들을 걱정하던가요? 떠나고 난 뒤에 세상에 남겨질 미경 형사를 걱정했을 텐데요."

 미경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이 났다.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범죄자테서 자신을 숨겼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일이 위험하고 힘들다고 형사를 관두고 새 가정을 이뤄서 편하게 쉬면서 살기를 바랐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미경이 갑자기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다. 그래서 눈을 깜박이는데 백진회가 조용히 말했다.

 "남아서 살아갈 이들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경은 백진회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위화감이 느껴졌다.

 "…솔찍히 말해봐요. 당신이 저지른 짓 맞아?"
 
 미경의 질문에 백진회는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경 형사, 난 아직도 그 날이 선명히 기억납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고 있던 나를 찾아왔었어요. 우린 그날 기다리지 왜 왔냐는 말로 서운하게 했습니다. 아내는 화 나서 같이 아이들을 데러고 일찍 돌아가 버렸죠.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 사고가 났습니다. 난 그렇게 아내와 딸을 잃었고 아들은 후유증을 평생 안고 가게 되었습니다." 

 백진회는 괴로운 듯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또 술을 따라 마셨다.

 "그날 내가 그렇게 말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을 후회했습니다. 평생을……. 그리고 죽어서도 후회 할 거예요."

 미경은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백진회는 너무나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후회로 지내다가 남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재혼을 하게 됐습니다. 난 젊고 똑똑한 그녀에게서 사별한 아내의 모습을 봤습니다. "

 미경은 이연자를 떠올렸다.
 백진회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근데 그건 내 착각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연기를 한 거였어."
 "연기?"
 "처음에는 도경이를 잘 대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낳고 나니 온갖 이유를 들어서 아이를 내쫓았습니다. 동생을 괴롭힌다던가 그런 말들을 하면서……. 난 그 여자 말을 믿고 도경이가 동생을 괴롭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여자가 유도한 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백진회가 괴로운 표정으로 술에 취해 풀려있는 눈을 감았다.

 "근데 애를 쫓았다는 게 무슨 말…?"
 "이연자가 다른 집을 구해서 애를 격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주 들러서 잘 돌봐주겠다 했지만, 결국 도경이를 돌보러 드나드는 건 나와 치료를 위해 들리는 이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내가 출장을 간 사이에 정신 병원에 넣어버렸습니다. 난 당장 그 여자와 이혼 하려 했지만 둘째와 셋째를 빌미로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도현이와 도진이도 내 아들이니까……."

 백진회의 말에 미경은 놀라서 눈만 끔뻑였다. 백진회는 다시 술을 마시며 말했다. 이제 그는 혀가 약간씩 꼬부라진 소리가 났다.

 "지금 백일제약의 신 부사장이 당시에 병원에 집어넣은 것을 알고 도경이를 빼냈습니다. 그리고 보호와 정서 안정을 위해서 내 아들이라는 것을 숨기고 일주일에 몇 번씩 복지시설과 봉사기관, 병원을 오갈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그랬었군……."

 미경은 초등학교 이후의 행적에 대해 들으니 왜 그동안 행적이 사라진 것 같았는지 대충은 납득 갔다.
 백진회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나는 또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잘못?"
 "당시에 사회봉사를 왔던 유지연이 내 아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아……."

 미경은 탄식을 내뱉었다.

 "나는 유지연을 제대로 의심하지도 않고, 나이가 많은 도경이가 장가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서 그냥 장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인이를 낳고 얼마 안 돼서 유지연은 도경이를 치료한다는 명목과 제인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난 그 말을 믿고 보내줬고."
 "그래서……."
 "유지연은 처음에는 자주 연락도 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어. 유지연은 외국은 물가가 비싸다는 이유와 도경이의 치료비를 이유로 점점 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돈을 벌어야 한다며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뜸해졌고. 난 괜히 보채서 부담 줄까 봐 말도 못하고……."
 
 백진회가 마지막 남은 술을 털어마시고는 말했다.

 "그러다 제인이가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
 "제인이가 미경 형사님에게 말했다 들었습니다.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내 심정이 이해 갑니까?"

 백진회가 울부짖듯 말했다.

 "화는 내는 나한테 유지연은 어떻게 안 건지 그날 일을 입에 올렸습니다.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사별한 아내에게 내가 한 짓 때문에 모두가 죽고, 도경이가 그렇게 되고, 그래서 이연자를 들인 거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미경은 유지연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백진회는 갑자기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말했다.

 "근데 맞아요. 다 나 때문입니다. 모든 일이 나 때문이에요. 그렇죠? 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 백진회의 모습을 바라보단 미경은 안타까움도 있지만, 어쩐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경은 버럭 화를 냈다.

 "그런 사람이 타인을 희생시켜요? 죽은 노숙자들은 어떡할 거예요?"
 "김미경 형사님."

 백진회가 풀린 눈으로 미경을 바라보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미경을 불렀다.

 "죄값은 다 치르고 갈 겁니다."
 "뭐?"

 미경은 갑자기 튀어나온 백진회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수 하겠다는 거야?"
 "형사님. 내가 오늘 여기로 왜 부른 것 같습니까?"

 미경은 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백진회가 옆에 놔둔 자신의 재킷을 들었다. 서류 봉투가 있었다. 그리고 백진회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미경의 휴대폰을 꺼냈다. 

 "가져가세요." 
 
 미경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걸어가서 휴대폰과 서류 봉투를 받았다.

 "형사님."
 
 미경이 서류 봉투를 열어 보려는데 백도경이 말했다.
 
 "난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
 "형사님, 우리가 젊어진 그 약의 치명적인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치명적인 문제?"
 "암 발생 확률이 수십배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미경은 단박에 그 말을 이해했다.

 "당신 설마……."
 "그래서 노숙자들이 죽은 것입니다. 원래도 건강상태가 고르지 않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약을 투여 후에 암이 생기거나, 있던 암이 훨씬 더 빠르게 발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단시간에 사망한 겁니다."
 "맙소사."

 백진회가 천천히 팔을 들어 셔츠 소매 단추를 풀어 팔을 걷었다.

 "헉."

 미경은 입을 틀어막았다.
 백진회의 팔은 시퍼렇게 멍든 데다가, 수많은 주사 자국과 링거 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몇 달 전부터 이미 진통제를 무제한 투여를 해야 됩니다."

 미경은 갑자기 울컥했다. 

 "…그래서?"

 미경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죽으면 다야!? "

 미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형사님, 죄값은 다 치르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백진회가 다시 또 그렇게 말하자, 미경은 물건을 쥐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백진회는 서류봉투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미경 형사. 거기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서류도 같이 들어있으니 받아요."
 "…뭐?"
 "아까 말했잖습니까. 왜 여기로 불렀겠냐고."

 백진회의 말에 미경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김미경 형사님. 나는 당신의 질문에 다 대답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요. 이 질문은 의사로서 묻는 겁니다."
 
 백진회는 그러더니 미경에게 물었다.

 "최근에 살이 빠지거나 피곤한 적 없어요? 혹은 다른 이상은?"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지금 그딴 질문을 하는 거야?"

 미경은 어이 없어 하며 말했다.
 백진회는 아무 말 없이 미경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나한테는 대답 안 해도 좋으니 꼭 건강검진을 받아요."
 "…하."

 미경은 콧방귀를 뀌었다. 미경은 그러고는 서류봉투와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이게 자료 다야?"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전부입니다."
 "…좋아."

 백진회의 대답에 미경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나서며 말했다.

 "감방에서 생 마감할 준비나 해."
 


 미경은 문을 소리 나게 닫고 나가버렸다.

 

 미경은 씩씩거리며 병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성준을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가며 생각했다.

 '뭐야? 뭐야, 도대체?'

 미경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뭐야? 불쌍하다고 어필이라도 하려는가 했더니, 죗값은 치르겠다 그러고, 휴대폰도 돌려주고, 증거도 자기 손으로 주고……. 뭐야? 대체 뭐냐고? 아니, 애초에 자기가 저지른 짓이 맞아? 뭔가 자기가 뒤집어쓰려는 느낌인데?'

 "…누나. 누나! 미경 누나!"

 미경은 생각 하다가 갑자기 들린 성준의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성준과 미경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 
 "몇 번 불렀는데."
 "어… 너 왜 여기 있어?"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오고 연락도 안되길래 물어보니까 병원에 갔다더라고. 그쪽도 연락 안돼서 들어가려다가 내가 원래 오늘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가보라던데?" 
 "아……."

 미경은 그제서야 반장 딸의 폰을 봤다. 무음으로 설정해놔서인지 연락이 잔뜩 와 있었다.

 "아. 다들 걱정 했겠네."

 미경이 중얼거렸다.

 "누나 무사하다고 얘기해놓을게." 

 성준은 자신의 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그럼 갈까? 오늘 우리 옷 사러 간다고 했지?"
 "아, 맞다. 그래. 옷 사러 가기로 했었지……."

 미경은 속으로 알 거 다 알아낸 마당에 이제 와서 새 옷을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가자, 누나."
 "어어 그래……."

 두 사람은 대화를 하며 걸었다. 성준이 미경에게 누나라고 부르다 보니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이따금씩 쳐다봤다.

 "…성준아."
 "응?"
 "밖에서 누나라고 하지 마……."
 "왜?"
 "우리 다른 사람들한테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불편하면 그럴게 근데, 난 지금은 괜찮아."

 성준의 말에 미경이 걸음을 멈추고 성준을 바라봤다.

 "왜?" 

 성준이 걸음을 멈춘 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경이 신기하다는 듯이 성준에게 말했다.

 "…너 많이 변했다."
 "뭐가?"
 "너 전에 내 차 타고 갈 때 음주측정했을 때는 그렇게 뭐라 그러더니……."
 "뭐 그땐 그런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지."
 "응? 다른 이유?"
 "그냥 나이 때문에 오해 받아서만 그렇게 반응했다고 생각해?"
 "그러면?"

 성준이 팔짱을 끼며 씨익 미소 짓고는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그런 관계로 오해 받은 거니까 괜히 더 크게 반응한 거지. 그리고 만약 거기 경찰 중에 아는 사람 있기라도 해 봐. 누나도 나도 곤란해지잖아."
 "아……."

 미경은 어쩐지 얼굴이 화끈해 지는 기분이었다.
 성준은 그런 미경을 보고는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옷 뭐 살래? 저기 들어 갈래?"
 "어? 어."

 두 사람은 옷을 사서 나왔다.
 성준이 나오면서 슬쩍 미경에게 팔짱을 꼈다. 그렇게 팔짱을 끼고 거리로 나오는데, 갑자기 벨소리가 들렸다.

 "어? 나 찾는데?"
 "누가?"
 "반장님하고 지훈이가."
 "왜?"
 "증거 자료 지금 빨리 달라는데?"
  
 그때 갑자기 지훈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어?"

 갑자기 나타난 지훈을 보자 미경이 깜짝 놀랐다. 미경은 자신도 모르게 팔짱을 풀었다.

 "너 뭐야?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선배님이 혹시 모르니 휴대폰 위치 등록 시켜놓으라고 하셨잖아요."
 "아 맞다. 그랬었지, 참."
 
 미경은 하하 웃었다. 그리고 서류봉투와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밥은 먹었어?"
 "아직이요. 조사 끝내고 먹으려구요."
 "아직!?"

 미경이 깜짝 놀랐다.
 지훈이 급히 건네 받으며 말했다.
 
 "끝나고 연락 할 수도 있으니까 무음 해제 해주세요."
 "어어. 그래."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그말을 남기고 지훈은 뛰어갔다.
 미경은 떠나는 지훈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누나."
 "응?" 

 지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성준이 불렀다.

 "누나는 알고 있어?"
 "어? 뭘?"
 
 성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말 할 지 말 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미경은 성준의 침묵에 지훈이 떠난 자리에서 눈을 떼고 성준을 바라봤다.

 "뭐?"

 성준은 묘하게 상기되고 올라간 입꼬리를 보니 확인 사살을 당한 기분이었다. 성준은 자신의 입으로 이 말을 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누나 쟤 좋아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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