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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6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6

SooyangLim 2021. 5. 6. 19:02

 "오늘 만나보기로 했다고?"

 이연자 소생의 막내아들인 백도진이 쏟아지는 잠을 몰아내며 말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침대에 다시 털썩 누우며 말했다.
 옆에 있던 유지연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네. 잘 될 진 모르겠지만……."
 "일을 이렇게 번거롭게 해야 되다니."

 백도진이 중얼거렸다.

 "형수는 근데 무슨 약점을 잡힌 거야?"
 "별 거 아닌 것 때문이죠, 뭐."

 유지연은 그냥 사소한 문제 때문인 듯 말했다.

 "하, 이렇게 귀찮아질 줄이야……."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래도 뺏긴 건 찾아와야지. 안 그래, 형수?"
 "이젠 형수 아니라니까요? 전 이제 솔로예요."
 
 그 말에 백도진이 유지연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아까는 도련님이라며."
 "그게 더 재밌으니까."

 그 말에 백도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 좀 있죠, 형수님?"
 "어머,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도련님?"
 
 유지연이 능청스럽게 말하며 편하게 자리 잡아 누웠다. 
 


 미경이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지훈이 강의실 앞에 서 있었다.

 "어? 조별 모임 때문에 친구랑 같이 먹기로 했는데."

 미경은 자연스럽게 조별과제를 위해 팀원들과 잡은 식사 약속을 어필하며 지훈에게 다가갔다.

 "어, 친구들? 안녕하세요. 전 민경이 친한 선배예요."

 지훈은 친구들에게 인사했다.
 팀원들도 얼떨결에 같이 인사했다.

 "밥 안 먹었다고? 내가 사줄게요. 다들 같이 가죠."

 지훈이 그렇게 말했다.

 "오 정말요?"
 "가자 가자!"
 "제인아, 너도 같이 가자!"

 덕분에 오늘도 조별 모임에 빠지려던 백제인은 얼떨결에 휩쓸려 같이 밥 먹으러 가게 되었다.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표면적으로는 지훈에게 밥도 얻어먹고, 재밌는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과제를 하는 동안 백제인도 남아있게 되었다.

 "근데 선배님은 어느 과에요?"
 "나? 난 졸업했어. 지금은 과랑 상관없는 일 준비하고 있어. 경찰 준비 중이야."

 경찰대 출신인 지훈은 적당히 둘러댔다.

 "민경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동기의 질문에 백제인도 관심을 보였다.

 "그냥 이웃이야, 이웃. 지금은 아니지만."

 지훈이 이번에도 둘러댔다.
 동기 중에 한 사람이 대놓고 바로 물어봤다.

 "사귀는 사이에요?"
 "아니. 내가 왜?"

 미경이 바로 딱 잘라 대답했다.

 "와,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되지, '내가 왜?' 라니! 듣는 사람 무안하네!" 

 지훈이 짐짓 상처 받은 척 말했다.
 그들은 대화도 하고 과제도 하다가 제법 늦은 시간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들 잘 가~"

 다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뿔뿔이 흩어지는데 백제인은 어쩐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넌 집에 안 가?"
 "아, 저는 택시 타고……."

 백제인이 괜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택시? 돈 아까운데. 태워줄까?"
 "네?"
 
 지훈의 미경의 차 키를 들고 말했다.
 백제인은 순간 당황한 내색을 보였다.
 미경이 얼른 그 모습을 캐치해서 말했다.
 
 "그래. 같이 타고 가자. 내려줄게."
 "아. 응."

 백제인이 차에 타는 동안 지훈이 미경에게 작게 속삭였다.

 "선배님, 둘이서 갔다 오라면서요!?"
 "쟤 너랑만 보냈으면 안 탔어!" 

 백제인은 조수석에 타고, 미경은 뒷자리에 앉고 지훈은 운전대를 잡았다. 

 "전에 카페에서 봤던 친구지?"
 "아, 네……."

 백제인이 수줍게 말했다.
 지훈이 어딘지 알고 있으면서도 백제인의 집이 어딘지 물었다.

 "어디로 가면 돼?"
 "아 ㅇㅇ구에 ㅇㅇ동으로 가시면···"
 
 임무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미경은 뒷자리에 앉아 백제인하고 대화 하고 있는 지훈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 도착하면 깨워."

 미경은 그렇게 말하고 이어폰을 꽂고 자는 척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임무 때문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백제인에게 은근하게 작업 거는 대화 내용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자꾸만 일어난 척 하고 대화를 방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진짜 대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진짜 20살이라면?
 
 '…미쳤나. 얘랑 내가 지금 몇 살 차이인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실눈 뜬 사이로 보이는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지훈보다도 어려 보이는 모습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애한테.'

 미경은 실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그 때 차가 멈췄다. 
 어느새 백도경 일가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지훈이 따라 내려서 배웅해 주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잘 어울리는 거지.'

 미경은 얼굴을 붉히며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 백제인의 모습과 잘 들어가라고 배웅해주고 있는 지훈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미경은 그 순간, 자신의 차에 선탠이 되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백제인이 인사를 했다.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지훈이 손을 흔들어줬다.
 백제인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는데 지훈의 저 뒤로 어디서 많이 본 실루엣이 보였다. 백제인의 엄마인 유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백제인은 황급히 말했다.

 "저, 전 들어갈게요."
 "그래~"
 
 백제인이 도망치듯 재빨리 걸음을 움직였다. 
 지훈이 차를 타고 가자마자 뒤에서 유지연이 불렀다.

 "제인."

 백제인은 분명히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백제인!"

 백제인은 눈을 질끈 감고 걸음을 재촉했다.

 "엄마 안 보고 싶었어?"

 백제인이 걸음을 멈췄다.

 "왜 엄마한테 연락 한 번을 안 해~?"
 "…왜 왔어."

 백제인이 가방 끈을 꽉 쥐고 말했다.

 "왜 왔냐니. 너 보고 싶어서 왔지."

 그 말에 백제인은 울컥해서 뒤돌아서 소리쳤다.

 "거짓말!"

 유지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백제인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감정이 격해져 가방 끈을 잡은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엄마 버리고 돈 많은 아빠랑 지내니까 좋아?"

 그 말에 백제인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엄마 같은 줄 알아?"
 "내가 방금 전에 남자 차에서 내리는 걸 봤는데, 나한테 그런 말이 잘도 나오나 봐."
 "뭐?"
 "너도 좋아서 만나는 거 아냐? 근데 왜 그런데? 이럴 거면서 그 때는 그렇게 별 거 아닌 것 같고는 그렇게 호들갑 떨더니."

 백제인의 눈에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너도 똑같으면서."
 
 유지연은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거짓말도 내가 아니라 네가 하고 있지. 안 그래?"

 백제인이 끝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울면서 집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유지연이 그렇게 달아나는 백제인에게 소리쳤다.

 "어때? 거짓말쟁이가 돼서 거짓말쟁이랑 사는 건?"

 백제인이 엉엉 울면서 뒤돌아 소리쳤다.

 "거짓말쟁이가 쓰레기보다 나아!"  
 
 그러고는 다시 집으로 달려갔다.
 유지연이 피식 비웃었다.

 



 백제인이 쾅 소리 나게 문을 닫고는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엉엉엉……."

 그리고는 이불에 파묻혀 울기 시작했다.
 그 때 방문이 열렸다.

 "제인아, 왜 울어?"

 백도경이 들어왔다.
 잠옷을 입고 있던 백도경이 침대 맡에 가서 앉으며 물었다.

 "아빠아……."

 백제인이 백도경의 품에 안겨 울었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하지만 왜 우냐는 물음에도 백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울지 마. 내가 맛있는 거 줄게. 집에 젤리 많이 있어, 젤리! 젤리 가져올게!"

 그 말을 하더니 백도경은 방 밖으로 나갔다.
 백제인은 백도경이 나간 방문을 바라보고 끅끅 거리며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더 버티지 못하고 다시 이불에 파묻혀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시 방문이 열렸다.
 잠옷에 가디건을 입고 안경을 끼고 링거를 꽂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하고, 손에는 젤리를 들고 들어왔다.

 백제인은 울음을 뚝 그쳤다.
 아니, 정확히는 울음을 참으려 했다.

 "무슨 일 있느냐?" 

 백제인의 침대 맡에 앉아 걱정스럽게 백제인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백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젤리를 건네줬다.
 백제인은 그 젤리를 받아 들었다.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엄마 왔었니?"
 "……."

 백제인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말 없이 백제인을 안아주고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그리고는 한참 만에야 입을 뗐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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