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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5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5

SooyangLim 2021. 5. 4. 19:01

 "사모님과 접촉 중일 거라 생각됩니다."

 신현석 현 백일제약 부사장이 말했다.

 "서로 죽이 잘 맞겠군."

 백일제약의 백도경 개인 집무실 안, 백 사장이 차가운 듯 비꼬는 듯 오묘한 말투로 말했다. 백도경이라는 명패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가로 블라인드 너머 밖을 보고 있었다.

 "제가 신경쓰긴 하겠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제인이에게 말해놓을까요?"

 신 부사장은 백 사장이 껄끄러워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

 백 사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백제인에게 그녀의 어머니인 유지연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알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래야겠지." 



 '무슨 일 있나?'

 김미경은 강의 시간에 엎드려 누워있는 백제인을 흘끗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오늘따라 눈에 띄게 우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왜 이러고 있지?'

 강의 시간 내내가 한 번을 일어나지 않는 백제인을 보고 미경은 당황했다. 빨리 친목을 쌓아서 뭐라도 알아내고 싶은 미경의 입장에서는 악재였다.

 '젠장! 시간은 흐르는데 알아낸 건 없고, 친해질 기미는 안 보이고!'

 미경이 혼자 조용히 절규했다.

 "개인 과제 나갑니다."

 때마침 교수가 개인과제를 내겠다는 말을 했다.

 '심지어 더 바빠지게 생겼네. 하…….'

 미경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미경이 해야 할 과제를 노트에 적는 동안에도 백제인은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자고 있나 싶어서 계속 눈치를 살폈지만, 또 진짜로 자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진짜 왜 이래?'

 

 미경은 끝나고 나와서 학교 근처 김밥 파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지훈이 앉아있었다.

 "선배님!"
 "찾아봤어?"

 미경이자리에 앉기도 전에 물었다.

 "깨끗하게 사라졌어요."

 지훈이 하루종일 성준 차와, 차의 블랙박스, cctv를 다시 조사해보고 나온 결론을 씁쓸하게 말했다.

 "하. 프로네, 프로야."

 미경이 기가 찬 듯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한 걸까요?" 
 "지금 어떻게가 문제겠어. 그놈을 못 찾는다는 게 문제지."
 
 미경이 지훈이 시켜놓은 김밥과 라면을 먹으며 말했다.

 "성준이는?"
 "의식은 돌아오셨어요."
 "다행이네. 뭐 본 건 없데?"
 "아직 대화는 못 해봤어요. 상태가 아직은… 그렇게까지는 안 좋아서……."
 
 지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경은 말 없이 김밥을 한 입 더 먹었다. 
 지훈은 괜히 미경의 눈치를 살폈다.

 "…먹어."

 미경이 지훈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고 말했다.

 "눈치 보지 말고."
 "…네."
 
 지훈은 한 입 후루룩 먹고는 미경을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

 "왜?"
 "…괜찮으세요? 친하신 분 같았는데……."

 지훈이 조심조심 말했다.

 "안 괜찮으면?"

 미경이 지훈에게 시선도 안 주고 다시 라면을 후르륵 먹었다. 그리고 김밥도 입에 욱여넣고는 말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울고 있을까?"
 "……."
 "화내고 울어봤자 소용없더라."

 미경이 김치도 입에 밀어넣으며 말했다.

 "잡아 처넣어야지."
 
 미경이 그렇게 말하고 다시 라면을 후르륵 먹었다.
 지훈이 그런 미경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말했다.

 "…반장님이 걱정 많이 하셨는데."
 "뭐라고 하던데? 또 화나서 흥분해서 일 그르칠 거라고?"
 "아니요."

 지훈은 다시 젓가락을 들어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미경은 입에 또 라면과 김밥을 한가득 넣고 그런 지훈을 바라봤다.

 "뭐라고 하던데?"
 "아뇨, 뭐 그냥……."
 "왜. 뭔데?"
 "그… 선배님 부모님 얘기를 해주셨어요."  

 미경이 젓가락질을 멈췄다.

 "그 얘길 했어?"
 "아니, 그,그냥 말은 안 해도 슬플 거라고,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내색 끝까지 안 했다고……."
 
 지훈이 다급하게 변명하듯 말했다.
 미경이 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물었다

 "…들은 게 그게 다야?"
 
 그랬다가,

 "아냐. 됐다."

 미경이 다시 음식에 시선을 떨궜다.



 "김미경이한테 가냐?"

 반장이 결과 자료를 챙기는 지훈을 보며 물었다.

 "네. 보여는 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새로 마련한 거처 위치도 알려드려야 되고……."
 "같이 가서 맛있는 거 좀 맥여서 들여보내."
 "그냥 김밥이랑 라면 먹자고 하시던데요?"
 "그럼 순찰한다고 하고 좀 돌아다니다 들여보내던가. 지금 속이 말이 아닐걸."
 "아……."
 "내색은 안하겠지만."

 반장이 지훈과 함께 밖으로 나서며 자판기 커피를 가리켰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판기 커피 쪽으로 향했다.

 "너 이건 그냥 좀 들어놔."
 "네?"

 반장이 자판기 앞에 서서 어느 것을 먹을지 손짓으로 물어보며 말했다. 지훈이 그 중에 하나를 가리키고 반장이 뽑으며 말을 이었다.

 "김미경이가 경찰 왜 됐는지 알아?"
 "…아뇨."
 "나도 자세한 건 내 선배였던 사람한테 들었어. 한쪽 눈에 화상 자국 있는… 아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반장이 자신의 자판기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아버지가 괴한에게 찔려 죽었어."
 "네!?"
 "근데 문제는 김미경이가 그걸 본 거야. 자기 아버지가 찔리는 걸. 그리고 아버지가 김미경이는 안 다치게 하려고 어떻게든 숨겼나 봐. 그래서 무사했지."
 "아……."

 반장이 지훈에게 막 뽑은 커피를 건넸다.

 "김미경이는 그 때 너무 어릴 때라서 어떻게 뭘 못하고 자기 아버지가 죽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거야. 그리고 김미경이 증언이 있었어도 너무 옛날이라 증거가 부족해서 그 때는 잡지도 못했어."
 "세상에."
 "그 복수 하겠다고 김미경이가 경찰이 됐어. 그리고 기를 쓰고 형사가 됐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 후로 홀어머니 혼자서 김미경이를 키우셨고. 뭐 하여튼 간에,"

 반장이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눈물을 안 보인 녀석인데, 결국 지 손으로 범인 찾고 자기 아버지 묘소에 찾아갔을 때 처음 울었어. 그때까지 참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또 한 번."
 "……."
 "감정적이라고 맨날 내가 말해도, 막상 진짜 중요한 감정은 안 드러내."
 "그렇군요……."
 "그리고 지금 두번째잖아."
 "네?"
 "주변 사람이 칼에 찔린 거."

 그 말에 지훈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평소하고 똑같아 보여도, 속이 말이 아닐 거다. 맛있는 거나 좀 사 먹여."
 "알겠습니다."

 반장이 남은 커피를 마저 다 마셨다.

 "저 근데요……."
 "응?"
 "그 범인은 몇 년 받았습니까?"
 "몇 년?"

 반장이 피식 웃었다.
 종이컵 수거통에 넣으며 말했다.
 
 "못 집어넣었어."
 "네?"
 "찾았을 때는 이미 죽기 직전이었어. 잘 먹고 잘 살다가 암 걸려서 병원에서 꼼짝도 못 하고 진통제 무제한으로 때려 넣어 가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거든."
 
 반장의 말에 지훈은 놀란 표정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족들 말로는 평소에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양반이라나? 술을 그렇게 처먹다가 암 걸렸다고 했던가? 찾고 3일도 안 돼서 죽었어."
 "……."
 "맛있는 거 사주고 와."

 반장의 지훈의 어깨를 툭 치고 가버렸다.



 지훈이 다시 라면을 먹다가 말했다.

 "먹고 카페 가지 않으실래요? 새로 나온 케이크가 있더라고요. 먹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웬 케이크? 생일도 아니고."

 미경이 속으로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후식이죠, 후식. 그건 제가 살게요."
 
 미경은 지훈이 산다는 말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밥 값보다 더 나온 후식 값에 기겁을 했다.

 "그냥 빵 집 가서 사먹으면 안 되는 거야?"
 "더 시킬까요?"
 "아니, 아냐."

 미경은 그냥 잠자코 있었다.
 미경이 먹고 있는데,

 "머리카락에…"
 "응?"

 미경이 머리카락을 만졌다. 케이크에 올라간 크림이었다.

 "볼에도……."

 그렇게 말하며 지훈이 무심결에 손으로 닦아줬다.
 미경이 흠칫 놀랐다.

 "이, 이게 잘 묻네."

 미경이 당황하며 말했다.

띠리리
 
 그때 미경이 들고다니던 혜지(반장의 딸)의 폰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어? 백제인이네."
 "네!? 개인적인 연락하는 사이까지 간 거예요?"
 
 지훈이 기쁘게 말했디.
 미경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아까 개인 과제 적어놓은 거 있어?"
 "어어. 필요해?"
 "응. 나 그거 아까 못 적었거든."

 미경은 속으로 '아까 엎드려 있으니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이거 적을 거 많은데."
 "사진으로 찍어보내줘. 아, 아니다. 너 아직 학교야?"
 "학교는 아닌데 근처야."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갈게. 잠시만 보여줘. 어디야?"
 "여기? 학교 앞에 ㅇㅇ카페인데…"
 "아, 잘됐다. 나 거기 바로 옆이야. 금방 갈게."
 "어?"
 
 미경이 당황하는데 전화가 뚝 끊겼다.

 "아니, 얘는 진짜……."
 "이쪽으로 온데요?"

 지훈이 당황하며 물었다.

 "어."
 "저 잠시 자리 피해야되지 않을까요?"
 "그래야겠지?"

 라고 말하는 찰나 카페의 문이 열리는 도어벨 소리가 들렸다.

 "왔네."
 
 백제인은 두리번거리더니 바로 김미경 쪽으로 오다가 멈칫했다.

 "어……."
 "아, 그, 어 이 사람은……."

 미경은 순간 당황했다.

 "어… 아는 후배야."
 "아, 아뇨! 아니, 아니! 농담이야, 농담! 아는 선배야, 선배. 이쪽이 후배고. 내가 선배."

 지훈이 재빨리 미경을 툭 치며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미경은 그제서야 아차해서 역시나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그래. 선배, 선배야, 선배. 친해서, 농담, 농담한 거야. 농담."
 "아, 안녕하세요……."

 백제인이 인사를 했다.

 "어, 그래, 안녕."

 지훈도 웃으며 인사했다.
 그런데…….

 '어라.'

 미경이 뭔가 이상한 걸 알아챘다.
 백제인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지훈이 어색하게 말했다.

 "과, 과제한다고?"
 "아, 네. 민경아 과제 적은거 보여줘."

 백제인이 미경이 둘러댄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아, 응."

 미경이 과제를 적어놓은 종이를 내밀었다.

 '어라?'

 백제인이 자신의 노트에 적으면서 곁눈질로 지훈을 보는 게 느껴졌다.
 긴장해서 얼굴이 그렇게 빨개졌나 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상기된 색이 진해지고 있었다.

 "여기."

 백제인이 미경에게 다시 돌려주면서도 은근히 지훈을 의식하는 게 보였다.

 "그,그럼 난 이만……. 고마워."
 "어? 응."
 "안녕히계세요."

 백제인은 지훈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백제인이 나가자 지훈이 입을 뗐다.

 "…선배님."
 "왜."
 "쟤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제 촉인데요."

 지훈이 한 템포 쉬고 말했다.

 "쟤 저한테 반한 것 같지 않아요?"

 역시나 미경만 느낀 게 아니었다.
 너무나 확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쎄."

 자신의 뇌의 판단과는 다른 말이 미경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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