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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3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3

SooyangLim 2021. 4. 30. 19:02

 '분명 벌레를 보고 피한 게 아냐.'

 미경은 홀로 숙소의 테이블 앞에 앉아서 소주를 한 병 까놓고 있었다.

 '손을 보고 피한 거야.'

 미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까 백제인이 피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심증이긴 하지만…….'

 미경은 술을 한 잔 마시며 용의 선상에 인물들을 하나씩 생각해 봤다.

 '…설마 백도경은 아니겠지? 좀 과하게 다정하단 느낌이 있긴 했는데…'

 "너 왜 여기서 마시고 있어?"

 그 때 백제인이 방에서 숙소 거실에서 혼자 마시고 있는 미경을 발견했다. 미경은 백제인이 술을 싫어하는 걸 알았기에 순간 당황했다.

 "어? 아 이거……."
 "술 냄새나잖아. 딴 데서 마셔 줘."

 백제인이 찬바람 쌩쌩 불게 말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 미안해. 나가서 마실게."

 미경은 그리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 짜증을 냈다.

 '아니, 하여간 얘는 진짜…….'

 미경은 욱 하는 마음에 일단 시도나 해봐야겠다 싶어서 말을 툭 던졌다.

 "나 술 안 마시면 같이 얘기라도 하지 않을래?"

 백제인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하고는 미경 쪽으로 돌아봤다.

 "난 술게임은 영 못하거든. 그렇다고 MT 와서 그냥 있기엔 심심하잖아."

 미경은 백제인의 반응에 약간 더 자신감을 같고 살갑게 말을 붙였다.

 "우리 수업도 같이 듣는데 친해지면 좋잖아?"
 
 백제인은 잠시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가와서 테이블 의자를 꺼내 앉으며 말했다.

 "좋아."
 "오!? 진짜 승낙 해줄지는 몰랐는데!"
 "하고 싶은 말 있어?"
 
 백제인이 앉자마자 물었다. 
 
 "너 오늘 하루종일 나 따라다녔잖아."
 "응? 아, 아닌데? 그냥 어쩌다 보니……."

 미경은 순간 당황했다.

 "아님 말고. 어쨌거나 챙겨줘서 고마워."

 백제인이 괜히 자신의 긴 머리를 정리하는 척하며 말했다.

 "난 외국에 오래 있어서 아직 어색해. 아직 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기도 하고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워." 

 백제인의 말에 미경은 생각했다.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해외에 오래 살아서 그런 거였나…….' 

 해외에 살았다고 다 이럴리는 없지만, 미경은 적당히 수긍해버렸다. 그러면서 미경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분위기도 편하게 하려 할 겸, 유도를 하려 했다.

 "우와, 난 외국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진짜 화려하고 그래?"
 "…네 상상하고는 많이 다를껄. 그냥… 그래……."
 "난 시골 촌구석에 살아서 그런 데 한 번도 못 가봐서 가보고 싶어. 우리 부모님은 맨날 돈 벌면 해외여행 시켜달라고 그러신다니깐?"
 "그렇구나……."
 "나 너네 집은 부잣집이라서 안 그러겠다! 입학식 때 오신 거 봤어! 울 부모님은 멀다고 안 오셨는데!"
 
 미경은 나름 진실을 섞어서 얘기했다. 물론 미경의 홀어머니께서 살아 계셨을 적 이야기지만.
 백제인이 미경의 말에 무언가 말을 엄청나게 아끼면서 말을 했다.

 "아니야 나도……. 아니, 난… 우리 부모님은 이혼 하셔서……."
 "앗 미안해……."

 미경이 당황한 척 하며 말했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백제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미경은 괜히 말 돌리는 척 백도경 얘기를 꺼냈다.

 "그, 그래도 아버지는 좋으신 분 같던데."
 "맞아. 나한테는 항상 좋은 분이야."

 백제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웃었다. 웃는 거 처음 보는데?'

 미경은 백제인의 미소에 내심 깜짝 놀랐다.
 백제인이 물었다.

 "너희 부모님도 좋은 분들이셔?"
 "응? 응. 잔소리가 많긴 하지만!"

 이제 미경은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그 때 술에 취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동기 하나가 들어오며 말했다.

 "어? 너네 안 자~?"
 
 동기가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보고 헤롱거리며 말했다.

 "안 자면 나랑 한 잔 더 안 할래~?"
 "음… 난 이만 들어가 잘게."
 
 백제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 그,그래."

 미경은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보냈다.



 "그게 다였어."

 미경이 담백하게 말했다. 어둑해질 저녁 무렵, 미경이 카페에 앉아 또 커피에 빨대를 꽂고 볼을 빵빵하게 불려가며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 커피는 미경의 속 같이 맹렬하게 부글거리고 있었다.

 "이후엔 대화할 틈도 없었어. 걔도 다시 벽 쌓았고."
 "큰 소득은 없는 거네요."

 지훈이 서류를 들고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진짜 걔도 철벽이 심하긴 하네요."
 "넌 어떻게 생각해?"
 "네?"
 "진짜 백도경이 좋은 '아빠'일까?"

 미경의 질문에 지훈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내리며 잠시 생각했다.

 "…글쎄요.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그러더니 자신이 보고 있는 서류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하기야 좀 전에 잡아넣은 이놈도 범죄자로는 안 보이긴 하죠."
 "성별이 반대라면 오히려 전 부인 쪽이 용의자에 가깝긴 한 데 말이야……."

 미경이 그동안의 이력을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모를 일이지. 그냥 예민한 걸수도 있으니까."    

 미경은 체념하듯 말했다.

 "근데 또 그런 불법 인체실험까지 한 양반이라……."

 미경이 또 커피를 부글거리며 말했다.
 서류를 바라보던 지훈이 미경을 흘끗 봤다가 다시 서류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전에는 몰랐는데 젊어지시니까 그런 행동들이 귀엽게 보이고 좋네요." 

 미경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그런 걸 하셨으면 대화방에서든 MT가서든 아줌마란 소리는 안 들으셨을 텐데. 그럼 제가 이렇게 따로 속성 과외 할 일이 없지 않았겠습니까."
 "…미안."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단호한 지훈의 말에 미경이 조용히 사과했다.
 그 때 지훈의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났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배성준 법의관입니다. 반장님께 연락하니 이쪽으로 연락하라고 하셔서요. 옆에 미경 형사님 있죠?"
 "아, 네 옆에 계십니다. 바꿔드릴까요?"

 지훈이 미경을 보며 말했다.
 미경이 누가 지훈한테 전화해서 자신을 찾나 싶어서 물었다.

 "누군데?"
 "배성준 법의관님이요."

 미경이 건네받았다.



 cctv천국인 나라에 cctv마저도 제대로 구비가 안 된 지역의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성준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뭐하고 있었어? 과외? 재밌겠네. 젊은 친구라 잘 가르쳐 주지?"

 성준은 자신의 차에 타며 말했다.

 "내 말투가 왜? 아닌데?"

 결국은 한 소리 들은 모양이다.

 "아, 응. 폰 복구 됐다고 해서 방금 받아놨어. 응. 응. 그래. 거기서 봐."

 성준이 전화를 끊고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

 캄캄한 차 안, 백미러에 눈이 보였다.



 솜씨 좋게 칼이 성준의 흉곽에 꽂혔다. 폐를 깊게 찔렸다. 피와 공기가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 뒤엉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성준은 비명 한 번 제대로 못 지르고 식은땀과 호흡 곤란으로 숨을 헐떡거렸다.

 "대답해. 그 년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그 년?" 

 성준이 자신을 찌른 놈을 돌아보며 비웃었다.

 "누군한테 욕질이야, 씹새끼가. 좆까."





 성준을 찌른 놈이 차 문을 닫으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휴대폰 확보했습니다."

 그는 피가 나는 곳을 움켜잡으며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성준을 버려두고 사건 현장을 벗어나며 말했다.

 "곧 죽을겁니다." 

 성준을 찌른 놈이 전화받는 소리가 성준의 차와 근처 전신주 뒤의 그림자와 점점 멀어졌다.

 "네, 곧 가져가겠습니다."



삑-

 백진회의 서재 안에서 백도경이 조용히 휴대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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