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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2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2

SooyangLim 2021. 4. 29. 19:01

 "그래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그 녀석이?"

 미경과 거리를 걸으며 듣고 있던 성준이 영 탐탁치않은 말투로 말했다.
 미경은 밝게 말했다.

 "응! 잘 됐어. 조력자 제대로 구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건 모르지. 그 녀석도 학교 다닌 지는 좀 됐을 거 아냐."

 성준은 기분 좋게 얘기하는 미경에게 떨떠름한 말투로 말했다.

 "난 잘 모르겠네."
 "왜? 신입이라 영 못 미더워?"
 "뭐 그런 것도 있고… 여러가지로……."

 성준이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옷가게를 바라보며 말했다.

 "됐고, 빨리 옷이나 사. 옷 안 가져 나와서 새로 필요하다며."
 "아, 맞아. 죄다 빌려 입었지."

 미경은 옷 가게로 들어가 사이즈를 보고 대충 몇 개를 집어 들었다.

 "가자. 계산 하면 돼."

 성준은 옷 가게를 둘러보다가 미경의 빠른 쇼핑 종료를 알리는 소리에 뒤돌아봤다. 성준은 미경이 고른 옷들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경이 고른 옷을 보는 순간 일단 눈에 확 들어오긴 했다. 왜냐하면 죄다 알록달록한 형광색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경은 주로 등산복이나 기능성 패딩과, 그에 가까운 옷들을 골라 들고 왔다. 그리고 편리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펑퍼짐한 옷들이었다.

 "…설마 그거 사려는 건 아니겠지."
 "왜? 이상해?" 

 미경은 옷들을 눈높이에 들어 살피며 말했다.

 "…대학에서 잠복한다며. 거기 노인 대학이야?"
 "요즘 애들 편하게 입던데."
 "그래도 그건 아냐."

 미경의 핀트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요즘 애들은 편하게 입고 다닌다'의 편함에 대해 성준은 반박했다.



찰칵 

 티격태격하는 성준과 미경의 모습을 가게 밖에서 렌즈로 당겨서 누군가가 찍고 있었다. 



 "수고 했어."

 며칠 뒤, 백일식품 사장인 백도현이 사진들을 보며 말했다.
 미경과 성준을 찍은 사진들을 찍어서 가져온 사람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후로는 김미경 형사와 접촉하지 않은 듯 합니다."
 "아마 당연히 몸 사리겠지."

 백도현이 그의 보고 내용을 들으며 말했다.

 "사진 속 여자가 김미경 형사와 닮은 걸 봐서는 그 여자가 김미경의 친인척이거나 대리인 역할을 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을 가져온 사람이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그 말에 성준의 행적을 찍은 사진들만 유심히 보던 백도현이 그제야 같이 찍힌 여자를 봤다.

 "일리 있는 추측이군."

 백도현은 김미경 형사의 증명사진을 봤다가, 다시 찍어 온 사진을 봤다. 백도현의 눈에도 확실히 닮긴 했었다. 하지만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런 것 치고는 두 사람이 다닌 행적이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는 그냥 만나는 여자일 수도 있겠지. 이 여자에게 시켰을 수도 있지만, 그냥 닮은 여자일 수도 있어."

 백도현이 다시 성준과 젊은 여자가 찍힌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성준이 만나는 여자라고 하기엔 좀 많이 젊어 보였다.

 "…그러기엔 좀 많이 젊어 보이긴 하지만. 근데 만약 애인이라 쳐도, 진짜 만나는 사이인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
 "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사진을 갖고 온 사람이 반문했다.

 "쥐고 흔들기 좋은 약점이니까. 특히나 우리 쪽이 불리하게 됐을 경우에는 더 좋을 거고." 

 백도현이 사진을 책상 위에 던지며 말했다.

 "좀 더 접근해서 캐내."
 "알겠습니다."
 "우리가 백일그룹을 확실히 넘겨받을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백도현이 사진을 가져온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모든 화살이 백도경을 향할 수 있게……."



 성준이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중,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다."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는 미경의 선배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폰에서 가져간 물질 알아냈냐?"
 "틈틈이 알아보고 있어요. 양이 얼마 없어서 애 먹고 있지만요."
 "그래?"
 "미경 누나 증상으로 봤을 때는 보톨리늄 쪽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성준이 다시 현미경에 눈을 갖다 대며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보톨리늄?"
 "보톡스 주사에 쓰이니까요. 근데 아니었어요. 그래서 활성 산소 제거 관련한 쪽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성준은 영 풀리지 않는 실마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 회사 주력 제품 중에 하나인 항암치료제 관련도 아닌 것 같고……. 항암 치료제 신약 연구 중이라고 해서 그거 관련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했거든요."
 "맞아. 나도 그건 인터넷 기사로 본 적 있어. 그것도 아니란 말이네."

 성준은 약간의 한숨 섞어서 대답했다.

 "네. 그래서 그냥 단순히 세포 재생이나 상처 치유나 재생 관련인가 싶었는데, 저렇게 전체적으로 젊어진 것 봐선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은 텔로미어 쪽 조사해 보려고요."
 
 성준이 각종 논문들을 조사해서 목록으로 만든 종이를 보며 말했다. 리스트에는 아닌 것을 지우느라 빨간 줄이 쫙쫙 그어져 있었다.

 "그쪽은 뭐 알아냈어요?"
 "어. 난 복구했다."
 "정말요!?"
 "근데 이게 완전하게 된 건 아니라서……."
 "아……."
 "직접 보고 판별 해야 될 거다. 김미경이한테 빨리 가지고 가라고 해라."

 그 말에 성준이 멈칫하며 말했다.

 "어? 며칠간 안될 텐데."
 "아니, 왜?"
 "대학교 MT 간다던데요."
 "그럼 네가 대신 와서 받아가고 나중에 전달 해."
 "그러죠, 뭐."



치익-

 45인승 전세 관광버스가 교내에 줄줄이 들어와 정차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학생들이 버스 앞으로 다가가자 버스 문이 열렸다. 버스 운전기사가 고개를 끄덕하자 학생들이 이내 하나둘씩 탑승하기 시작했다.

 백제인은 빠르게 버스에 타서 앉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백제인에게 미경이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돼?"
 "맘대로."

 백제인 옆에 앉은 미경은 승리의 미소를 씨익 지었다.

 'MT에 올 줄이야……. 좋아. 친밀도를 좀 올려볼까?'

 "안녕? 우리 수업 같이 듣···"

 미경은 활기차게 백제인에게 인사를 건넸다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시선이 그녀의 스마트폰과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향했다.

 '이런 썩을 현대 문명…!'

 미경은 대학생 때 좀 사는 친구들이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들고 다니며 귀에 꽂고 다니던 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나 학생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망할!'

 미경은 교복 입고 다닐 시절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 들고 소풍 가던 시절까지 떠올렸다. 

 '아니, 것보다 이건 그냥 싸가지 없는 거 아냐!?'

 아예 말도 걸지 말라는 것 같이 고개 돌리고 팔짱 끼고 이어폰까지 꽂고 있는 백제인을 보고 있으니, 미경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미경은 하는 수 없이 불만으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고개를 돌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좀 기다려 봐야…'

 "안녕?"

 그 때 버스 중간 복도 건너편에 앉은 학생이 말을 걸었다.

 "너 'ㅇㅇ의 이해' 수업 듣지? 난 ㅇㅇㅇ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아, 난 김미ㄱ…김민경! 너도 그거 들어?"

 미경은 그 친구들과 활기차게 대화를 시작했다.
  
 노랫소리를 뚫고 옆이 시끄럽자 백제인은 고개를 돌려 시끄러운 쪽을 봤다. 미경이 다른 친구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고 이야기 하는 게 보였다. 백제인은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오지 말 걸 그랬나.'

 미경은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MT? 가는 게 좋지. 새 친구도 사귀고." 

 언제나처럼 회장인 백진회의 개인 서재를 쓰며 링거를 맞고 있던 그가 말했다.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빙긋 미소를 지으며 백제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게 좋단다. 시간이 지나면 다 의미가 있거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걸까. 시간낭비 같은데.'

 백제인은 창 밖을 바라보며 음악의 볼륨을 올렸다.



 초록색 소주병들이 텅텅 비어갈 무렵이었다.

 "몇 명 비는 것 같다?"
 "몇 명은 멀미 때문에 회복이 안 돼서 쉬고 있어요."
 "엥? 아직도? 걔들이랑 아까 말한 애들 말고 더 있나?"

 선배들 중 하나가 인원을 세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누가 없는지 깨닫고 물었다.

 "…백제인은?"
 "걘 모르겠어요. 너 알아?"
 "야, 걘 냅 둬."

 다른 선배 하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부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대체 왜 온 건지……."
 "야! 그건 안 되지!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 그리고 개인 행동은 위험해. 주변이 다 산이잖아? 물가도 있고."

 동그란 안경을 끼고 일자 앞머리 선배가 동기를 나무라며 말했다. 그리고는 백제인 말이 나오자 하루 종일 백제인 옆에서 알짱대며 있던 미경에게 말했다.

 "너, 제인이 좀 찾아볼래?"
 "넵!"

 미경은 숙소의 방마다 돌아다녔다. 하지만 백제인은 보이지 않았다.

 '얘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밖에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1층으로 갔다. 그러나 로비에도 없었다. 미경은 한숨을 쉬고 음료수나 뽑아 먹을까 싶어서 1층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쪽에 있는 자판기 쪽으로 갔다. 

 "오!"

 거기에 백제인이 있었다.
 미경은 밝은 모습으로 다가갔다.

 "제인아~ 선배들이 찾아! 어서 가서 놀자~" 
 "난 술 싫어해."

 백제인이 딱 잘라 말했다.

 "술 마시지 말고 게임만 하면 되지~"
 "난 냄새도 싫어. 술 취한 사람 보는 것도 싫고."
 "!?"

 미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백제인은 다시 밖을 보며 말했다.

 "그냥 속 안 좋아서 바람 쐬고 있다고 전해 줘. 어차피 밤이라 어디 안 가니까." 
 "그,그래? 알았어." 

 미경은 일단 그렇게 대답하며 생각했다.

 '20년 이상 형사 생활한 감으로 이 반응은 뭔가… 뭔가 있는데?'

 "어? 너희 안 들어가니?"

 다른 선배 하나가 자차를 타고 늦은 시간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그는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후배들이 부탁한 음식을 사들고 오는 참이었다.
 
 "너희도 늦게 도착했어? 어서 들어가~ 밖에 춥잖아."
 "앗! 안녕하세요~"

 미경은 밝게 인사했다.

 "어서 들어가~ 난 이거 마저 피고 들어갈 거야. 여기 있으면 담배 냄새 날 거…어?"

 선배가 백제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경이 백제인을 보자, 백제인의 머리에 다리가 긴 귀뚜라미 하나가 어느새 붙어 있었다. 

 선배가 귀뚜라미를 떼주려고 손을 뻗었다.

 "너 거기 벌레…"

 백제인이 귀뚜라미를 쳐다봤다가 다시 다가오는 선배의 손을 봤다.

흠칫



 백제인이 흠칫하더니 몸을 확 피했다.
 머리에 붙어 있던 귀뚜라미가 백제인의 움직임 때문에 날아갔다.

 "어 날아갔다."

 선배가 떠나는 귀뚜라미를 보며 다시는 귀뚜라미가 오지 말라는 듯 귀뚜라미에게 손을 휘저었다.
 미경은 그런 백제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버, 벌레도 나오니 이만 들어갈게요."

 백제인이 어느새 몸을 잔뜩 움츠리고 말했다.

 "……."

 미경은 말없이 그런 그녀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

 선배는 밝게 웃으며 두 사람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선배와의 거리가 멀어지자 백제인이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찍 잔다고 전해줘."
 "어? 그, 그래."
 "먼저 올라갈게."

 미경이 대답하자 백제인은 급히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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