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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미행

SooyangLim 2020. 12. 28. 20:59

 어느 늦은 밤, 자고 있던 고양이는 방 밖에서 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게 무슨 소리지?'


 고양이는 비몽사몽 해서 비틀거리며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거실로 나가보니 밀 메이커가 큰 망토를 입고 문 밖을 나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고양이는 머릿속에 의문이 잔뜩 피어올랐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어딜 가는 것일까옹? 수상하기 그지 없다옹.'

 이런 의문들의 끝에 고양이는 눈을 반짝이며 결심했다.

 "따라가봐야겠다옹!"

 고양이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밀 메이커의 뒤를 따라나섰다. 고양이는 '진짜 캣워크'로 기척을 죽이고 빠르게 이동하는 밀 메이커의 뒤를 밟았다.
 그때,



 밀 메이커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

 밀 메이커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흐음. 헷갈렸나······."

 밀 메이커는 중얼거리며 다시 걸음을 뗐다.

 밀 메이커가 다시 빠르기 이동하기 시작하자, 근처 수풀에서 고양이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나왔다.

 


   

 그렇게 밀 메이커를 따라가던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어느 으슥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

 고양이는 건물 옆 수풀 뒤에 숨어서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고민했다.

 '어쩌지? 들어갈까 말까?'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밀 메이커가 들어간 컴컴한 건물의 입구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 안은 불이 꺼져 있어서 고양이가 보기에도 아주 컴컴한 곳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고양이는 이윽고 결심했다.

 '용기 내보겠다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걸어간 흔적을 따라 어두컴컴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간혹 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이 있는 긴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도 몇 개 따라 올라가고 또다시 긴 복도를 걸어갔다.
 
 한참을 밀 메이커의 흔적을 따라 쫓던 중에 고양이는 문이 살짝 열린 곳을 발견 했다. 문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밀 메이커는 그 안에 있는 듯했다.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문 옆에 서서 그 안을 바라봤다.


 '쟤들 대체 뭐하는거야?'

 그 안에는 밀 메이커가 몇몇 다른 이들과 함께 있었다. 
 밀 메이커는 낡은 책 같은 것을 넘겨받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순간, 고양이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꼈다. 고양이는 소름이 쫘악 돋고 몸이 미약하게 떨렸다.

 '···뭔가 위험해. 도망가야겠···'

 휙

 갑자기 그들과 대화하던 밀 메이커가 뒤를 돌아봤다.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보자, 밀 메이커와 대화하던 이들의 눈들이 다 고양이에게 집중됐다.

 "캬옹!"

 깜짝 놀란 고양이는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번쩍!

 그때 갑자기 긴 복도에 불이 일제히 켜졌다.
 그리고는···

 드르르르르

 무언가 크고 이상한 소리들이 나더니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던 수많은 창문과 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창문과 문들 뒤에서 수많은 눈들이 튀어나와 고양이를 바라봤다.

 "끼야옹!!"

 고양이는 울부짖으며 달렸다. 수많은 손가락과 손들이 고양이를 잡으려 했다. 고양이는 그 손들과 손가락들을 피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텁

 "야옹?" 

 고양이가 떨리는 소리를 냈다. 고양이의 몸이 휙 들렸다.
 수많은 손들 중에 한 쌍이 고양이를 잡아 들어 올렸다.

 '날 죽이겠지······.' 

 고양이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천이 고양이의 코를 덮었다. 고양이는 발버둥 쳤다. 발버둥 치면서 고양이의 코에 천을 덮으려는 손에 고양이의 발톱이 길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발버둥도 잠시, 고양이의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눈이 감기고 시야가 흐려졌다.

 그 와중에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잠시 보이는 듯했다.



 "고양이야 일어나야지!"

 밀 메이커의 아침을 깨우는 목소리에 고양이가 눈을 번쩍 떴다.

 "밥 먹자."

 방문이 열리고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손이 밥그릇이 놓고 갔다.

 고양이는 익숙한 집에 이상한 물건들이 있는 익숙하지 않은 방 안에 있었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의 포근한 이불을 엎고 베개를 베고 밀 메이커의 이부자리에 누워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나 왜 안 죽었어? 전부 다 꿈이었던 걸까? 근데 여긴 또 어디야 대체? 우리 집인 것 같은데 뭐야 밀 메이커 방인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잠깐 지금 시간은 몇 시지? 얼마나 잠들었던 거야? 아니 잠들었던 건 맞나? 누가 날 기절하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잠든 동안 뭔가 나쁜 일을 당한 건 아니겠지 설마? 근데 거긴 어디였던 거지? 수상했는데'

 고양이는 수많은 의혹들로 머릿속을 잔뜩 채웠다.

 순간, 고양이는 좀 전에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밀 메이커의 손을 떠올렸다.

 "아하!"

 고양이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불안함에 쳐져있던 꼬리가 다시 슬며시 올라갔다.

 "···밥이나 먹어야겠다옹~"

 그렇게 해맑게 말한 고양이는 밥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밀 메이커가 국자를 들고 와서 옆에 와서 쭈그려 앉았다. 고양이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밀 메이커가 말했다.

  "더 먹을래?"

 그렇게 말하는 밀 메이커 옆으로 아까 정신없어서 있는지도 몰랐던 몇 권의 낡은 책들이 고양이의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의 눈에 어젯밤 밀 메이커가 건네받은 책들과, 최근에 밀 메이커 자주 읽던 책 하나가 보였다. 


 "···근데 저 책들은 뭐냐옹?"
 "···저거?"

 밀 메이커가 책들 위로 붕대를 감은 손을 뻗었다.

 "얘기 해줄까? 여기서 좀 먼 곳, 행성 마타마이니 행성력 4332년의 마지막 날, 병원에서 죽은 어느 노인의 일기장인데······." 



* * *
 "저 왔어요~"

 얼어붙을 듯 차가운 날씨, 병실 밖에는 눈이 내려 곳곳에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했다. 눈길을 뚫고 중년의 여자가 병실에 누워 있는 노인을 찾아왔다. 노인이 누워있는 침대 옆 협탁에는 낡은 일기장들이 몇 권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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