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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完. (2부 27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完. (2부 27화)

SooyangLim 2024. 1. 4. 19:03

 "누나 내신 엄청 좋지 않아요? 수시로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진우가 공부는 뒷전인 채 아이스크림을 3개째 까먹으며 말했다. 
 그 말에 수현이 계속 문제를 풀던 손을 멈췄다.

 "우리 반에 공부 아예 안 하는 애는 가수 지망생인 애 하나 밖에 없어. 근데 걔도 수능은 쳐. 그러니까 의대 지망생인 내가 공부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러니까 너도 아이스크림 그만 먹고 어서 공부해! 너 작년에 평균 70도 안 됐었다면서? 중간고사 때 한 번 80점 넘었다고 안심하고 있으면 안 돼."

 수현은 자신의 반에 가수 준비를 한다는 친구를 언급하며 진우에게 잔소리를 했다.
 데뷔라는 말에 주현이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작사를 하고, 또한 제이에게 선물로 받은 기타를 치며 작곡을 하다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걔는 데뷔가 언제라고 그랬지?"
 "정확히는 몰라요. 여름 내내 팀원들이랑 연습할 것 같다던데요."
 "가을에 데뷔하려나?"
 "여름 내내면 그렇지 않을까요? 오빠, 나중에 혹시 마주치면 인사 잘 받아줘요. 응원도 해주고, 잘하라고 덕담도 해주고요. 좀 잘 챙겨줘요."

 수현의 부탁에 주현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걱정 마. 난 모든 후배들한테 잘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으니까. 근데 그룹 이름이 뭔데?" 
 
 수현은 잠시 문제집에서 눈을 뜨고 기억해내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뭐였더라? 행운의 여신 어쩌고 했는데."
 "정답! 나이키!"

 진우가 당당하게 외쳤다.

 "니케는 승리의 여신이야."

 옆에 있던 김두원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주현이 행운이라는 말에 중얼거렸다.

 "행운… 럭키… 포춘…"
 "정답! 포춘 쿠키!"  
 
 진우가 또 외쳤다.
 수현이 샤프 뒷부분으로 이마를 관자놀이를 콩콩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아, 그거랑 비슷한 건데……."
 "정답! 미스 포춘!"
 
 진우의 외침에 주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건 게임 캐릭터잖아……."

 그 때 김두원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힌트 줄까? 네 글자."
 "아 포르투나!" 

 수현이 드디어 기억을 해냈다.
 진우가 이름을 듣고는 말했다.

 "포르투나? 이름 되게 이쁘네요."
 "기억 해놓을게."

 주현은 그렇게 말하며 작사를 위한 노트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첫 콘서트 하면 나중에 자리 하나 받기로 했어요."

 수현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 말에 진우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맞다, 형! 여름에 콘서트 한다면서요?"
 "응. 어쿠스틱 콘서트."
 "우리 반 애들이 요즘 송즈 콘서트 얘기 엄청 해요. 기말 끝나고 갈 거라고 티켓팅만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근데 3일 밖에 안 한다고 엄청 뭐라 해요."
 "갑자기 잡은 거라 어쩔 수 없었어. 이미 공연장 마다 예약이 다 들어가 있었거든. 대신 그 때 공개할 깜짝 선물을 만들고 있지."

 주현은 그렇게 말하며 작사를 하던 노트를 들어 흔들어 보여줬다.

 "신곡이에요?" 
 "응. 콘서트 첫 날 공개하고 부를 거야."

 그 때 김두원이 서류 한 장을 진우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수현이는 고3이라 공부해야 되고, 주현이는 콘서트 준비 때문에 바쁘니까 진우가 다녀와야겠다."
 "네?"
 "공항에 마중가야 돼."
 "누구요? 다이아요?"
 "다이아도 오고, 네가 한 번도 못 본 형도 있어. 수영선수 있다고 얘기했었지? 이번에 여기서 대회를 하는 김에 겸사겸사 오는 거야."
 "아하."
 "그리고 다들 처음 보는 친구도 있어. 얼마 전에 발현 됐거든. 이제 이 친구가 마지막이 될 거야."
 
 그 말에 수현과 주현도 고개를 들어 김두원을 봤다. 김두원은 다리를 꼬고 깍지를 낀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투약한 사람은 없어."

 그 말에 진우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 치료자에요?"
 "아니. 마지막 생존자야. 너랑 동갑이고."
 "…그럼 우리 뿐인 거네요……."
 
 진우의 질문에 김두원은 대답 대신 그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가 김두원에 보던 두꺼운 서류를 보며 물었다.

 "…그럼 나머지 명단은…?"
 "안타깝지만……."

 김두원이 말 끝을 흐렸다. 주현이 김미경 형사 같은 예외를 떠올리며 물었다.

 "확실한 거에요?"
 "확실해. 성인은 김미경 형사처럼 대부분 살았지만, 아이들은 너희랑 그 아이가 끝이야. 더 이상 숨기는 것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고."

 김두원이 주현이 뭐 때문에 묻는지 알고 말했다. 이제 미경과 주현의 풀 스토리는 이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김두원의 말에 다들 표정이 침울해졌다.

 "까먹지마. 너희 학교 기말고사 마지막 날 저녁이야."

 김두원이 진우에게 당부했다.



 "놀러가고 싶었는데……."

 진우가 공항에서 툴툴거리며 환영한다는 팻말을 들고 기다렸다.
 그 때 문이 열리고 다이아가 튀어나와 진우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진우 오빠!"
 "어? 너만 왔어?"
 "나만 먼저 나왔다."

 다이아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이아의 부모님이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우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지만 다이아의 부모님은 인사말 외에는 진우의 모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무언가 반갑게 진우에게 말했지만, 진우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진우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 알았으면 통탄할 일이었다.

 "다, 다이아. 나 통역 좀……."

 진우가 외국어 울렁증을 느끼며 다이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요청했디.
 그 때 다이아의 가족들 뒤로 키 큰 진갈색 머리의 까까머리의 남자와 그의 코치가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진우보다 약간 더 작은 여자아이와 그녀와 함께 온 그녀의 큰오빠도 다가왔다. 여자아이가 다가오자 진우는 어색하게 말했다.

 "어……. 유… 네임…"

 진우가 기다리던 사람이 맞는지 이름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어떻게 물어야 될 지 몰라서 더듬거렸다.
 진우와 동갑이라는 여자아이는 쾌활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과 그녀 모국어의 강한 억양, 그리고 열심히 연습한 한국어를 써서 반갑게 인사했다.

 "Oh, Here you are! 안뇽하쎄요! Are you JinWoo? 저는 Amelia(아멜리아)입미다! Nice to meet you!"
 "나이스 투 미츄 투…?"

 진우는 아멜리아에게 혹시 실수할까봐 떨며 기계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옆의 수영 선수도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앤… 유……?"
 "I'm Noah. Nice to meet you, 진우. I heard about you from Dr.Kim, 주현 and Dia."

 아멜리아와 달리 노아는 다른 나라 억양으로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노아는 유난히 이름을 잘 발음했지만, 진우는 이상한 것을 전혀 눈치 못 챘다. 진우는 제대로 못 알아들은 채 얼떨떨하게 악수를 했다.

 "아 하. 나 이 스 투 미 츄 투, 노 아. 웰 컴."

 후들거리며 외국어로 말하려 애쓰는 진우에게 아멜리아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밝은 얼굴로 진우에게 빠르게 재잘거렸다.

 "Oh, I heard about you from Dr.Kim, too! He said you're the same age as me, right? you know, I was so relieved to hear that there's someone my age here!"
 "아… 예……."
 "You konw what? This is my first time traveling abroad!"
 "어……."
 "I've always wanted to go to this country! Now that I'm in here, I have to confess that I'm a HUGE fan of The Song's!"
 "소, 송즈?"
 "Yeah! Song's! I REALLY love them! So I saved up money to come on this trip. And I've always wanted to go to their concerts! Well, You konw, It's not exactly what I imagined, but I'm sooooo happy I could make it here like this!"
 "오……."

 진우는 난생 처음 듣는 외국어 듣기의 속도에 간신히 몇 단어만 알아들은 채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노아와 다이아가 흥미롭게 바라봤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얼어붙은 진우의 그런 모습에 약간 기분이 상해버렸다. 진우가 외국어를 못 해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생각 못한 것이었다.
 갑자기 침묵이 찾아오자 진우는 뻘쭘한 얼굴로 얼어있다가 공항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레츠고?"
 "응! Let's go!"

 다이아가 활기차게 말했다.
 진우는 공항 밖을 가리키며 어색하게 말했다.

 "어, 그… 팔로미. 컴컴."

 진우는 공항 철도를 탈 때까지 동안 컴컴 이라는 말만 써가며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어휴, 죽겠네."

 진우는 철도를 타고 자리에 앉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아멜리아에게 한 마디도 안 하고 폰만 바라보거나, 언어가 통한다고 생각하는 다이아에게만 말을 붙였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아멜리아는 진우에게 계속 말을 붙이려 노력했다. 아멜리아는 참 밝고 말이 많은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진우는 원래도 그렇게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외국어 울렁증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말을 못 했다. 심지어 아멜리아가 말하는 주제들 대부분이 진우가 잘 모르는 것들이거나, 관심이 전혀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진우는 그저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을 반복했다.
 
 그야말로 둘은 상극이었다. 때문에 아멜리아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노아는 코치와 아멜리아의 오빠와 대화를 하다가 간간히 재밌다는 듯 흘끗거리며 바라보곤 했다 

 "다이아, 내리면 차가 와 있데."
 "말하면 돼?" 
 "응. 통역 해줘."

 그렇게 다이아가 간간히 통역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아는 다이아가 통역하기 전에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진우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아멜리아가 다이아의 통역을 듣고 진우를 보며 물었다.
 
 "So, we will take a taxi?"
 "택시 타?"

 다이아의 통역에 진우가 짧게 대답했다.
 
 "노."

 진우의 짧디 짧은 대답에 아멜리아는 한층 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다이아는 그런 아멜리아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진우에게 말했다.

 "진우 오빠. 언니랑 대화 좀 해."
 "나 얘가 하는 말 못 알아듣겠어……."

 진우의 말에 다이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진우는 드디어 대화할 소재가 생각났다.

 "아, 그럼 그 조절하는 약은 먹었으려나? 나우… 알 유 오케이? 두 유 헤브 드럭?"
 "WHAT????"
 
 진우의 질문에 아멜리아가 험악한 표정으로 기겁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노아가 대신 도와줬다.

 "Amelia, what he wanted to say was about the medicine that controls the power. I mean, the energy."
 "Ah~ I see. Yeah, I took that. Actually, I had not received the pills. But I was shared Dia and Noah's. So, that's why I participated in this trip."
 
 아멜리아가 진우의 의도를 알고 나서야 진정했다. 물론 이미지는 더 안 좋아졌지만.
 그리고 그들의 대화 내용을 다이아가 통역해줬다.

 "약 직접 받지 않았는데 노아 오빠랑 내 약 나눠 받은 거 먹었다고 한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외국어 너무 어려워……."



 그렇게 가는 동안 내내 진우와 아멜리아는 계속 부딪혔다. 그들은 공항 철도에서 내려서 주현의 소속사에서 보내온 차를 타고서야 좀 소강상태가 됐다. 아멜리아는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이국적인 도시의 야경을 보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들이 공항에 도착했던 시간부터가 이미 저녁시간이었다보니 어느새 꽤 늦은 밤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다이아의 부모님과 노아의 코치, 그리고 아멜리아의 오빠는 숙소에 먼저 들어가 있기로 했다. 그들은 구비된 숙소 쪽으로 따로 떨어져서 이동했다.

 "Where we go now?"

 아멜리아는 일행과 떨어져서 따로 움직이자 불안한 듯 물었다. 송즈의 팬인 아멜리아는 잘나가 소속사 건물의 직원용 통로로 들어가게 됐을 때도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이아가 김두원이 있는 곳에 왔다고 얘기했지만, 병원과는 거리가 먼 풍경 때문에 그저 의아하고 불안할 뿐이었다.
 그리고 사장실 옆의 안무실로 위장한 곳에 들어섰다.

 "WOW~"

 아멜리아는 숨겨진 장소가 열리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어서 와."
 "!!!"

 아멜리아는 주현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OH MY GOD!!! WHY YOU DIDN'T SAY!? WHY YOU DIDN'T SAY THIS!?"

 아멜리아가 콧김을 팍팍 뿜으면서 흥분해서 진우를 붙들고 짤랑짤랑 흔들며 소리쳤다. 아멜리아는 눈 앞의 현실에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아멜리아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그저 잡힌 채 흔들릴 뿐이었다.

 "아 얘 왜 이래……."

 진우가 중얼거렸다.

 "형, 오랜만이에요."
 "!?"

 그 때 진우의 귀에 노아의 제법 괜찮은 진우의 모국어가 들렸다.

 "어!? 뭐야!? 우리나라 말 할 수 있었어요!?"

 진우가 배신감을 느끼며 소리쳤다.
 노아가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안 물어봤잖아."
 "아니, 그래도 할 줄 알면 얘기하죠! 완전 개고생하면서 왔는데!"
 "사실 재밌어서 그랬어. 미안."
 "하……. 이 형도 좀 이상해."

 진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사이 아멜리아는 주현 옆에 다가가서 팬심을 고백하고 있었다. 그 사이 노아는 가져온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김두원에게 건넸다.

 "면세점에서 샀어요."
 "고맙다."
 "앞으로 여기 자주 못 올 것 같아요."

 노아의 말에 김두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이가 선수로서 마지막일 것 같아요." 
 
 노아는 아직 조사가 헷갈리는 지 같이 말했다. 
 노아의 말에 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형도 강해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은퇴 할 거야. 내가 선수로 뛰는 건 반칙이나 다르지 않어."
 "네? 왜요?"
 "레벨이가 달라서."
 "레벨요?"

 그 말에 듣고 있던 주현이 말했다.

 "실력이 너무 압도적이니까."
 "사실 나는 대회에 참가하면 안 되는데 나의 개인적 욕심 때문에 참가하고 있어. 양심에 너무 찔린다."

 주현의 말에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말로 양심에 찔리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엥? 왜요?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진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멜리아는 이들의 대화를 이해하고 싶어서 번역기를 틀었다. 다이아는 옆에서 번역기의 틀린 부분을 지적해줬다. 
 진우의 질문에 주현이 대신 대답했다.

 "인간이 돌고래랑 수영 대결을 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니까."
 "아하."

 진우가 그제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주현의 말에 맞장구 치며 말했다.

 "딱 그거! 체급 차이 같은 거! 그리고 지금 먹는 약 계속 먹어야 되는 것도 문제. 성분들이가 언제 도핑에 막힐 지도 알 수 없어."
 
 노아의 말에 진우가 물었다.

 "힘을 제어하는 약이니까 오히려 도핑이랑 거리가 먼 거 아니에요?"
 "그런 이유로 경기력 안 좋은 영향 미치는 마약류들이가 있는데, 그것들 역시 다 금지."

 노아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럼 그만 두면 뭐 할 거에요?"
 "Marine rescuer 하고 싶어."

 그 말에 진우가 물었다.

 "마, 마린…? 그게 뭐죠…?"
 "해상구조사."

 김두원이 옆에서 검색해보고는 말해줬다.
 그 사이 아멜리아는 주현에게 자신은 송즈를 만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아는 냉장고 안의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면서 자신의 꿈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것이었다는 말을 했다.
 노아가 진우에게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수영 잘 하고 잠수능력 좋으니까 사람들 도울 수 있어."
 "와 멋지다……."

 딱히 진로를 정해 둔 게 없던 진우는 그런 노아가 부러웠다.

 "저는 하고 싶은게 아직 없는데……. 전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이에요." 

 진우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주현이 아멜리아가 가져온 물건에 싸인을 해주면서 말했다.

 "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몰라. 살다 보면 많이 변해. 나는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 말에 컴퓨터 화면을 보던 김두원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것도 맞지만, 사실 사람 잘 안 변해."
 "그런가요? 전 요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사는 거 보면 신기해요. 어릴 때 친구들도 요즘 보니 다 제각각으로 살더라고요."

 주현이 최근에 든 생각을 말했다.
 김두원은 씁쓸하게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지? 왜 그 지경이 됐을까? 변해서? 아니면 안 변해서?"

 그때 숨겨진 공간이 또 열리더니 수현이 학교를 마치고 왔다. 수현은 어쩐지 씩씩 거리고 있었다.

 "그 자식은 왜 그렇게 일이 잘 풀리는 거예요?"

 수현은 휴대폰을 푹신한 소파에 집어던지며 짜증냈다.

 "나도 봤어."

 주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 놈 또 뭐 잘 됐어요?"
 
 노아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수현에게 물었다.

 "기사난 거 보내줄까?"

 주현의 말에 진우가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 말하는 거예요?"
 "누구긴. 머리 말야. 몸통."

 수현이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며 말했다.

 "네?"
 "잘린 꼬리 말고 머리. 우리가 이 고생하는 원흉."

 수현은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

 "다들 최종 보스가 누군지 알아요?"

 진우의 말에 다들 껄껄 웃었다.

 "???"

 하지만 진우는 웃지 않고 그저 의아한 표정으로 앉아있자 웃음이 잦아들었다. 

 "…아. 말 안 했었나?"

 주현이 진우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당연히 아는 줄 알았는데요."

 수현이 김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까먹고 말 안 해줬나 보다."

 김두원이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누구에요?"

 진우는 궁금한 표정으로 김두원을 바라봤다.
 김두원이 인터넷 기사를 화면에 띄워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찰칵

 "한 말씀 해주시죠!"

찰칵찰칵

 "출소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찰칵찰칵

 기자들이 감옥에서 막 나온 사람에게 우르르 몰려가서 사진을 찍으며 질문을 했다. 감옥에서 막 나온 사람은 전 백일 그룹의 회장이던 백진회의 아들인 백도현이었다. 오늘은 불법 연구 지시와 존속 살인 미수죄 등의 죄가 있는 범죄자 백도현의 출소날이었다. 그를 감방에 보내려던 이가 얼마나 이를 갈았으면, 본인의 사회적 위치와 재력에 비해서 제법 오래 감방에 썩다 나왔다.

 "……."

 백도현은 기자들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가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한옥 형태의 고급 식당이었다. 그가 독채 안으로 들어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어서 와라. 고생 많았다."

 기다리던 이는 백도현의 어머니인 이연자였다. 

 "도진이는요?"

 백도현이 자리에 앉으며 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이연자가 자리에 앉아 시켜놓은 음식을 어서 먹으라고 손짓을 하며 말했다.

 "데리러 갔다. 난치병 센터장 취임식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다더구나."
 "타이밍 좋네요."
 "그래. 출소에 맞춰 아주 겹경사구나."

 이연자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때 문이 열렸다.



끼익

 오늘따라 일찍 문을 닫은 고급 바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선글라스를 낀 미경이었다.

 "어서오십시오."

 바텐더가 미경이 들어오자 문을 잠갔다. 바 하나를 통채로 빌릴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손님이 안에 와 있는 모양이었다.

 미경은 익숙하게 바에 혼자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미경이 올 걸 알고 있었는지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그는 현 백일그룹 회장인 신현석이었다.

 "출소 했어요."

 미경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바텐더에게 말했다.

 "같은 걸로 줘요."
 "이런 술은 돈 아깝다더니 웬일입니까."

 신현석이 미경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바텐더가 얼음을 깎기 시작한 모습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경은 선글라스를 벗어서 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백진회가 위스키 자주 마셨다면서요."
 "마시기만 하셨죠. 아버지는 술을 못 하셨습니다." 

 신현석은 백 전 회장을 이제 아버지라고 불렀다.

 "죽기 전에 술 많이 마셨다더니?"
 "그 속을 뭘로 달랬겠습니까?"

 신현석이 그렇게 말하며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살짝 찌푸려진 미간으로 말했다.

 "그 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말이죠. 몸에 받지도 않는 술을 왜 마시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킬 게 많으면서 왜 그렇게 마셔대는지, 도대체 왜 마시는지 몰랐었죠. "
 "……."
 "나는 그런 당신(백 전 회장)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무제한으로 진통제를 때려 넣는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이해 되나 봐요?"

 미경이 바텐더 손에서 얼음이 구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멍한 눈빛으로 물었다.
 신현석은 다시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니요." 
 "…참 희한한 양반이야."
 "나는 끝까지 이해 안 할 겁니다. 나는 그렇게 못 살거든요." 
 
 그 말에 김미경은 피식 비웃었다.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아닌 척하는 게 웃긴 모양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당신이 좀 그립습니다."

 신현석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모금 마셨다. 두 사람 사이에 바텐더가 얼음을 깎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렇게 잠시 침묵을 지키는 사이 미경 앞에 잔이 놓였다.
 
 "필요하실 때 불러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바텐더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미경이 한 모금 마시는 동안 신현석이 말했다.

 "오늘 놈이 센터장 되자 마자 놈들 보러 갔습니다."
 "표정 관리 잘 했어요?"
 
 잠깐 침묵이 이어졌다. 신현석은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최선은 다 했습니다."

 그 대답에 미경이 말했다.

 "당신도 이제 많이 늙었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무슨."
 "난 놈들 덕분에 겉은 탱탱하거든요?"
 "그래봤자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며 신현석이 옆에 놔뒀던 서류 파일을 미경 앞에 놨다. 미경이 술을 마시며 신현석이 건넨 자료를 열어 봤다.
 신현석이 말했다.

 "빛이 많이 필요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에 놈이 만들어낸 바다 괴물 생각하면 바닷속에 있을 것 같은데……."
 "광량이 필요하니 바다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일단 김두원한테 잘 전달할게요. 지상이면 편하고, 바다라도 문제는 없으니까요."

 미경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자료를 잘 정리해서 파일 안에 넣었다. 그리고 파일을 잘 봉하며 말했다.

 "아참. 애도 이제 회복 잘 했어요. 콘서트도 한다더라고요."

 미경이 주현의 소식을 전해줬다.

 "그것 참 다행입니다."

 신현석은 단조로운 말투로 말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난 당신 방식이 맘에 안 들어."

 그렇게 말하고 미경은 술 잔에 남은 술을 털어먹고는 말했다.

 "애한테 몹쓸 짓을 한 거 알죠? 어찌 보면 애 인생을 망친 거 아냐." 
 "…그렇겠지." 

 김두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미경의 술잔을 가만히 바라봤다. 물끄러미 잔을 바라보던 신현석이 말했다.

 "어찌보면 우리가 녀석들의 운 좋은 미래일지 모르겠습니다. 형사님은 김두원 같고, 나는 놈 같으니까."

 그 말에 미경이 기가 차다는 듯 소리를 냈다.

 "허!"

 그리고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신현석씨. 그딴 소리 하지 말죠? 그 녀석 같은 놈이 우리 중에 어딨어?"

 그러더니 여전히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선글라스를 끼며 말했다.

 "헛소리 말고 그 놈 감시나 잘 하고 있어요."



 "그는 난치병 센터장이고…"

 김두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우가 김두원이 보여준 화면을 바라봤다. 기사의 사진에는 한 남자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찰칵찰칵

 단상 위의 인물을 향해 후레쉬 세례가 이어졌다.

 "이어서 축하공연이 있겠습니다!"

 얼마나 성대하게 하는 지, 난치병 센터 취임 축하 만찬회장에 유명 가수까지 불러서 축하 공연을 열었다. 물론, 난치병 센터를 위한 자선 공연도 같이 여는 조건이 명분이었으므로 무급 공연이지만.

 "안녕하세요, 샤인 데이입니다!"

 샤인 데이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올라왔다.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속을 알 수 없는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샤인 데이는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 으리으리한 만찬장과 좌중을 한 번 쓱 둘러봤다. 그 시선에는 아마 그도 걸려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샤인 데이의 공연이 끝났다. 그러자 그의 건배사와 함께 다들 샴페인 잔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성대한 축하와 박수소리가 만찬회장을 가득 채웠다.

 "자 그럼 다들 즐기시죠."
 "어? 주인공이 벌써 가시는 겁니까?"
 "집에 일찍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좋은 날은 가족이랑 함께 하라고 했거든요."

 그 말에 신현석이 따뜻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미소를 가식적으로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어서 가봐요."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그는 후레쉬 세례를 받으며 만찬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샤인 데이가 은은한 미소를 띄운 채 바라보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그가 차에 타자 먼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저야말로 축하드립니다."

 그가 옆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는 전 백일그룹 회장인 백진회의 삼남 백도진이었다.

 "어미니께서 조용한 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백도진이 말했다. 선팅이 진한 고급 세단은 부드럽게 이연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한옥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문이 열리자 이연자와 백도현의 얼굴이 보였다.



 김두원의 얼굴에 화면이 비쳤다. 김두원은 감정이 남은 눈빛, 하지만 식어버린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동요 없는 목소리로 사진 속에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는 난치병 센터장이고 백일 병원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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