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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25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25화

SooyangLim 2023. 12. 28. 19:02

 이지훈 형사가 주현을 들여보내며 미경에게 말했다.

 "검사님이 하소연 하시던데요. 나중에 연락 좀 달랍니다."
 "어어 그래. 내가 까먹었네."

 미경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너 나중에 혹시 내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와."

 라고 미경이 이지훈 형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지훈 형사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도 정복 입고 올까요?"
 "죽는다, 너."
 "하하."

 이지훈 형사는 웃으며 문을 닫았다.

 "앉아."

 미경은 문이 닫히자 주현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먼저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주현은 얼떨떨한 얼굴로 가만히 서서 말했다.

 "…경찰이 된 지 몰랐어요."
 "몰랐다고?"
 "전부터 범죄 같은 거에 관심 많더니 결국 경찰이 됐구나……."

 그 말에 미경이 다시 한 번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앉으라니까. 그리고 범죄에 관심 많아서 경찰이 된 게 아니라 원래 경찰이었어."

 그 말에 주현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엉거주춤하게 의자에 앉았다.
 미경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근데, 너 전에 내 차안에서 봐놓고는 몰랐다고? 너 진짜 눈치 없구나? 아, 아닌가? 너 그 때 취해서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저, 저는 약은 안 했…"
 "알아."



 미경이 서류 파일을 하나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그 날 네 머리카락 갖고 가서 바로 검사 했으니까."
 "머리카락? …아."

 주현은 한참만에 차 안에서 꿀밤 맞으며 머리가 뽑혔던 일을 상기해냈다.

 "내가 너 진짜 했으면 감방에 처넣는다고 했잖아."
 "……."
 "진짜 전혀 몰랐나 보네. 뭐, 그 덕에 편하게 수사 하긴 했다만은."

 미경은 그렇게 말 하고는 자신의 폰을 꺼냈다.

 "내부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분 놈이 있다고 들었으려나? 뭐, 그걸로 배드랑 사이비 놈들이 혼자만 못 죽는다고 계속 발목 잡을 거라고 주변에 저주와 협박을 하고 다닌다던데. 맞아? 너도 전해 들었지?"

 미경이 쳐다보지도 않고 하는 물음에 주현이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가 불었는 지는 걔들도 모르지 않아?"
 "……."

 주현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주현의 반응은 관심이 없는 듯, 미경은 그저 휴대폰 녹음 파일 목록에서 찾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주현을 쓰레기장에서 구해온 날 술술 불었던 말들이 녹음된 파일을 틀었다. 

 "그게 너야. 피해자의 결정적인 증언."
 "…이, 이건…!" 
 "덕분에 수월했어. 형사한테 이렇게 술술 다 불어서 말야."
 "아니, 이걸 언제…? 그걸 다 녹음을…?"

 주현이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했다.
 그런 주현의 얼굴을 보고 뭐 때문에 빨개졌는지 아는 미경이 말했다.

 "사건 관련 내용만 녹음한 거야. 네 사적인 감정은 안 담겼으니까 안심해."
 "…죄송합니다."

 갑자기 주현이 사과를 하자 미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했다. 도대체 뭐에 대해서 사과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미경은 뭐에 대한 사과인지 물었다.

 "…뭐가 죄송해?"
 "그 떄 그 사람들을 못 구해서……."
 "그건 네 몫이 아니라 내 일이야. 신경 쓰지 마."
 "하지만, 그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주현이 가슴 속에 계속 묻고 있던 납덩이 같은 죄책감을 드러냈다.
 미경은 이전에 주현이 후회하고 스스로 힐난했던 일을 기억해냈다. 미경은 잠시 말 없이 주현을 가만히 바라봤다.  

 '천성이 그런 자식이구나. 아무리 뭐라 말 해도 안 들어 쳐 먹을 놈…….'

 미경은 그렇게 생각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이 눈 앞의 이 아이돌을 위해 할 말은 해야 했다.

 "다시 말 하지만, 이건 내 일이야. 네가 다 짊어질 필요 없어."
 "그렇지만 전 눈 앞에서…"
 "야, 네가 아무리 뛰어나도 네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알겠어? 인간으로서 죄책감은 일단 잠시 접어두라는 뜻이야."
 "……."
 "다시 돌아가서,"

 대답 없는 주현을 보던 미경은 한숨을 쉬고는 녹음 파일의 소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말 한 공적인 일이 이거야."
 "…그래서 나한테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고 한 거예요? 경찰이라서?"
 
 주현이 미경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말했다.
 미경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이용해서 미안해."
 "그건 괜찮아요."
 "뭘 괜찮아야? 하……. 그래, 어차피 네 누명도 싹 다 벗겨질테니 이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쌤쌤이라 치자. 그러니까 서로 도움 주고받은 셈 치자고."

 미경이 벌컥 언성을 높였다가 다시 진정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녹음 파일을 끄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부른 건 이 일 때문이 아냐. 네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말 해주려는 거야."
 "?"
 "내가 증거 가져 온다고 했잖아."
 
 미경이 서류 더미에서 파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미경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 땜에 오늘 정복까지 입고 왔어. 아까 이 형사가 얘기하는 거 들었지? 저 자식은 아마 나 은퇴할 때까지도 이 일로 놀릴 거야. 그거 알아? 저 녀석, 이지훈 형사는 내가 맡은 사건에서 구한 녀석이야. 그때 나를 보고 경찰을 희망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그리고는 자신의 신상 파일을 건네주며 말했다.

 "자. 네 눈으로 확인 해. 내가 몇 살인지."
 "…?"

 주현은 미경이 보여준 프로필 자료를 바라봤다. 미경의 말대로 진짜 50대였다. 그리고 경찰 일을 시작한 날짜와 그녀가 맡은 굵직한 사건들이 몇몇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주현의 눈길을 끄는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백일 그룹……."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단어를 입 밖에 냈다.
 김미경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짐작 했겠지만, 김두원과 나는 아는 사이야. 항암치료제 연구팀의 의문의 사망 사건이 있었을 때 신 회장, 그러니까 백일그룹 회장인 신현석 회장이 나한테 수사를 부탁했어. 항암치료 받을 때 내 주치의였던 그 사람 말야."
 "아! 그 사람이…!"

 주현이 그를 떠올리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미경은 자초지종을 천천히 설명했다.

 "넌 어릴 때 일이라 모를 수 있지만, 한 때 백일 그룹과 관련해서 경영권 분쟁과 불법 연구와 관련된 큰 사건이 있었어. 그 때 나는 잠입을 했었어. 잠입한 곳은 젊어지는 약을 연구하던 곳이었지. 결국 실패했다고 불리는 그 약을 연구하던 폐공장에 말야. 진실은, 그래……."

 미경은 과거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당시 수사 자료 일부를 보여주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당시 모두 다 죽고 80이 넘는 나이였던 백진회 회장만이 그 약으로 젊어지는 데 성공해서 아들인 백도경 행세를 해서 악행을 저질렀다고 알려졌었지. 하지만 그도 결국은 암이 전신에 퍼져서 죽을 날만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아들들의 죄를 뒤집어 쓰고 분신자살을 한 거야."
 "!"
 "신현석 회장은 아버지처럼 따랐던 백 회장이 그런 죄들을 뒤집어 쓰고 가는 걸 용납 못했어. 심지어 그 약이 투여돼서 젊어진 건 백 전 회장의 의지가 아니었거든. 아들들과 부인인 이연자가 백 회장을 죽이고 회사를 차지하려고 벌인 일이었던 거야. 그래서 신 회장은 아들들과 아내의 죄에 대해 모아 왔던 모든 증거를 내게 넘기고 놈들이 죗값을 치르게 했어."
 
 주현은 이 자리에서 어릴 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백일그룹 사건에 대한 이야기의 내막을 듣게 되었다.
 미경은 과거를 떠올리며 한숨을 섞은 말투로 계속 말했다.

 "그래……. 그래서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약은 실패한 약이었지. 그런데 말야, 그 약을 통해서 젊어진 사람이 하나 더 있었어."

 미경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툭 치며 말했다.

 "그게 나야. 그 당시 불법적으로 약을 연구하던 연구원들은 내가 잠입한 걸 알고, 나를 죽이기 위해 그 약에 나를 빠뜨려 익사시키려 했어. 익사해서 죽으면 좋고, 아니라도 어차피 암 발생률이 올라가서 곧 죽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 약의 부작용으로 암 발생률이 높아져서 나는 암이 발병했었지. 그래서 그때 너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거고."

 주현은 미경이 보여준 증거 자료를 보면서 미경이 치료 받게 된 경위를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미경은 계속 설명을 했다.

 "그 젊어지는 약과 관련한 부작용 억제를 위해 항암치료제를 연구하던 파트가 있었어. 그게 원래 김두원 박사가 속해 있던 연구팀이야. 불법 연구팀은 다 해체되고 또 잔당들은 아직도 숨어있지만, 항암 치료팀은 신 회장이 계속 남겨뒀었어. 그건 불법도 아니었고 적어도 성장이 끝난 성인에게는 효과가 확실했으니까. 지금 나처럼 말이야."
 
 주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의 이면은, 성장기에 치료 받은 이들은 대부분…….

 "그러다 사건이 터졌지. 그 연구팀의 사람들이 죽은 사건 말야. 그 당시는 사고라고 알려졌던 그 일 말이지. 이 일에 관련된 건 김두원한테 들었지?"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 회장은 여러가지 정황상 그 일을 수상하게 여기고 나한테 수사를 부탁했었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한 놈은 잠적했고, 한 놈은 뭐……. 어쨌든 잠적한 쪽은 제 발로 나를 찾아왔어."

 잠적이라는 말에 주현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김두원 박사님…?"
 "맞아. 김두원은 신회장에게 접촉하려 했고, 신 회장의 부탁을 받아 수사 중인 내가 김두원과 접촉했지. 그래서 그 때부터 나는 정보를 일부 넘겨받고 그와 계속 알고 지내는 상태야. 그리고 김두원이 군대 안으로 도망치고 힘이 조절이 안 되는 네게도 살 길을 틔워주는 걸 우리와 협의도 했었어. 그 후에 너네 소속사 사장과 너와 접촉 했고, 또 지금까지 너네 사장도 같이 논의를 하기도 했고."

 여기까지 말 한 미경은 이제 주현도 알아먹었겠거니 하는 표정으로 주현에게 물었다.

 "그래, 이제 김두원이 왜 그랬는 다 이해 가?"
 "네…?"
 "김두원이 널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게 아니라 말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엮인게 너무 많아서."
 "……."
 "그리고 당연히, 김두원도 모든 일을 너 혼자 다 책임을 지게 할 생각도 없었고,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모든 일이 김두원 혼자 벌인 일도 아니라는 말이지. 여기까지 이해 돼?"
 "그러니까 이 일이 전부 협의된 상황이라는…?"

 주현이 큰 종으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넌 이게 다 김두원이 혼자서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냐. 누가 그렇게 군대로 도망가라고 하고, 또 누가 그렇게 놈의 눈을 피해 잘 도망가게 하고 잠적하게 도와줬겠어? 그리고 너네가 일을 해결할 때 어떻게 그렇게 때마침 경찰들이 그 놈들을 곧이곧대로 다 잡아가고 수사를 했을까? 그게 다 우연일까? 정말 김두원 혼자 벌인 일이라고 생각해?"

 주현이 충격 받은 표정으로 변하든 말든 미경은 계속 말했다.

 "이제야 좀 납득이 되지? 김두원이 혼자 벌인 일이라기엔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 안 그래? 지금까지 일들 전부 다 말야. 네가 어디까지 짐작하고 생각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네가 활동하는 영역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여기에 연관되어 있어."

 그러다 미경이 생각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

 "특히 신 회장은……. 일단 그랬어. 두 놈 다 목줄을 쥐고 가만히 지켜 보고 있는 거지. 그래, 그런 놈이야. 신 회장은……."

 미경의 중얼거림에 주현은 누구를 말 하는지 퍼뜩 떠올렸다. 유달리 냉정한 말투의 미경의 주치의였던 신현석, 즉 현 백일 그룹의 회장인 신 회장을 떠올리며 물었다. 

 "왜, 왜 그런 거죠? 신 회장은? 굳이? 지금까지도…?"

 주현의 질문에 미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한테 물어도 나도 답해줄 수가 없어. 나도 그 인간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고, 납득도 안 가. 근데 그런 인간이야, 그 인간은. 그래서… 미안해."
 "……."

 미경의 사과에 주현은 뭐에 대한 사과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미경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널 그렇게 상처입게 해서……. 나도 그 인간이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 할 줄은 몰랐어. 네가 내게 고백하던 날 너는 내 말을 안 믿었고, 나도 당장 증명할 길이 없었지."
 "……."
 "그래서 너와의 일을 논의 했을 때, 신 회장은 그냥 앞으로 안 볼 사이니 죽은 걸로 치고 네 인생에서 사라지라고 얘기했어."

 주현은 과거의 서늘한 상처가 다시 가슴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이제 '그랬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점점 아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대처하는 게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난 네 어머니 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질게 무서웠어. 그리고 네가 그런 마음이 생긴 것 자체가 내 잘못이었고, 또 네 인생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난 퇴원하면 얼마 뒤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러라고 동의 했던 거야……. 경솔하게도……."

 미경은 진심으로 후회하는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막을 들은 주현은 정신이 멍해졌다.

 "미안해……."

 미경은 손목 보호대를 한 주현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경의 손에는 사이즈가 작아서 위쪽에 끼긴 했지만, 어쨌든 넷째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 반지가 보였다.
 미경은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 때는 그냥 앞으로 나를 잊고 잘 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만 알고 있었어. 나중에 네 얘기를 듣고 그 새끼 목을 졸라 죽일 뻔 했지만……."
 "……."
 "진짜, 진짜 미안해. 난 정말로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리고 네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마음 앓이 하게 할 줄도 몰랐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던 것도……."
 
 쭉 듣던 주현이 그제야 입을 떼고 물었다.

 "왜, 왜 그럼 진작에 얘기 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미경이 대답했다.

 "고백 받은 날도 난 나이 많다고 얘기했고, 다시 만나고도 얘기했어. 손 떼라고 한 날 말야. 네가 안 믿었지만."

 그 말에 주현이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니, 왜 형사인 걸, 그리고 이렇게 자세하게 왜 말을 안 했던 거냐고요?"
 "임무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모든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 말 할 수가 없었어. 내가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가 없으니까. 어떻게 내 마음대로 전부 다 밝힐 수 있겠어?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는 지금도 내 일과 직업에 묶여 있어."

 그 말에 주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미경의 손을 잡았다.

 "하아……. 누나, 아니 형사님. 난 정말……."
 "미안해. 맘껏 미워해도 돼. 그렇지만, 이젠 제발 마음 접어 줘. 더 이상은 마음 아프지 말고……."
 
 주현은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미경의 두 손을 꽉 쥐고는 고개를 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형사님. 진짜, 정말 너무 미워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손 놓지 말고, 밀어내지도 말고 들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주현은 말을 이었다. 

 "제가 정말 많이 좋아했고, 의지도 했고, 보고 싶었고, 그리워 했고, 옆에 있고 싶었고, 계속 생각났어요. 그래서 짜증도 났고, 혼란스러웠고, 원망 했었어요……. 근데, 또 사정 들으니까 미안해요. 마음 고생 심했겠네 싶어서요."
 "아니, 난 괜찮…"
 "늦었지만 결혼 축하해요, 형사님."

 주현은 말의 마지막에는 밝게 미소 지었다. 이제 다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그 표정과 말에 미경도 이제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편하게 다가가 안아주며 말했다.

 "이 착해 빠진 자식아……."

 미경은 마음 같아서는 호구 새끼냐고, 제발 그렇게 살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붙이지 못하고 속으로만 말하고 삼켰다. 이 자식은 그러지 말라고 백날 말해도 못 그럴 녀석이니까. 대신 미경은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로 힘들 때 얘기해. 들어줄테니까."



 얼마 뒤, 숙소에서 스케줄을 마친 송즈 멤버들이 늘어져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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