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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24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24화

SooyangLim 2023. 12. 25. 19:01

 "형!!"

 문짝을 종잇장처럼 뜯어버린 진우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뜯겨진 문 너머로 수현과 진우, 김두원, 매니저가 우르르 들어왔다.

 "헉"

 매니저는 바닥에 흩어진 핏방울을 보고 다리가 풀려 휘청이고는 벽을 붙잡았다.
 진우는 뜯어진 문짝을 붙들고 주현이 어딨는지 눈으로 살피며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주현아! …이런."

 김두원은 바닥에 테이블 위의 약통을 발견했다. 약통 안에는 약이 몇 알 남아 있었다. 김두원은 그 약이 주현의 신체 능력을 조절하기 위한 약이 아닌 수면제임을 바로 눈치챘다. 왜냐하면 그건 김두원이 평소에 먹는 수면제였기 때문이었다. 김두원은 주현이 자신의 수면제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

 김두원은 깨진 컵 조각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피가 잔뜩 묻은 깨진 컵 조각과 핏방울들을 발견했다. 김두원은 바닥에 남겨진 핏방울을 따라 다급하게 욕실로 들어갔다. 

 "주현아! 주현…"

 김두원이 말을 멈췄다. 거기서 김두원은 이제 막 피가 퍼지기 시작한 물에 잠긴 주현을 발견했다. 김두원은 순간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 하지만 이내 의사로서의 본능으로 바로 욕조로 다가가 주현을 끌어내고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주현아!"

 바로 뒤따라온 매니저가 울부짖으며 김두원을 도우려 했다.

 "주현 오빠 거기 있어요?"

 라고 말하며 수현도 욕실로 따라 들어오려는데,

 "들어오지 마."

 김두원이 아직 미성년자인 수현이 이 광경을 보는 걸 막았다.
 김두원의 말에 수현이 멈칫하는데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뭔데?"
 "무슨 소리야?"

 이 소란 탓에 숙소 복도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을 막아줘. 아무도 못 들어오게." 

 김두원이 주현의 기도를 확보하는 동안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덕분에 주현의 코와 입에서 물이 쭉쭉 빠져나왔다.

 "다시 닫아!"

 수현이 진우가 들고 있던 구겨진 문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진우가 다시 구겨진 문짝을 문에 끼워 넣으려 애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사람들이 문 앞에 다가와서 무슨 일이 있는 파악 하려 하기 시작했다.

 "누, 누나…? 어, 어, 어떡해요? 혀, 형은요? 괘, 괜찮아요?"
 
 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수현에게 물었다.

 "일단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막고 있어."

 수현이 주현에 대한 대답은 빠뜨리고 말했다. 그리고 수현이 그 말을 하기 무섭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안에 무슨 일 있어요?"
 "여기 주현씨 방 아니에요?"
 "저기요!"  

 수현은 당황한 얼굴로 문쪽과 욕실을 번갈아 바라봤다.
 진우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수현과 문을 바라봤다.
 수현은 결국 욕실 쪽으로 달려가며 진우에게 당부했다.

 "잘 막고 서 있어."

 라고 말하며 수현이 욕실을 들어서는 순간,

 "헉"

 하고 숨을 멈추고는 그대로 뒤로 주저앉았다.

 "누, 누나? 왜, 왜 그래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문은 막은 채, 어깨너머로 방 안의 상황을 보던 진우가 그런 수현의 모습을 보고 울먹였다.
 
 "형 괜찮아요?"
 "……."
 "누나?"

 대답 없는 수현의 대신 김두원이 대답했다. 

 "살아있어. 반드시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줘." 

 수현은 눈을 질끈 감고 주현을 김두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진우가 있는 쪽으로 가서 같이 문을 막았다.

 "누, 누나? 형은? 괜찮아?"

 하지만 수현은 대답이 없었다. 그냥 눈을 질끈 감은 채 훌쩍일 뿐이었다.

 "흐엉……."

 그런 수현의 모습을 본 진우는 이제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고 싶지는 않은 지 눈물을 계속 막으려 애썼다.

 "야, 울면… 훌쩍…들키잖아……."

 라고 말하지만, 이미 자신도 훌쩍이고 있는 수현이 진우에게 핀잔을 줬다.
 수현의 말에 진우는 안 울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눈물을 막으니 이제는 콧물로 다 흘러나오고 있었다. 
   
 "살 수 있겠죠…?"

 매니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살려야죠."

 김두원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응급처치를 주현의 이어나갔다. 잠시 후 미약하게나마 겨우 주현의 호흡이 돌아오고 혈색이 돌아왔다. 심장박동도 돌아온 게 느껴졌다. 수면제 때문에 잠들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의식이 돌아올 기미가 보였다.

 "헉헉……. 이런 개*끼들…….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리고……."
 
 한 숨 돌린 김두원이 김두원은 갖고 온 치료제를 주사기에 넣고 신경독소의 효과를 없애려고 했다.

 "젠장! 수현아!"

 그러나 이내 주현의 상태를 보던 김두원은 다급하게 수현을 불렀다.

 주현은 최근에 피를 많이 흘려서 몸 속에 혈액이 평소보다 좀 줄어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손목을 지혈했어도 이미 빠져나간 피가 많았다. 또한 손목을 막았다 한들, 심폐소생술을 때문에 피를 더 흘리다 보니 혈압이 더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돌아와야 할 의식이 아예 날아가고 맥이 더 약하고 느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잘 버티고 서 있어."

 김두원이 부르자 수현은 진우에게 당부하고는 구겨진 문짝에서 손을 뗐다.

 수현이 김두원에게 다가오는 동안 김두원이 일단 주사기와 약은 일단 집어넣었다. 지금 주현에게 치료제를 주사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넣어둔 것이었다. 김두원은 어떻게든 머리 쪽에 최대한 피를 보내려고 애쓰며 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다."

 그 말에 매니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 상태로 나간다고요? 그, 그건 좀……." 
 "박사님, 방 꼴도 이런데 밖에 바로 나가면 절대 안 돼요. 밖에 스토커랑 드라마 관련해서 기사 쓰러 온 기자도 와있던데 이대로 나가면 내일 연예기사에 헤드라인으로 뜰 걸요."

 

 수현도 매니저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지금 진우가 막고 있긴 하지만, 바깥은 문을 열려고 소화기로 쾅쾅 쳐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어, 어떡하지?"

 

 매니저가 창백해진 얼굴로 떨며 말했다.
 이 때 수현이 바로 기지를 짜내 매니저에게 말했다.

 "방법이 있어요. 매니저님, 방부터 치워주세요. 박사님은 빨리 구급차 불러주시고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수현은 욕조의 물을 뺐다.

 "구급차는 아까 올 때 불렀어."

 김두원이 주현이 숨은 붙어있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 와야 될 텐데요."

 수현이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남은 피를 손에 묻혀 주현의 뒤통수에 잔뜩 발랐다. 그리고는 문을 막고 있는 진우에게 다가가 진우의 뒤통수에도 치덕치덕 발랐다.

 "넌 좀 체격이 다르긴 하지만……. 최대한 키 큰 척 해야 된다?"
 "!? 누나 이게 무슨…?"

 하지만 수현은 진우에게 대꾸할 틈도 없이 다시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곤 물로 욕실의 핏자국을 희석시키고 방 안까지 물 바다로 만들어서 핏자국을 희석시켰다.

 "으악! 물!?"

 진우가 있는 곳까지 물이 잔뜩 들어오자 진우가 기겁했다. 

왜앵왜앵

 뭐가 오긴 왔는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수현은 재빨리 떨어져 있던 주현의 휴대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김두원의 도움을 받아 주현을 등에 업고 교묘하게 손목을 가렸다. 그리고 김두원의 겉옷으로 주현의 얼굴도 가렸다.

 "다 치웠어."

 핏자국과 깨진 컵, 약과 약통을 치운 매니저의 말에 수현이 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매니저님, 주현 오빠 겉옷으로 진우 얼굴 가려줘요."
 "나?"

 진우가 수현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제가 신호 드리면 우리가 동시에 방에서 나가요. 제가 주현 오빠를 업고 나갈 테니까 매니저님이 진우를 업고 나가요. 매니저님은 진우를 오빠인 척하면서 복도로 나가고, 저는 구급차로 바로 갈게요."
 "아니, 왜…?"
 "샤워하다 넘어져서 다친 척하는 거죠. 그리고 밖에 있는 놈들이 누군 지 모르게 양동 작전 펼치려고요."

 수현의 말에 매니저는 수현의 계획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천재예요?"

 그 와중에 진우가 한 마디 덧붙였다.

 "하나 둘 셋 하고 내가 밀라고 하면 손 떼고 문을 발로 세게 밀어. 사람들 다 나가떨어질 정도로 말야. 그리고 바로 옆에 매니저님한테 업히면 돼. 알겠어?"

 수현의 말에 진우가 겉옷을 뒤집어써서 앞이 안 보이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밀어!"

 진우와 수현이 문을 발로 차서 확 밀었다.

 "으악!"
 "꺄악!"

 밖에서 밀고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갑자기 훅 들어온 강한 힘 때문에 밀려서 다들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매니저와 수현이 복도를 내달렸다.

 "사람 다쳤어요!"

 매니저는 그렇게 소리치며 복도와 계단을 통해 건물 안으로 뛰어 내려갔다. 매니저의 얼굴을 알아본 스토커들은 매니저 쪽으로 대부분 붙었다.

 수현은 복도 끝에 위치한 창문 쪽으로 뛰어갔고, 수현을 따라오는 다행히 스토커는 몇 없었다. 아마 수현의 등에 업힌 덩치를 보고 주현이라고 생각하고 따라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수현은 사람 하나를 업고 있어도 속도가 장난 아니었기 때문에 스토커들이 쉽게 따라붙을 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 수현은 창가로 가더니 창문을 발로 차서 깨부수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아니, 수현아……." 

 뒤에서 그 광경을 본 김두원이 기가 찬다는 듯 이마를 탁 치며 중얼거렸다. 환자를 업고도 거침없는 수현을 보니 정신이 아찔한 모양이었다. 

 "꺅! 바, 방금 뭐야…?"

 정신이 아찔한 건 수현 쪽에 붙은 스토커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앞에서 이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목격한 스토커들은 비명을 한 번 지르고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얼빠진 채 서 있었다.





 숙소 뒷 뜰로 착지한 수현은 숙소 앞쪽에 주차해 있는 구급차까지 마구 치달렸다.  

 "뭐, 뭐야!?"

 사람들 틈 사이를 헤치며 달리는 수현을 마주한 이들은 놀라서 어리벙벙해졌다. 흡사 오토바이라도 지나간 듯한 엄청난 속력이었다. 사람들은 방금 교통사고 같은 걸 당할 뻔해서인지 공포에 질려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수현은 재빨리 문이 열려 있는 구급차에 올라타고는 말했다.

 "일단 닫아요."

 대기하던 응급 구조대원은 놀란 채 얼어 있다가 수현의 말에 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주현의 몸에 이것저것 장치를 달고 김두원이 못다 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구급차가 출발하려는 찰나,

 "잠시만 기다려요!"

 수현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잠깐 나가는가 싶더니,



 소리와 함께 토 할 것 같은 표정인 김두원을 들쳐메고 구급차 앞에 나타났다. 아마도 수현이 뛰어서 건물로 올라간 다음 김두원을 데리고 다시 건물 아래로 뛰어내린 모양이었다. 바깥의 사람들은 귀신을 본 것 마냥 얼굴을 가린 수현을 그저 굳은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죠."

 수현이 차에 타며 말했다. 김두원이 타자마자 앰뷸런스는 바로 출발했다.



 "주혀나아아!"
 "꺄악!"

 이 와중에 매니저 쪽은 생각보다 꽤나 더디게 숙소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나중에 출발한 김두원보다 더 늦게 숙소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스토커들과 취재 기자들이 매니저에게 달라붙으며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비켜!"

 매니저가 이 와중에도 휴대폰을 들고 찍거나 만져보려는 미친 스토커들을 따돌리려 고군분투했다.

 "이쪽! 엘리베이터에요!"

 어쩐지 한 팬이 어머니와 함께 스토커과 기자들을 찍고 있다가, 그들을 따돌리는 걸 도왔다. 그 팬은 아까 가족과 함께 주현을 보고 이상하다 하고 생각했던 그 팬이었다.
 매니저는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고, 그 팬은 어머니와 함께 육탄 방어를 하며 스토커들을 막아주었다.

 "아, 뭐야!"
 "뭔데 *발!"
 
 스토커들과 기자들이 주현을 놓쳤다고 생각해서인지 짜증을 냈다.

 "늬들이 인간이야!?"
 
 막아섰던 팬이 그 꼴을 보고 화를 냈다.

 "사람이 다쳤다는데 지들 욕망만 채우고 방해하는 게 사람 새끼야?!"

 팬은 돕다가 넘어져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에구구. 여기 좀 긁혔네."
 "……."

 팬은 말 없이 들고 있던 폰의 녹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 팬이 찍은 영상은 그대로 폰에 저장됐다. 

 "엄마, 가자."

 팬은 엄마를 부축해 스토커들과 기자들을 놔두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휴."

 매니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숨을 쉬었다. 
 진우가 매니저의 등에 업힌 채로 말했다.

 "형은 먼저 출발했겠죠?"
 "그렇겠지? 우린 내 차로 가면 돼."
 "…속상해요."

 매니저는 진우의 말에 업혀 있는 진우를 자신의 어깨너머로 흘끗 바라봤다.

 "이런 상황도 그렇지만, 형은 힘들 때 힘들다고 얘기할 수도 없었을 것 같아서 마음 아파요." 
 "…그러게."

 매니저가 씁쓸하게 말하고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숫자판을 바라봤다. 
 진우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고 할 기회가 있을까요?" 
 "…괜찮을 거야."

 매니저가 아까 욕실에서 봤던 장면을 머리에서 잊으려 노력하며 기도하듯 말했다.



왜애애애앵

 빠르게 달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제가 뭐 도울 거 없을까요?"

 수현이 응급 구조대원과 김두원에게 물었다. 응급 대원이 주현의 기도에 삽관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김두원은 초조한 표정으로 주현을 치료하며 말했다. 
 
 "지금은 빨리 병원에 가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 혈압이 너무 떨어졌어."

 김두원의 말에 수현은 절망적인 표정이 되었다. 

 "정말 악랄한 놈들이에요. 이렇게 뇌와 정신을 파괴하려 하다니! 전 주현 오빠가 이렇게 까지 당할 줄은 몰랐어요……."

 수현이 훌쩍이며 울분을 토했다.
 김두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평소라면 그 가스에 당할 일도, 또 이렇게 망가질 일도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여러 일이 겹치면서 취약해진 것 같다."
 "훌쩍."

 수현이 좀 더 크게 훌쩍였다. 
 김두원은 조금은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참 다행이야. 때마침 우릴 도와주시는 분이 사이비 종교쟁이 놈들도 싹 다 잡아넣기 시작하셨고, 예전에 너희가 신경가스 확보해 준 덕에  분석 결과도 마침 나왔고 말야. 그래서 지금 해독약도 나왔고."
 "오빠가 한 일로부터 시작된 거니까 깨어나면 좀 기분이 나아지겠죠?"
 "그래, 아마 주현이가 깨면 이 일로  좀 보람을 느낄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도움 주시는 분도……. 많이 걱정하셨는데 기뻐하시겠지."

 김두원이 누군가를 언급하며 말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던 수현이 말했다.

 "저는 왜 이런 상황에 아무 도움도 못 될까요?"

 수현이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현은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 밖에만 없었던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김두원이 그런 수현에게 말했다.

 "아니야. 좀 전에 너희가 많이 도와줬어."
 "그 전, 아니 지금까지 말이에요……. 우리가 더 지켜보면서 알아채고 도와줬었다면, 힘들게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알고 행복하게 해줬었다면, 더 최선을 다 했더라면……." 

 자책하는 수현의 말을 듣자, 주현을 보고 있던 김두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잠시 수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했다.

 "과거는 그만 놔 줘." 
 
 그 말에 수현이 고개를 돌려 김두원을 바라봤다. 수현의 눈에 김두원은 어쩐지 초점이 없어 보였다. 수현은 그게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생각하며 김두원을 바라봤다.
 김두원이 그런 수현의 시선을 느끼고 다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살릴 테니까."

왜애애애앵

 사이렌 소리는 병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삑 삑 삑

 규칙적인 기계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주현은 잠깐 눈을 떴다. 주현에게도 낯설지 않은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병원이었다. 어느 병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분간은 병원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냉정한 말투의 의사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의사 곁에는 주현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평생 울 것 같지 않은 아버지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두 번째로 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현은 무언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삑 삑 삑

 주현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야, 그만 먹어!"

 수현이 짜증 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현은 시끌벅적한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어쩐지 주현은 자신의 개인 집에 와있었다. 주현은 천천히 손을 들어 손등에 꽂힌 링거와 잘 치료된 손목을 확인했다.

 "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막내 멤버가 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형!"
 "일어났다!"
 "주현이형!"
 
 방 안에 있던 막내 멤버와 진우, 수현이 주현이 깬 것을 보고 소리쳤다.

 "주현아!"

 주방에 있던 사장과 매니저가 달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송즈 멤버들과 김두원, 다이아까지 우르르 몰려왔다.

 "괜찮아?"

 사장이 묻는 동안 김두원이 주현의 상태를 체크했다. 주현과 혈액형이 같은 김두원은 또 피를 주현에게 나눠줬는지 수혈 자국이 팔에 나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주현은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이아에게 시선이 꽂혔다.

 "…괜찮아?"

 주현의 물음에 다이아가 어깨를 으쓱이고 멀쩡하다는 듯 손을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며 말했다.

 "며칠 쉬니까 괜찮아졌어."
 "다행이다……."
 "스스로 걱정이나 해."

 다이아가 주현에게 말했다.

 "기분은 좀 어때?"

 김두원이 주현에게 물었다. 

 "……."

 주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잘 치료된 손목을 바라봤다.

 어쩐지 머릿속이 상쾌하고 몸에 활력과 기운이 도는 기분이 들었다. 전과 같은 멍한 느낌도 전혀 없고, 이상한 것이 보이지도 않고,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던 죽을 것 같은 느낌과 이상하게 뛰던 심장 박동도 이젠 전혀 생길 것 같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화장실에서 샤워하다가 뒤로 넘어져서 머리 다쳐서 병원 간 걸로 대외적으로 처리해놨다. 당분간 그걸 핑계로 스케줄도 다 취소시켜놨고. 그러니 이제 진짜 편하게 쉬어도 되니까 걱정 말고 푹 쉬어."

 사장이 말했다.
 주현이 사장의 말이 끝나자 물었다.

 "며칠 지났죠?"
 "3일. 병원에서 나온 건 오늘이고."

 막내 멤버가 대신 대답했다. 막내 멤버는 주현의 기적 같은 회복력에 익숙한 듯 담담한 어투였다.

 "너 먹고 싶다던 해물탕 끓여놨는데 지금 먹을까?"

 어쩐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앞치마를 입은 매니저가 말했다.

 "지금 못 먹는다니까요."

 김두원이 한숨을 쉬며 말렸다.

 "그럼 얘들아, 너네 먼저 먹어." 

 매니저가 그렇게 말하며 수현과 진우, 다이아를 주방으로 데리고 나갔다. 
 방 안이 좀 조용해지자 주현이 물었다.

 "어떻게 알고 드라마 촬영장 숙소에 오신 거죠?"
 "계속 네가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때마침 분석 결과도 나왔거든. 네가 신경가스에 당했다는 걸 알자마자 연락했어."
 
 김두원이 침대 맡에 앉으며 말했다.
 주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신경가스요?"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신경가스. 뇌를 마비시키고 우울이나 조울증, 환청, 환각, 여러 증후군, 공황, 호르몬 이상 등등……. 여러가지 증상들을 만들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거지."
 "…스스로 말이죠."

 주현이 자신의 손목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김두원이 정정해줬다.

 "타의적이지."
 "……."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가스에 당한 거니까. 스스로 그런 선택을 했다고 믿도록 교묘하게 말야."

 주현은 가만히 있다가 한참 만에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납득이 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에서 보이듯, 김두원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없어 보였다.
 그 때 막내 멤버가 주현의 폰을 건네주고 자신의 폰 화면도 키며 말했다.

 "형, 스토커들 상황은 잘 마무리 됐어."
 "응?"
 "숙소에 우리 팬이 있었데."

 막내 멤버는 자신의 폰으로 인터넷을 달군 영상을 보여줬다. 사람이 다쳐서 한 시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제 욕심 채우기 바쁜 군상을 찍은 영상이 그대로 다 찍혀서 업로드된 것이었다. 이 영상은 가족과 함께 피서를 갔던 그 팬이 찍어서 올린 영상이었다. 덕분에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이런 행태에 대해 다수의 질타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중에 고맙다고 같이 인사하러 가자."

 막내 멤버가 말했다.
 주현은 '같이' 라는 잠깐 멈칫하고는 말했다.

 "…같이 가자고 해줘서 고마워."
 "형, 우리가 SNS도 올렸어. 인터넷 방송에서도 얘기했고. 형을 괴롭게 했던 여러 일들로 요즘 형이 힘들어하고 있었고, 열심히 하는데 안 좋은 소문까지 돌아서 더 힘들어했다고. 드라마도 우리가 해보라고 했다고 얘기했어."

 다른 멤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보며, 여론을 몰아준 일을 말했다.

 "…나 땜에 괜히 너희가……."

 주현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아니야, 형~ 난 형 같이 곡도 잘 쓰고, 작사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형이 우리 팀이라서 좋아~ 딴 팀에 갔으면 어쩔 뻔했어~? 이번 ost 반응 보니까 더 무섭더라구~?"

 춤 담당 멤버가 쑥스러워서 괜히 옷깃을 만지작거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은근슬쩍 드라마 ost가 잘 된 이야기를 흘리며 말이다.
 그 말에 주현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팬 분들이 좋아해주셔?"
 "팬분들 말고도 다 좋데. 형 실력 좋다고 다들 라이브 기다린다고 했어. 선배님도 노래 좋다고 커버해도 되냐고 연락도 오셨고. 이거 보내주셨어."

 또 다른 멤버가 침대 탁자 위에 옆에 놓인 쇼핑백을 들어 올려 건네주며 했다. 주현은 그 쇼핑백을 들어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선배님?"
 "샤인데이 선배님. 기사에서 형 머리 다쳤다니까 그거 보내주셨어. 그리고 요즘 자전거에 취미 붙이셨다고 하시더라고." 

 쇼핑백 안에는 머리 보호 하라는 용도인지 아니면 자전거 같이 타자고 말하는지 모를 물건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자전거에 다는 경조등, 자전거 헬멧,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그리고 발목 보호대와 손목 보호대. 언뜻 보기엔 자전거 용품에 섞여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전혀 상관없는 물품들이 스리슬쩍 들어있었다. 그리고 편지까지.

 "…감사하네."

 주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편지와 손목 보호대를 꺼냈다. 주현은 손목 보호대로 상처를 가리고 다니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한테도 조만간 연락 올 걸? 우리한테 자전거 타고 풍경 좋은 데 가자고 계속 연락하고 계셔. 심지어 우리한테 자전거도 사준다고 하셨다니까?"

 쇼핑백을 건네준 멤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차라리 자전거 타고 그러는 게 좋긴 하지……."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눈치를 보던 사진 찍힌 멤버가 말했다. 그 말에 막내 멤버가 사진 찍힌 멤버를 툭 치며 말했다.

 "그래! 형도 같이 가서 기분 전환 좀 하자."
 "……."
 "아, 이 형 여친이랑 깨졌데."

 가만히 눈치 보고 있는 사진 찍힌 멤버의 소식을 막내 멤버가 담백하게 전했다. 
 그 말에 주현이 깜짝 놀랐다.
 
 "진짜!?"
 "…그렇게 됐어. 음……. 형?"
 "어?"
 "미안해."

 갑자기 훅 들어온 사과에 주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멤버는 괜히 시선을 딴 데 돌리고 자신의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무 뭐라한 것 같아서……."
 "갑자기 왜 이래…? 언제는 형보고 나가라더니? 매니저 형한테도 맨날 개*랄하고."

 옆에 있던 다른 멤버는 사정을 모르는지 더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주현은 예전에 들었던 매니저의 욕이 자신이 아니라 사진 찍힌 멤버에게 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막내 멤버가 사정을 아는지 놀리듯 킥킥 웃고는 말했다.

 "ㅎㅎㅎ그러니까 말야? 이 형 땡깡 때문에 매니저 형이 맨날 욕했는데. 인간관계 파토나게 말이지. 근데 그게 다~ 그 꽃뱀의 이간질이고 지령이었다며?"
 "지령???"
 "그 범죄자 하고 내통하고 있었다던데? 형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작정한 것 같더라고? 그리고 이 형, 그 여자한테 4억 썼데."
 "범죄자??? 내통??? 4억???"

 놀란 얼굴인 멤버가 내막을 들을수록 점점 더 눈이 커지며 크레셴도로 놀람을 표했다.
 대충 짐작 가는 게 있는 주현이 계속 눈치 보며 잠자코 있는 사진 찍힌 멤버에게 조용하게 물었다. 

 "…너한테도 권했어?"
 "음, 뭐……. 그 수법에 거의 넘어갈 뻔 했지. 거의 직전에 역겨워서 도망쳤고. 정말 술도 진탕 마시고 그랬지만, 그래도 거기까진 안 갔어. 정말 더럽더라……."

 그의 말에 주현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찍힌 멤버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여자랑 그것들이 계속 나까지 끌어들이려 했어. 나중에는 온갖 거짓말까지 하고, 사진으로 거짓말하려 하면서 협박했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꾀서 몰아넣는다는 걸, 그리고 놈들이 형이 당한 독소 가스를 퍼뜨린 쪽과 연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 싸우다가… 어제 완전히 끝냈어."
 "어? 그 놈들이랑 연관이 있다고?"

 주현이 처음 알게 된 소식에 놀라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졌다.
 김두원이 주현에게 꽂힌 링거를 확인하며 말했다.

 "사이비 놈들 말야. 해외에서 들여와서 유통까지 하고 있더라고. 거기에 연관되어 있었던 거지. 너도 전에 봤었잖아?"
 "사이비 놈들이 그랬다고요…?"
 "예전에 폐창고를 개조한 카페에서 구한 피해자 기억 안 나?"
 "아아, 설마……."
 "그래. 약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거였어. 피해자한테 양성 반응이 나왔거든. 그 후에 계속 조사해서 알아냈어."
 "미친 새끼들 진짜……."

 주현이 인상을 잔뜩 쓰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이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서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볼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사진이 찍힌 멤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응?"
 "미안해."
 "아냐. 됐어. 괜찮아."
 "아니, 그…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주현은 불안감에 두근거림을 느끼며 그를 바라봤다.
 사진 찍힌 멤버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우리 아마 경찰 조사 받아야 될 거야. 아무래도 엮인 것들이 있어서……. 그리고 누가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을 다 불었다고 들었어. 그리고 그거랑 여러가지로 엮여서 나도 협박당했고…….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 형은…"
 "너네 뭐 했어?"

 망설이는 사진 찍힌 멤버의 말을 끊고 사장이 바로 물었다.
 그 멤버는 이제야 주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제발 아니길 바라는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내가 형한테 그랬던 이유 중에 하나는… 형은 결국 넘어가서 그랬다고 생각해서 실망해서 그랬던 것도 있어. 난 그래도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거든. 근데 형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서……. 그러니까, 그러니까 형은…"
 "안 했어. …아마……. 근데 확답은 못 하겠다."
 
 주현은 그가 뭘 묻고자 하는지 드디어 확실히 파악하고 말했다. 그런데 어쩐지 기억이 매우 가물거렸다.

 "안 했… 아니, 안 했다고 기억 하긴 하는데……. 근데 그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잘 안 나. 미안해……. 내가 처음부터 거기 발 들이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 근데 그 날이 아니라도 뭔가 기억이 잘……."
   
 주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날 일을 기억해내려 애쓰며 말했다. 이상하게도 신경 독소에 당해서 한참 안 좋았을 때의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독소가 뇌 전체에 영향을 줘서인지 기억력에도 영향이 간 모양이었다.
 주현은 어쩐지 진짜 불안할 때와는 달리 긴장감이 덜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아마 안 했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억울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아……."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잠자코 있던 김두원이 입을 뗐다.

 "연락 오면 다녀와. 그럼 이제 푹 쉬어. 다들 주현이 쉬게 나갑시다."

 그 말을 남기고 다들 방 밖으로 나갔다.

 "하아……."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며칠 뒤.
 얽히고설킨 여러 사정들과 경찰 쪽 엠바고 요청 때문에 잠잠하던 언론의 묵인이 풀리는 날이 됐다. 그러자 관련된 기사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온갖 범죄와 연관된 일이었기에, 연예 뉴스나 채널이 아닌 8시 뉴스와 9시 뉴스의 정치 사회 쪽에서 관련 소식들이 대대적으로 오르내렸다. 한두 명이 아닌 수많은 연예인들과 사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고로, 현재 관련된 용의자 뿐만이 아닌 피해자들까지 모두 조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부디 섣부른 추측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미경의 상사이자 반장이었던 사람이 수많은 기자들 앞의 포토 라인에 서서 미리 작성한 원고를 들고 발표를 했다. 그는 이제 승진을 해서 경찰 조직 내의 요직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언론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안 익숙한 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대중들과 팬들은 처음에는 용의자를 추측하거나 몰아가곤 했다. 하지만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 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포함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를 들락거리자, 이내 추측하기를 관뒀다.

 대신 나날이 갈수록 더 밝혀지는 끔찍한 범죄의 온상에 대중들은 그저 경악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또는, 짐작만 하던 일들을 직접 접하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점점 범위가 넓어지자, 다들 그렇게 산다며 니들은 안 그렇냐며 뻔뻔하게 나오는 인간들까지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정신 없는 와중에 주현도 사진 찍힌 멤버와 함께 경찰서에 불려 갔다.
 경찰서엔 과거에 미경을 보러 병원에서 종종 봤던 좀 젊어 보이는(미경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남자가 거기 있었다. 그는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을 흘끗 쳐다봤다. 그러다 주현의 팔목에 감긴 손목 보호대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귀찮아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짓과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어?"

 주현은 그를 단번에 알아봤다. 과거에 항암치료를 받을 때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인지 그가 눈에 익었기 때문이었다.

 "김주현씨?"

 그는 주현이 맞는지 확인했다.
 주현이 움츠러든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지훈 형사입니다."

 그는 귀찮은지 자신을 대충 소개했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저는 30대고요."
 "?" 

 왜 나이를 소개하는지 알 수 없어서 주현은 그저 의아하게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는 주현만 다른 곳으로 가자고 손짓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주현은 자신만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에 불안을 느꼈다.

끼익

 이지훈 형사는 어느 한 곳에 데려가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주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찰 정복을 입은 미경이, 옆의 테이블 위에는 서류더미를 잔뜩 쌓아두고는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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