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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21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21화

SooyangLim 2023. 12. 14. 19:02

 "……."

 잠도 못 자고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매니저의 차를 타고 회사로 가는 길. 주현과 매니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끼익

 연습실 문이 열리자 멤버들 모두가 일시에 주현을 바라봤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연습실 문이 닫히는 순간,

 "형 미쳤어?"

 누가 말 했는지 모를, 누가 들을까 무서워하는, 속삭이는 듯한 첫마디가 들렸다.

 "뭐 하자는 건데요?"
 
 춤 담당 멤버가 여느 때의 특이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이 울분을 담아 물었다.
 전에 사진이 유출된 멤버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대단하네 우리 리더 형. 리더가 그룹 쫄딱 말아먹게 만들고.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
 "다 들었어요. 지금 기사 나는 거 막고 있는 내용까지 전부 다."
 "……."
 "그래봤자 얼마 못 가는 건 알죠? 참 나. 나한테 그러더니, 형은 뭐… 더 하네요?"

 주현은 잘못한 바가 있으니 가만히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몰아세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번, 그리고 처음 그런 곳에 가본 건데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초대받아서, 힘들다고 얘기하러 간 거야. 그리고 딱 한 번이었어. 처음이었고."

 그 말에 다른 멤버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우리가 동정이라도 해주길 바래요?"
 "……."
 "그럼 진작에 말을 하든가요."
 "……."
 "선 넘기 전에!"
 
 버럭 소리를 지르자 다른 멤버들이 움찔했다. 주현은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려지는 걸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멤버가 기가 찬다는 듯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와, 지금 우는 거에요?"
 "…나, 나는……."

 주현은 힘겹게 입을 뗐다.

 "…너희는 잠깐, 정말 잠깐이라도… 이해해줬으면 했는데……."
 "하! 이해요? 이해?"

 소리를 버럭 질렀던 멤버가 두 손을 허리에 올리며 빈정거렸다.
 사진 찍힌 멤버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누가 힘들다고 형처럼 그러고 살아요? 그 딴 이해 바라거든, 감방 동료들한테나 매달려요. 우리한테 그러지 말고."

 그 말에 주현이 충격 받은 얼굴로 고개를 들어 멤버를 바라봤다. 정황상 감방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고 이렇게까지 죄인 만드는 분위기면 뭔가 전달이 잘못 됐겠구나 하고 생각이라도 해봐야 했다. 하지만 잠도 못 자고 나와서 정신이 없고, 또 죄책감에 매몰되어 있는 주현은 지금 거기까지 차마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주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아 진짜 *발, 이 *친*끼야!"
 
 결국 다른 멤버한테 멱살이 잡혔다.

 "혀, 형! 그, 그만!"

 지금까지 안절부절 못하며 눈치만 살피면서 잠자코 있던 막내 멤버가 두 사람을 말렸다. 
 하지만 멱살을 잡은 멤버는 멈추지 않았다.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형! 그만!"
 
 그 때 매니저가 가세해서 두 사람을 떨어뜨렸다.

 "싸우지 마라."
 "방금 못 들었어요!?"

 멱살을 잡았던 멤버가 막내 멤버한테 잡혀 떨어지면서도 버둥거리면서 소리쳤다. 
 그 때 아까 사진 찍힌 멤버가 버둥거리는 멤버를 보며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
 "아니, 방금…!"
 "이제 남인데. 뭐 하러 신경 써."

 그 말에 연습실 안이 얼어붙었다.
 막내 멤버가 말리느라 잡고 있던 멤버를 스르륵 놓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혀, 형? 그, 그게 무슨…?"
 "막내야. 이런 일 터졌는데 멀쩡하게 팀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안 그래요, 매니저 형? 다 감수하고 저지른 거지, 주현이 형?"

 사진 찍힌 멤버가 동의를 구하듯 매니저쪽을 봤다가,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주현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혀, 형. 그렇지만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

 막내 멤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다 같이 침몰하고 싶어?"

 라며 사진 찍힌 멤버가 막내 멤버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주현에게 애원하듯 마구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밝혀진 게 없어? 이 상황에? 내가 어젯밤에 거기 갔었다는 말, 매니저 형한테 연락받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먼저 들었어. 알아?"
 "!"
 "거기 룸 안이 아주 난장판이었다며?"
 "……."
 "진짜 실망이다, 형. 거절 좀 하지. 어? 평소처럼, 우리한테 했던 것처럼!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렇게 고상이라도 떨지 그랬어? 하아……. 주현이 형! 진짜 왜 그랬는데, 왜…?"
 
 그의 말을 들은 멤버들이 충격 먹은 얼굴로 주현을 바라봤다.

 사진 찍힌 멤버의 말을 들은 주현은 새하얗게 질린 채 그저 덜덜 떨고만 있었다. 사진 찍힌 멤버의 말 대로면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이 있지만, 사고가 얼어버린 주현은 지금 그걸 전혀 캐치 못했다.

 사진 찍힌 멤버는 주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차갑게 말했다.

 "나가."
 "……."
 "마지막 배려야. 자진해서 나가."
 "……."
 "양심이 있으면."

 몇 초 동안 연습실 안은 소름 끼치게 조용했다.
 그리고,


탁탁

끼익

연습실 문이 열렸다.

탁탁탁탁탁

 주현이 복도를 뛰쳐나갔다.
 눈 앞이 흐릿하고 어지러웠다. 지금 어디로 달리는지도 모른 채 달렸다.

 "헉헉…헉…헉……."

 주현은 평소와 달리 달리는 데 몸이 몹시 무겁고 숨이 심하게 가빠왔다. 마치, 강해지기 전의, 그것도 병원에 들락거리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누군가 달리는 주현을 붙잡았다. 주현은 여느 때와 다르게 누군가의 손에 손쉽게 붙잡혔다.

 "어디 가?"

 소속사 사장이었다.

 "연습실에 모여 있으랬더니 왜 옥상에 온 거야?"

 사장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주현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주현은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따라 와. 여기서 얘기할 수는 없으니."

 사장은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은 사장을 따라 사장실로 갔다. 사장실에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그 안에는 어느새 매니저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 받았다."

 사장이 사장실을 들어서자 마자 말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마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를 시작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범을 보여야 될 놈이! 알 만 한 놈이! 뭐 하자는 거야, 어!? 왜 이러는 거야? 왜!"

 가만히 듣던 주현은 갑자기 욱해서 말했다.

 "…왜 저만 그래야 됩니까?"
 "뭐어?"
 "왜 저만 어른이어야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주현은 점점 숨을 빠르게 쉬며 언성을 높였다.

 "왜 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까? 제 잘못은 할 말 없지만, 왜 애들 잘못도 제 잘못이고, 제 잘못이 아닌 것도 왜 다 제가 책임져야 됩니까?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건 당연한 건데, 왜 잘못한 건 이렇게까지 혼나야 되는 겁니까? 왜 저만 이렇게 가혹한 겁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무리 제가 리더라도! 어른이라도! 아이돌이라고 해도! 왜 다 제 책임인가요? 아니, 사실 전 제가 그렇게 어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다고요. 제가 지금 어떤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해야 되는지……."

 주현이 사장을 말을 자르면서 소리쳤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주현은 상처를 덮어높은 가슴팍을 움켜쥐고 숨을 가쁘게 쉬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제가 그렇게 잘못 했어요?"
 "……."

 주현의 물음에 사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주현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주현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주저 앉으며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전 처음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딴 애들은 괜찮고… 저는 그렇게 잘못이… 그렇게 용서받지 못할 만큼 혐오스러웠나요……."
 "…난 지금 너한테 배신감이 든다."
 "배신…?"

 사장의 말에 주현이 주저앉은 채 그를 올려다봤다.

 "난 최소한 네가 사과하고 반성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
 "쉬라고 했는데 뛰쳐나가서 그런 일을 저질러놓고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사장이 말하는 동안 지금 주현의 머릿속에는 다른 '배신'이라는 단어만 맴돌고 있었다.

 '배신? 배신…? 김두원에 관한 걸 사장님이 몰라? 누가 누구에 대한 배신?'

 그리고 튀어나온 주현의 말.

 "배신이요?"

 갑자기 주현이 차갑게 가시돋친 말투로 말했다.

 "…사장님이 어떻게 저한테 배신이라는 말을 할 수 있으세요? 저를 배신한 건 사장님 아닌가요?"
 "뭐?"

 그 말에 사장은 못 알아들어서 어리둥절해졌다. 그래서 매니저를 쳐다봤다. 하지만 매니저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사장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허억, 허억, 헉헉헉"

 주현은 갑자기 엄청나게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한 패잖아요."
 "무슨…?"
 "김두원이랑!!"

 사장이 당황하는데 갑자기 주현이 소리치면서 눈이 뒤집히더니 달려들었다.

 "어어!?"

 매니저가 급히 주현을 붙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장은 놀라 사장실의 저편으로 도망쳤다.

 "비, 비서! 비서! 긴급상황!!!"
  
 사장이 급히 문쪽으로 달려가 열며 소리쳤다. 

쿠당탕

 매니저가 주현과 함께 넘어졌다. 덕분에 시간을 좀 벌었다.

 '다 한 패야'

 누가 주현에게 소리쳤다. 

 '널 다 지켜보고 듣고 있어'

 그 소리는 주현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듯 속삭였다.

 '네 전파는 다 감시당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그 목소리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전파로 감시하고 있었어!!!"

 주현이 소리 쳤다. 머릿속 소리는 주현에게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또한 그걸 기정사실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멤버들과 사장, 매니저는 주현의 말을 귀담아들을 여력이 없었다. 

 '죽여'

 주변에 총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감시하는 것 같은 이는 이들일까?

 "뭐야!? 다, 당신들 누구야!"

 '전부'

 그들은 특수부대원들처럼 보였다.

 '죽여'

 총구과 칼날들이 주현을 겨눴다.

 "죽이러 왔어!? 날 죽이려고!"

 '죽여!'

 문이 열렸다. 멤버들과 다른 매니저 두 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쪽수에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주현의 상태를 보고 되려 겁에 질려버렸다.
 주현은 이미 눈이 완전히 뒤집혀서 막무가내로 덤벼들고 있었다.

 "지, 진정해!"

 하지만 주현의 귀에 그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 나가!!"

 사장이 소리쳤다. 모든 사람들이 주현에게 물건을 마구 던졌다. 물론 그건 아무 도움이 안 됐다. 다만 그건 그저 그들을 따라오는 속도를 지체하기 위해 애쓰는 정도였다. 그들은 재빨리 사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콰광 



 사장실 안의 온갖 기물들과 벽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주현은 지금 상태 이상으로 인해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온갖 가구와 벽을 부숴버리는 데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었다.

 저 상태인 주현을 지금 여기서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방금 사장실 안에 있던 이들은 복도 밖에 나와 사장실 그저 문을 막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복도 밖에 있는 이들은 멤버들과 사장실에 있던 매니저, 그리고 꽤 연차가 오래된 매니저 둘이었다. 지금 복도에 남은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에 수현과 주현이 싸웠을 때 건물 붕괴를 겪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그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저 덜덜 떨고만 있었다. 이들은 디자인보다 내구성에 몰빵 해서 지은(사정을 모르는 팬들 사이에선 그 큰 돈을 들여 지은 소속사 건물이 다른 소속사들보다 심하게 구리다고 늘 말이 나오는) 이 건물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쟤, 뭐, 뭐야…? 왜, 왜 저래…?"

 사장이 바들바들 떨며 매니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두꺼운 쇠문을 문을 막고 서서 덜덜 떨고 있었다. 

 "몰라요……."

 매니저도 덜덜 떨며 말했다. 지금 복도에 나와 있는 이들은 다 함께 문을 막고 버티고 서있었다. 그들은 제발 주현이 건물을 부수거나 주저앉히지 않기를 기도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애, 애들은 불렀어요…?"

 송즈 멤버 중에 하나가 수현이나 진우를 떠올리며 물었다.

 "애들은 얼마 전에 다쳐서 못 와……."

 매니저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현은 안 다쳤지만 불렀다간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 있어서, 매니저는 아예 머리 속에서 배제하고 말했다.
 물론 부르는 게 맞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건물 붕괴 트라우마 때문에 머릿 속의 부를 사람 목록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그렇게 이들이 벌벌 떨고 있는 사이, 다른 직원들은 전부 건물 밖으로 대피를 했다.

 분명 이들을 제외한 인원은 건물에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그럼 방금 전까지 있던,
 주현이 본,
 특수부대원들은 어디에?

휘청

 주현은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럽고 멍해졌다. 휘청이는 와중에 식은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었는데?'

 특수부대원?
 그런게 있었을 리가.

 "……."

 정적이 흘렀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정말 누가 전파를 쐈을까?
 정말 누가 감시를 했을까?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털썩

 주현은 탈력 발작으로 인해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갑자기 조용한데요?"

 갑자기 진동과 소리가 뚝 끊기고 시간이 좀 지나자 매니저가 작게 소곤거렸다. 

 "열어 볼…까요??"

 막내 멤버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바로 앞에 서있으면?"

 춤 담당 멤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마터면 김두원 박사님 없는 날 이 사달이 나서…!"

 매니저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열어 보자. 내 감으로 봐선, 끝난 것 같아."

 사장이 말했다.

덜컥 
덜컥


 쇠문이 구부러진 탓에 잘 안 열려서 힘겹게 열 수 있었다.

 "주현아!"

 매니저가 사장실 난장판 속 모퉁이 근처에 쓰러져 있는 주현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의식 있어요!"

 다른 매니저가 주현이 다시 힘겹게 눈을 약간 뜬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

 그 사이 사장은 그 난장판 속에서 다급하게 자신의 휴대폰을 찾았다. 주현의 상태가 심상찮다는 걸 이제야 확연히 실감한 사장은 그제야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사장은 재빨리 받은 메시지들 중 두 통을 다시 확인했다.

「신경가스 성분 분석 결과를 확인 하러 신 회장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어쩌면 주현이의 뇌와 신경계에 침투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취약한 상태일 것입니다. 확인은 형사님한테 부탁했습니다. 일단 다시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자극하지 말아주십시오.」

 전 날 밤에 김두원에게 온 몇 개의 메세지 중 하나였다.

「사건 관련 외 전달사항. 정신 및 신체 이상 증세 확인. 외부 자극과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더 취약해진 상태. 현재 사건 때문에 해결 불가. 조만간 해결하겠으니 그 전까지 자극 최소화 요망.」

 이 메세지는 새벽에 누군가에게 받은 여러 개의 메시지 중 하나. 이것은 누구의 메시지일까?

 "사장님!"

 몇몇 임원들이 사장실로 올라왔다. 끝났다는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직원들이 건물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돈 쓴 보람이 있네요! 여기 빼고는 멀쩡해요!"

 재무팀 직원(임원급)이 난장판을 헤치고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복구 비용 결재 서류입니다. 여기 업체랑 비용 확인하시구요. 결제 대금은 회사 공금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인테리어 업체 건은 따로입니다. 혹시 몰라서 시공사 쪽에도 컨택했습니다. 그건 다음 거에 보시면 있고요. 아, 맨 뒤에는 오늘 스케줄 추가 건입니다."

 재무팀 직원이 발랄한 목소리로 결재 파일을 몇 개 들이밀었다. 사장은 한숨을 쉬며 첫번째 결재 파일을 열었다.

 그 사이 따라 들어온 일정 관리팀 직원(임원급)이 쓰러져 있는 주현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어때? 괜찮아?" 
 "……."
 "오늘 추가 스케줄 하나 더 잡혔어. 아, 그리고 ost 녹음은 취소."
 "……."
 "정확히 말하자면 ost는 아예 새로 작업 들어가기로 했어. 주현이가 벌스를 새로 작사 작곡 하면 어떨까 하시더라고. 그래서 그러자고 했어. 그럼 오늘부터 작업 시작 해야 되는 거 알지? 그러니까 어서 정신 차리고 일하러 가자."

 그 말에 주현을 일으켜 앉히던 매니저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옵니까!?"
 "사장실 빼고는 다 괜찮잖아요. 할 일은 해야죠."
 "지금 일을 어떻게 합니까! 이 상황에!"
 "무슨 상황요? 사장실 날아간 게 일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고."
 "……."

 갑자기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방금 들어온 일정 관리팀 직원과 재무 관리팀 빼고.

 "…왜, 왜요? 뭐 있어요? 이 분위기 뭔데요?"

 아무래도 간밤에 주현에게 벌어진 일과 관련된 연락은 아주 소수에게만 전달된 사항인 듯했다.

 "…각자 자리로 가서 할 일 해. 애들도 연습하던가 스케줄 가고."
 "사장님!"

 사장의 말에 매니저가 소리쳤다.
 하지만 사장은 일단 침착하게 송즈 멤버와 매니저를 지목하며 말했다.

 "너네만 남고 다 나가. 아, 주현이는 일단 보내."
 "어디를요…?"
 "스케줄 들어온 거. 일단 보내."
 "사장님!"

 매니저가 소리쳤다.
 사장은 매니저에게 무언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일단 그렇게 해. 빨리."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장은 부축당한 채 끌려나가는 주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내 개판이 된 사장실에는 주현을 뺀 송즈 멤버만 남았다. 그리고 잔뜩 일그러진 사장실 철문을 대충 끼워 맞춰서 닫고 나서 사장이 드디어 입을 뗐다.

 "언제부터 저랬어?"
 "저러는 건 처음 보는 데요. 저거 약해서 저런 거 아니에요?"

 멱살 잡았던 멤버가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들은 주현이 간밤에 갈 때까지 간 걸로 오해하고 있었다.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며 사장이 좀 전에 확인 했던 메시지 두 개를 보여줬다. 멤버들과 매니저가 읽는 동안 사장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랑 다른 직원들한테도 하나씩 확인 하겠지만, 일단 괜히 말 나가면 안 되니까 너네만 남긴 거야. 지금 안 그래도 위험하니까…"
 "사, 사장님! 이, 이거…!"

 막내 멤버가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갑자기 겁에 질린 얼굴로 변했다.
 사장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언제부터, 어떤 증상 있었어? 빠짐 없이 말해 봐."



 스케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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