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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20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20화

SooyangLim 2023. 12. 11. 19:01

 "…시궁창에 처박고 무슨 낯으로 찾아와써요?"

 주현은 풀린 혀로 어떻게 알았는지, 왜 여기 왔는지, 보고 싶었다는 등, 여러 말들을 삼키고 남은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

 미경은 대답 대신 옆에 쭈그리고 앉아 누워있는 주현을 일으켜 앉혔다.

촤르륵

 들고 있던 페트병에 남은 물을 주현에게 쏟아부어 조금이나마 더러움을 씻겼다. 그리곤 벗어서 들고 있던 외투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과 몸을 벅벅 닦았다.

부스럭

 주현의 품 안에 있던 종이가 떨어졌다. 아까 긁은 카드 영수증이었다.

 "…1억 3천?! 이게 돌았나!"

 미경이 등짝을 퍽 하고 쳤다.

 "아."

 주현이 외마디 소리를 냈다. 손이 어찌나 매운지 징 박힌 뻣뻣하고 두꺼운 가죽자켓을 입고 있음에도 아팠다. 주현을 이토록 아프게 때릴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미경도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을 법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주현은 지금 거기까지 사고가 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다.

 "……."

 상황을 정리하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손이 멈춘 이유는 강해보이는 가죽 자켓 안쪽의 부드러운 셔츠와, 다친 옆구리를 치료하고 감아 놓은 붕대마저도 어느새 흥건히 적셔가는 피 때문이었다.

 "…안 되겠다. 그냥 일어나."

 미경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서 손을 뻗었다.
 주현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리와 함께 그 손을 쳐냈다.

 "으이구!"

 미경은 쥐어박을 태세로 한 마디 내뱉고는 쳐낸 손을 잡고는 잡아당겼다.

비틀

 미경은 휘청거리는 주현을 일으켜 세웠다.
 주현은 토했어도 여전히 술기운이 남았는 지 아직 몸을 못 가눴다. 주현은 미경이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쭉 이끌려갔다.

 "시러요."

 주현은 여전히 풀린 발음과 함께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려 하며 거부했다.

 "닥치고 나오기나 해."

 미경은 그렇게 말하고 주현의 힘에 안 끌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쓰레기장 밖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기어코 쓰레기장 밖으로 빼냈다. 그리곤 더러운 것이 묻지 않은 자신의 외투 안쪽면을 주현의 얼굴 쪽으로 가게 해서 주현의 얼굴을 덮어 세상의 시선에서 가려줬다.

터벅
터벅

 술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주현은 미경이 부축해 주는 대로 비틀거리며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머리 숙여."

 미경이 주현의 머리를 누르며 말했다. 주현은 차 안으로 집어넣어졌다. 차에 타기 전에 차 천장에 있던 무언가를 떼내 차 안에 넣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차에 탄 미경은 뭘 하는지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잠시 후,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나고 차가 스르륵 움직였다.



 미경이 머리를 덮은 외투를 낚아채듯 잡아당겨 개키고는 뒷좌석에 집어던졌다.

 주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그대로 있었다. 외장은 보통의 승용차지만, 일반적인 승용차랑 달랐다. 좀 전에 자신을 다루는 익숙한 일련의 과정들과 차량 내부를 봤더라면 미경이 뭐 하는 사람인지 쉽게 눈치챌 법 하지만, 주현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축 처져 있을 뿐이었다.

 "매니저는 오지 말라고 했어."
 "……."
 "하아……. 미치겠다, 정말."
 "……."
 "너 안에서 무슨 짓 했어?"
 "무슨 짓?"

 주현이 힘 빠진 목소리로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한껏 비아냥 댔다.

 "나한테 그러케 해놓고는 다른 여자 만나는 건 싫은가 보죠?"
 "여자를 돈으로 산다던가 강제로 한다던가 그런 거 아니면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미경의 말에 주현은 더 힘이 풀려서 창에 머리를 기댔다.
 
끼익

 신호등에 차가 멈췄다. 미경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당겼다. 미경은 잠깐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결국 잔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야! 너는 아무나 하고, 심지어 그런 데서 하고 싶어? 조심 좀 해! 몸 함부로 굴리지 말라고! 그건 어느 성별이든 똑같은 거야! 까딱하다간 성병 옮는 거 몰라!?"
 "하."

 주현은 기가 차다는 듯 콧웃음을 쳤다.
 미경은 그 소리에 한 손만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몸을 돌려 주현을 바라봤다.
 주현은 그런 미경의 시선을 피해서 노을처럼 동이 트기 시작한 밖을 봤다.
 미경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난 지금 그거 묻는 거 아냐."
 "……."
 "술 말고 딴 거 마시거나 피운 거 없어? 혹시 뭐 이상한 거 먹거나 주사 한 건 아니지? 아니면 뭐 돈 걸고 이상한 게임 했다던가……."
 "……."

 주현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미경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주현아. 내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골치 아프게 하지 마."
 "봐 준다거여?"

 미경의 말에 욱한 주현이 고개를 휙 돌려 미경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리곤 여전히 풀린 혀와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뭘 봐 주는 데여? 누나가, 아니 네가! 네가 뭔데! 신고할 거면 신고해!" 



 결국 미경이 못 참고 쥐어박았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손부터 나간 것이었다.

 "이 시키가! 이 놈 자식이 뭘 잘했다고! 싸가지를 밥 말아먹고! 야! 정신 안 차려!? 신고? 그래, 신고! 신고받고 여기까지 왔다, 이 *끼야!"

꿍 꿍 꿍
뽁 뽁 뽁

 미경이 주현을 몇 대 더 쥐어박았다. 그리고 쥐어박을 때마다 머리를 몇 가닥씩 뽑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지퍼백을 꺼내 머리카락을 담고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소리쳤다.

 "너 진짜 했어봐라! 했으면 내가 빵에서 평생 썩게 만들 거다!" 
 "아니, 일반인이 어떠케 이렇게 손이…? …지금 뭐, 뭐하는…?"

 주현은 맞은 자리를 문지르며 머리카락을 수집해 주머니에 넣는 미경을 보며 말하는데, 

빵 빠앙!

 그 사이 신호등이 다시 바뀌고 뒷 차의 경적 소리가 울렸다. 미경은 뒷 차의 경적 소리를 듣자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액셀을 밟았다.

 "가! 가! 간다고!"

 미경은 놀랍도록 거칠게 차를 몰았다. 그런데 또 놀랍도록 신호를 잘 지켰다.

 "아니, 무승 운전을……."

 주현이 무서워서 손잡이를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닥*. 교통법 어긴 거 없으니까."

 미경은 그렇게 주현의 말을 잘랐다. 주현이 잠자코 있는 사이 미경은 한참이나 씩씩거리더니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매니저한테 말 하긴 해야겠다." 
 "……."
 "아니다. 이미 뉴스 나갔을 지도 모르겠네. 너 걱정돼서 죽을상이던데 뉴스 보고 알면 기절하겠네."
 "뉴스여? 진짜 신고한 거에여?"

 주현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미경에게 물었다.
 미경은 그런 주현이 어이가 없는 지 비꼬며 말했다.

 "어이쿠? 겁은 나나봐?"
 "……."
 "서에서 오라고 하면 입 닥치고 얌전히 가서 성실하게 조사 받아! 알겠어!?"

끼익

 어느새 차가 주현의 개인 집이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섰다. 미경은 뒷좌석에 던져둔 옷을 집어던지며 주현에게 말했다.

 "자. 얼굴 가리고 내려. 너 그 꼬락서니를 동네 주민이 보면 곤란하니까."
 
 주현은 순순히 그 말에 따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재빨리, 그렇지만 휘청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털썩

 주현은 집에 오자 문간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따라 들어온 미경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야, 윗옷 벗어."

 주현이 놀란 표정으로 미경을 보며 두 팔로 상체를 가리며 말했다.

 "밀어낼 땐 언제고…?"

 그 모습에 미경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피 철철 흐르잖아! 치료하고 물 안 들어가게 덮어놔야 씻을 거 아냐?"
 "아……."
 "뭘 '아…….'같은 소릴 하고 있어? 야, 난 네 몸에 관심 없어! 치료해 주고 바로 나갈 거야!" 
 "그, 그러치만……. 그건 좀……."
 "뭐가?"
 "부, 부끄러운데……."

 얼굴 빨개지며 그렇게 말하는 주현을 보고 미경은 어이가 로켓 달고 가버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까 전에 그 딴 추태를 보인건 안 부끄럽고?"
 "……."
 "피 같은 돈을 그만큼 써댔길래 뭐라도 하긴 했겠거니 했는데, 이러는 거 보니까 안에서 딴 짓거리 안 했나 봐? 적어도 여자든 남자든 사람 사고 판 건 아니길 바란다."
 
 미경이 빈정거렸다.
 그 말에 주현이 아까부터 참아왔던 말을 했다.

 "제가 그럴 사람으러 보여여?"
 "그 꼴로, 그런 곳에서, 그런 짓거리하는 데서, 그 돈을 썼으면서? 넌 지금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안 보이고가 중요해? 나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어떻게든 결백을 증명해도 모자랄 판에?"

 그 말에 주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팔을 천천히 내리며 축 처진 어깨가 되어 말했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주현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가죽 자켓을 천천히 벗으며 말했다. 옷을 벗으면서 샤인데이가 준 장식이 몸에서 뽑히면서 그나마 좀 굳었던 피가 다시 솟아났다.

 "그냥, 그냥… 술이랑 안주 정도만 마셨어여. 정신 차려보니까 약이 눈앞에 있었고 마이디 선배가 그걸 먹이려 해서 무서워서 도망쳤고."
 "먹이려 했다고? 뭘? 안 먹은 거 맞아? 진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미경이 어쩐지 폰을 꺼내 만지며 괜히 의심스럽다는 마냥 물었다.
 주현은 전혀 눈치 못 채고 시무룩한 얼굴로 바닥만 보면서 말했다.

 "진짜에여. 술 먹고 요즘 힘들다고 얘기하거 있었능데……. 힘들 때 먹었다믄서 나한테도 챙겨먹어야 된다고 먹고 나서 옆 방에 여자랑 그런… 그런 걸 하면 나아진다면서 사탕 같기도 하고 액체랑 가루도 있었고… 그런 이상한 것들을 보여줬어여. 제가 피하니까 억지로 먹이려 했고여."

 주현이 충격적인 장면들을 떠올리며 차마 입에도 담지도 못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미경은 자연스럽게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래? 그럼 여자들한테 먹이고 한 것도 봤겠네?"
 "도망치느라 잠깡 스쳐지나가뜻이 봐서 먹인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여. 긍데 하고 있는 여자들 말고 다른 여자들이 이상하게 널부러져 있는 건 봐써여."
 "옆 방이라고? 네가 있던 곳은 안 그랬고?"
 "안 그래써요! 전 진짜! 정말로! 절대! 아니에요! 정말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주현은 여전히 술 기운이 남아서 꼬부라진 발음으로 극구 부정을 했다. 그리고 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전 나올 때 마이디 선배랑 둘이서만 이써고, 여자는 앞전에 다른 선배, 그러니까 난키 오 선배랑 같이 나갔었어여. 그런데 도망칠 때 보니 옆 방에 있는 거였고, 그, 그러케 많은 사람이 있는 지도 몰랐… 우윽."

 주현은 아까 본 광경을 떠올리자 다시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걸 겨우 삼키고 소리 높여 토로했다.

 "전, 전 징짜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저는 그거 보고 구역질이 올라왔다고여……. 아! 그 여자들 괜차늘까요? 제가, 너, 너무, 무서워서 그냥 도망쳐버렸는데……. 거기 막 맞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제 눈 앞에 이썼능데, 저는…! 제가 구했어야 했능데…!"

 주현이 갑자기 상황을 되짚어 생각하자 죄책감에 눌려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미경이 어느새 둘 사이에 휴대폰을 놔두고 경청하고 있었다. 미경은 주현에게 휴지를 건네고 부드럽게 달래며 말했다.

 "괜찮아. 사이렌 소리 들었지? 경찰이 왔으면 된 거야, 너도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그렇지만 저는, 저는……. 쓰레기에여……."

 눈에 띄게 괴로워하며 숨을 가쁘게 쉬는 주현을 달래며 말했다.
 주현은 자신이 인간성을 저버렸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아까 끌려나온 곳으로 돌아갈 기세였다. 아마 이 점이 그가 쓰레기장에 있었던 이유들 중에 하나이리라.
 미경은 계속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 너무 걱정 하지도 말고. 경찰이 무사히 다 구했을 거야."
 
 미경은 상태가 안 좋아진 주현이 여기에 대해서 그만 생각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화두를 돌렸다.

 "근데 맞은 사람이라니? 혹시 너도 맞은 건 아니지? 싸웠던 거야?"
 "전 안 맞아써여. 도망치다가 문이 열려 있는 방에서 누군가가 맞는 걸 봐써여. 막 문신 있고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구여."
 "그래? 그럼 패싸움이었나? 너는 때린 거 아니지?"
 "안 때렸어요! 전 함부로 때리지 않아여! 전, 전 그러면 큰일 난다거여!"

 주현이 고개를 들어 기겁하며 소리쳤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그래, 알아. 너는, 그러니까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그래서? 싸운 걸 본 거야? 난 쌍방으로 싸운 줄 알았는데."
 "싸운 건지는 모르게써요. 그냥 일방적 화풀이 같아 보였능데……."
 "화풀이? 그럼 서로 주고 받는 건 못 본 거네?"
 "제가 봤었을 때는 그랬었어여. 막 조폭 같은 사람들이 깨진 병이랑 둔기 같은 것도 들고 있어써요."

 그 말에 미경은 괜히 호들갑 떨며 말했다.

 "어휴~ 세상에. 그랬어? 무서웠겠네! 그럼 싸웠는 지는 cctv를 까봐야 아는 거겠네, 안 그래?"
 "아마도여……. 제가 구해써야 했능데……"

 주현은 그들도 자신이 못 구했다고 생각해서인지 표정이 다시 엄청나게 안 좋아졌다. 미경은 다시 말을 돌렸다.

 "경찰 왔으니까 다 잘 정리 됐겠지. cctv는 보면 아는 거고, 안 그래? 아, 맞다. 그 안에서 어떤 여자가 차키랑 지갑 잃었다던데 혹시 본 적 있어? 00(브랜드 이름)꺼고 핑크색이고, 차키는…"
 "아 그겅 찾아요? 그거 지갑이 그… 핑크색에 날개 스티커 붙어있는 거 맞져?"
 "어어. 맞아. 봤어?"
 "그거 라씨니 선배가 춤추믄서 주머니에서 빼서 자기 주머니로 넣덩 거 봐써여."
 
 주현은 별 생각 없이 미경이 대화를 이끄는 대로 줄줄 불었다.
 미경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 사람이 지갑이랑 차키 가져간 것만 봤어?"
 "음… 더 있깅 해여. 다른 사람 휴대폰으러 술 값 긁는 것도 봐써여."
 "아! 그래? 그것도 봤구나?"
 "도망칠 때 잠깡 봤어요. 근데 그 선배능 대체 왜 남의 걸 그렇게 자기 꺼인 거처럼 쓸까여?"
 "아 그랬어?"
 "네. 제가 카드 꺼냈을 때도 제 손에 들려있능 걸 멋대로 가져가서는 엠피 선배가 건네 받고 가격도 모르거 있었는데 긁어써요. 저는 그 이벤트? 그것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훨씽 더 마니 나왔더라고요." 
 "아, 네 손으로 건네고 긁은 게 아냐? 가격도 모르고 긁은 거야?"
 "네! 힘등 얘기 할려니까 방에 있던 사람들 내보내믄서 그 사람들한테 사주라고 했거든여. 전 그냥 이벤트인가 그것만 결제하는 줄 아라능데……. 선배니까 그 자리에서 제가 왜 그것들까지 샀냐거 뭐라 할 수도 없고……."
  
 주현이 투덜거렸다.
 미경은 이해하는 양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대화를 이었다.

 "아~ 선배니까 뭐라 못했다?"
 "네……. 그리고 새로 연 업장이라거 연락 와서 오라고 해서 간 건데 어떻게 뭐라고 하겠어요……. 오라고 차까지 보내즈던 걸요."
 "초대? 초대면 서비스로 뭐 좋은 거 주고 그렇지 않아?"
 "전 정말로 이상한 건 아무 것도 안 머거써요!"

 주현은 또 마이디가 가져온 것을 얘기하나 싶어서 강하게 부정했다. 그리고 술 얻어먹은 것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귀하게 얻은 술이라면서 사주신 건 있지만여."
 "귀한 술?"
 "네. 1000만원짜리랬나…? 에이엘콜 선배가 거의 다 마셨지만요. 나중에 보니 그거 들고 밖에 나가스도 마시고 있더라그요?"
 "아, 그래? 그 술이 혹시 가게 앞에 있던 차 안에 있던 병이 그건가? 커다랗고 금색이랑 빨간색 라벨 붙은 거?"
 "네네 맞아요. 차에서 마시면서 몰거 있더라그요."
 "이~ 그 술 마시고 운전대 잡은 사람이 여자가 아니구나?"
 "네? 그 선배 남자인데……. 에이엘콜 선배여. 알죠?"
 "응~ 그럼 알지. 그나저나 정말로 엄청 비싼 술 마셨네~ 1000만원짜리 술이라니!"

 미경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주현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그게 1000만원이래여. 아까 문자로 다음에도 좋은 술 생기면 알려준다고…"
 "문자? 보여줄 수 있어?"

 미경의 말에 주현이 폰을 꺼내서 보여줬다.
 미경은 문자 내역을 찬찬히 읽고는 물었다.

 "…이건 무슨 말이야? 오늘 얘기한 거?"
 "어 그거……. 지긍 술이 너무 취해서 잘은 기억 안 나는데 뭐랬드라? 아이돌 생활 짧브니까 분산해서 해야 한다고……."
 "아, 투자?"
 "투자도 있었고, 사업도 있었던 것 같고……. 아 근데, 혹시 저작권으로 뭐 하는 거 얘기 들어봐써요?"
 "저작권으로?"
 "네. 그 뭐랬더라…? 으음……. 아까 술을 너무 머거서 잘 기억이 안나능데……. 부동산이랑 담보 잡아서 10배 100배 수익 그런 것 밖에 기억 안 나네요……. 아는 사람이 대출 해줄 수 있다면서 그래써요. 짧은 시간에 10배라니, 대체 뭘까요? 그거 충격저기었능데."
 "뭐? 그런 게 있다고? 주식인가? 선물 옵션 같은 거 말 하는 건가?"

 미경의 질문에 주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녀. 게임 같은 거라고 해써요. 카드랑 관련된 것 같았는데……. 동전 같은 거 보여줬거등여."
 "동전? 카드?"
 "네. 그 트럼프 카드 였었능데……. 동전은 색깔 있었그요."
 "신용카드가 아니라, 트럼프 카드? 혹시 그 동전 같은거 카지노에서 쓰는 칩 아냐? 그래서 금방 벌 수 있다고 한 거 아냐? 도박이니까?"
 "어? 그럴려나요? 잠깐만에 그만큼 벌 수 있다고 했었으니……. 국내든 해외든 가능하다고……. 에이, 그래도 그러치 도박일까요?"

 주현은 술 기운이 미경의 말에 그제야 깨달은 표정이었다. 

 "에이, 도박 아니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해?"
 "제가 술 취해서 정시니 없다보니 너므 순진하게… 그걸 생각도 못하고……. 그러고 보니 인맥이 마나서 뭐든 해결할 수도 있다고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인맥? 인맥은 무슨. 실체 없으면 다 뻥이지."
 "휴대폰이랑 수첩이랑 장부에 다 있다등대요?"
 "그래? 그런데에 다 기록해놨나봐?"
 "아마도요?"

 주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한테 꾸준하게 연락 했었네. 넌 딱히 별 얘기 안 했고……. 받은 문자는 지우지 말고. 다 남겨 놓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미경이 그렇게 말하며 주현에게 엠피가 보낸 모든 문자들을 스캔하는 걸 마치고 휴대폰을 돌려줬다.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경은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 혹시 문 쪽에서 연기나는 건 봤어?"
 "문요? 모르게써요. 전 쓰레기장에 있었어서……. 쓰레기장에 앞에 연기 나던 건 손아르 슨배가 담배 버려서 그런 거에요."
 "아 그래? 쓰레기장에 담배를 버렸구나. 큰 종량제 봉투에 청테이프로 붙인 거에 버린 거 맞지?"
 "네. 제가 도망쳐 나와서 그쪽에 주저 앉아 있었는데 제 뒤쪽으로 버려써요. 생각해 보니 어쩌면 제가 그걸 맞았을 수도 있었겠네요……."

 주현은 점점 술이 깨가는 중인지 발음이 나아지고 있었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게. 그럼 그거 옮기는 건 못 본거지?"
 "모르게써요. 전 그러고 나서 쓰레기 장으로 기어 들어가서 바로 토하고 거기서 쓰러지고……. 하아……. 전 이제 정말 그냥 쓰레기나 다름없는……."
 "됐어."

 미경은 바닥에 내려뒀던 들어 폰을 만지며 다른 한 손은 됐다는 듯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어쩐지 묘하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에 있는 비상 약품을 찾아 바닥에 내려놓고, 주방에서 손을 씻으며 말했다.

 "아무 것도 안 했다면서 자꾸 뭔 쓰레기야? 네 말은 네 말이고, 증거가 말해 주겠지. 안 그래? 난 네가 그냥 정신 놓고 비싼 술만 잔뜩 처먹은 거길 빌게."
 "……."

 미경의 말에 주현은 아까와는 다른 씁쓸하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표정으로 말이 없어졌다. 풀린 눈 때문에 평소보다 더 슬퍼 보이고, 조금 남아 있는 술기운 덕에 감정이 더 과장되게 얼굴에 드러났다.
 미경은 멈추지 않고 잔소리를 계속 이어나갔다.

 "어휴. 넌 정말,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어쩌자고…"
 "누나."
 "뭐."

 미경이 옆에 다가와서 앉아 약통을 열며 대꾸했다.
 주현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못 믿어도, 그래도, 누나는… 누나는 나 믿어줘야죠."
 "이제와서 내가 믿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뭔 짓하고 다니는지 내가 믿는다고 이게 해결이 돼? 됐고, 치료하게 옷이나 벗어 봐. 피 이렇게 많이 흘려서 이거 어쩔 거야!"

 미경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주현이 울먹이는 걸 삼키고 씁쓸하게 말했다.

 "나한테 의미가 있잖아요……. 왜 의미 있는 지도 알면서……. 그래서 괴롭고, 부끄럽고, 다르다고요……."
 "하. 그래. 알겠다, 알겠어. 그러면 부끄럽고 그럴 수 있지. 나중에 매니저 불러."

 약간 핀트가 어긋나게 이해한 미경이 쾅 소리나게 약통을 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지마요."

 주현이 나가려는 미경에게 말했다. 미경이 멈칫하는데 주현이 용기 내서 말했다.

 "치료해줘요."

 미경은 분노가 올라와서 뒷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고 눈을 감았다가 뜨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휴, 이 자식이 진짜…!"

 미경은 씩씩대며 다가와서는 다시 약통을 열었다. 
 주현은 주춤거리며 웃옷을 벗었다.

 "아니, 피가 아직도 나는데?" 
 
 미경이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기겁을 했다.
 주현은 여전히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아까 자켓 벗을 때 찌르던 게 빠지면서 다시 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일단 소독하고 치료는 해보겠다만……. 이거 이러면 흉터 남는 거 아닐까 몰라."
 "남으면 어쩔 수 없죠."
 "어휴 정말……. 너 여기 옆구리도 다쳐서 감아놨으면서 또 이렇게 다치고 말야. 아니, 잠깐. 이거 얼굴도 긁힌 거 아냐? 아닌가? 모르겠다. 에휴, 정말……. 조심해야지, 이게 뭐야. 응?"
 "신경쓰지마요."

 주현의 말에 미경이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하며 말했다.

 "너 신경 쓰지 말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 게다가 이 상황에 어떻게 신경 안 써? 귀한 몸, 귀한 얼굴에 흉터 남게 생겼는데."
 "귀하긴 무슨……."

 주현이 소독약 때문에 따가워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전과 달리 이제 자존감은 티끌 만큼도 남지 않은 듯했다.
 미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 좋다는 지 알면서 그런 말을 해? 얘, 너 좋다는 사람들 줄 세우면 지구 한 바퀴 돌겠다."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좋다는 사람은 봐주지도 않는데."
 "뭔 소리야? 지금 보고 있잖아."
 
 미경의 대꾸에 주현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미경을 바라봤다.
 미경은 그런 주현의 시선을 신경도 안 쓰고 치료를 하며 말했다.

 "너 말야, 예전 생각 좀 해 봐. 아플 때 그렇게 힘들게 겨우 나아서 살았는데 목숨 귀하게 여겨야지 지금 이러면 되겠어? 이럴 게 아니라 발버둥 치면서 열심히 살아야지. 응?"

 미경이 하는 잔소리를 듣자, 주현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놓여 있는, 샤인데이가 건넨 장식을 바라봤다. 
 미경은 잔소리를 중얼중얼 덧붙였다.

 "잘 먹고, 잘 자고, 하고 싶은 거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한 날도 있잖아? 그렇게 지내는 거야! 너 잘 알잖아? 너 그 짧은 무대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투자하고 땀 흘려가면서 노력하고 살아?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이러면 안 된다, 응?"
 "……."
 "얼마나 많은 이들이 널 지켜보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잘 되길 바라고 있는데 말야!"
 "…누나도 그래요?"

 물끄러며 장식을 바라보던 주현이 다시 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미경은 1초도 고민 안 하고 대답했다.



 "됐다."

 미경은 치료를 끝내고 주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짝 소리 나게 치고는 말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방수 패드로 덮어놨으니까 편하게 씻어. 빨래는 알아서 돌리고."
 "누나."

 주현이 자리에서 일어난 미경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럼 나 좀 봐줘요."
 "보고 있다니까? 평소에도 잘 보고 있어. 네 얼굴 어딜 가나 보여, 이 유명한 자식아." 
 
 미경이 두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찌를 것 같은 갈고리 모양을 하고 미경과 주현의 눈을 가리키며 왔다 갔다 휘적이며 말했다.
 주현은 미경을 올려다 보며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말라고요."
 "야, 벌써 동 트는 거 안 보여? 나 이제 집에 가야 되거든요?"
 "내가 그렇게까지 별로에요?"
 "뭘 또 별로래? 난 너 별로란 소리는 지금까지 일부러 한 마디도 안 했다? 자신감 가져! 아, 됐고. 난 이제 집에 갈 거야. 난 결혼한 유부녀라고. 내 남편은 지금쯤 너 만나러 간대서 지금 잠도 못 자고 있을 거야. 질투가 얼마나 심한 지."
 "혹시 협박 당하고 있어요?"
 "협박?"
 "혹시 그 때 병원비를 대줘서 그 남자의 요구를 거절 못해서라던가…"
 "아 뭔 개소리야."

 미경은 어이없어 하며 바로 주현의 말을 잘랐다.
 주현은 진지하게 걱정되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그 남자가 사실 누나보다 연하고, 누나는 네가 알던 내가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인데요?"
 "말 그대로야. 넌 날 어리게 보지만 난 50대고, 걔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리다고."
 "하아……. 그런 설정이에요?"
 "설정?"
 "둘이서 그런 역할극 하는 거냐고요."
 
 그 말에 미경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느라 가만히 서서 눈을 끔뻑이다가 폭소가 터졌다.

 "파하하하하! 야, 너 그런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와, 정말 상상력 좋다? 하하! 세상에!"
 "누나가 한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보다 제가 한 말이 훨씬 그럴 듯 한 건 알죠? 무슨 50대니 어쩌니……."
 "약 때문에 젊어졌다니까? 내가 젊었을 때 결혼해서 애 낳았으면 넌 내 자식 뻘이야."
 "어리게 보다 못해 이젠 자식 뻘이라고요? 그냥 동생도 아니고……. 몇 살 차이 난다고 무슨 자식 뻘 같은 소리를 해요? 누나는 지금도 어려요."

 주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주현은 미경의 말이 여전히 자신을 떼내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고, 자신에게 장난치기 위해 하는 농담인 줄 아는지 좀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미경은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주현아, 난 외관만 어려보이는 거야.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없어? 내가 말하는 것만 봐도 좀 다르잖아. 지금까지 대화를 생각해 봐."
 "전 누나가 딱히 애어른처럼 행동하는 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말투나 정신 연령이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사람은 넘쳐나요. 그리고 오히려 꼰대랑은 거리가 멀잖아요? 다정하고 이해심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그래, 그게! 그게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거라니까?"
 
 주현의 말에 미경이 골치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다. 
 하지만 주현에게는 씨알도 안 들어먹혔다.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의아하게 물었다.

 "자기 장점을 왜 그런 식으로 말 하는 거예요?"
 "그거 그냥 연륜이고, 널 진짜 자식이나 조카처럼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나이 들어도 애 같은 사람은 애고, 젊어도 사려 깊은 사람이 있는 거예요. 누나는 후자고."
 "아니, 하……."

 미경은 이걸로도 안 먹히자 노선을 바꿨다. 미경은 혹시나 나중에 주현에게 문제가 될까 봐 지금껏 하지 않았던 말을 결국 꺼냈다.
 
 "주현아, 난 네가 10대일 때부터 봤었잖아. 지금 네가 어른이 됐다 해도 내가 널 이성적으로 볼 수가 없어."
 "저 지금은 어른이잖아요? 몇 살 차이 난다고 이렇게 애 취급하는 건지……. 게다가 아주 어린 것도 아니었고 10대 중반에 봤었는데."
 "그래, 10대! 10대잖아! 난 그 때 40대! 아니, 그때 이미 50대였나? 어쨌든 그때도 이미 쭈그렁 할머니를 바라볼 나이였다고!"

 열변을 토하는 미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주현이 갑자기 미경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설마 지금 이성적으로 느끼게 해달라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죠?"
 "아니!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런 거 아니야! 절대!"

 미경이 기겁하며 바로 손을 뺐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쪽으로 어필하지 마! 제발! 그거 아냐!"
 "하……."

 미경의 반응에 또 상처 받은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주현의 반응에 미경은 당부했다. 

 "나한테'는' 안 통하는 거야. 알겠어?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지 마! 앞으로도 이런 쪽 문제로 고민도 절대 하지 말고! 콤플렉스 같은 것도 가지지 말고! 알겠어?"
 "하. 진짜, 도대체……."

 주현은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자꾸 결혼했니, 나이 어쩌구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하. 내가 진짜…! 나중에 꼭! 반드시! 모든 증거 다 보여줄게. 결혼반지든! 나이 많다는 증거든! 그리고, 그… 아무튼! 뭐든!" 
 "그럼 전 포기 못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모든 증거를 보여드릴게요."
 
 자신의 말을 전혀 안 믿는다는 걸 느낀 미경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건 차고 넘치게 봤고, 네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는 알고 있어."
 "……."

 주현의 표정이 변했다. 미경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가 애처로울 정도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미경이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주현의 손을 떼내며 말했다.

 "다시 말 할게. 다 손 떼고, 정리해. "

 그 말을 남기고 미경은 곧장 주현의 집 밖을 걸어 나갔다. 



 닫힌 문 뒤로 다시 혼자가 된 주현이 절규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에휴……."

 미경은 잠깐 멈춰서서 한숨을 쉬었다. 미경도 이렇게까지 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여기까지 오니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미경은 주머니 속의 휴대폰과 머리카락이 담긴 작은 지퍼백을 보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죽겠네. 말 할 수만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동트던 해는 높이 올라 이내 아침이 되었다.
 주현의 새벽 일탈은 당연하게도 소문이 쫙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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