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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3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3화

SooyangLim 2023. 10. 12. 19:03

 다음 날 주현은 새벽부터 일어나 활동을 시작했다.

 "눈 떠보세요~"

 메이크업을 받으며 졸고 있던 주현은, 눈을 떠보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말에도 눈을 뜨지 못하고 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주현은 사전녹화를 가는 차 안에서도 유튜브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방송국 대기실에서도 온갖 컨텐츠를 찍었다. 화장실을 가는 와중에도, 방송국에서 걸어 다니는 와중에도 모두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라디오 하러 갈게요~"

 주현은 방송국에 사전 녹화를 하기 전 비는 시간에 또 다른 스케줄을 하러 갔다. 유리창에 팬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환호성을 질렀다.

 "사전 녹화 하러 가실게요~"

 주현은 이제 사전 녹화를 하러 갔다. 팬들의 환호 속에서 열심히 무대를 하고 내려오자, 방송과 모바일 짧은 컨텐츠를 찍었다. 그리고 또 다른 스케줄을 하러 급히 차로 이동했다. 차로 가는 도중에도 팬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주현은 정신없지만 익숙하게 미소를 지으며 차에 탔다.



 "아, 형~ 조심하라고~ 차 문짝 부서진다고~"
 "잠도 깬다고~"
 "아 미안미안."

 주현이 우연히 차벽에 손을 부딪혔는데 힘 조절을 잘못해서 큰 소리가 났다. 약을 먹고는 있지만, 이따금씩 힘 조절이 안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나 의식을 바짝 붙잡고 있어야 했지만, 이렇게 피곤하고 정신없는 날은 컨트롤하기가 힘들었다.
 
 "자기 전에 와 준 팬들한테 인사하고 sns꼭 해."

 매니저가 말했다. 멤버들은 각자 쩍어놓은 사진이나 지금 바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는 이내 잠들었다. 주현도 업로드 하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내리자~"

 눈을 감은 지 1초도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행사장에 와 있었다. 자동차 밖에는 그들을 기다리는 수 많은 팬들이 함성을 지르고 폰을 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어쩌면 방금 전까지 차 안에서 자는 모습이 찍혔을지도 모른다. 주현은 아직 잠에 취해있지만, 가능한 멀쩡한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쓰며 차에 내렸다. 그리고 팬들을 향해 인사도 하고 팬서비스도 하며 걸어갔다.

 "우리 딸이 팬입니다~"

 행사를 주관한 이가 첫마디로 건넨 인사였다. 행사 관계자들 몇몇이 우르르 대기실에 몰려와서 인사를 건넸다. 걔중 몇몇은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찍고 있었다. 매니저가 웃음기 뒤에 냉정함을 담아서 말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사진은 나중에 단체 사진이나 무대 후에 따로 찍으시는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몇몇은 눈치껏 카메라를 내렸다. 하지만 몇몇은 그저 웃으며 사진을 같이 찍자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어쩌겠는가? 멤버들은 사진을 찍어줄 수 밖에 없었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면 뒤에 가서 욕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한다. 주현은 몇 번 찍어주다가 시간을 보는 척 했다. 그러고는 멤버들이 덜 곤란하게 리더로서 한 마디 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주현은 밝은 표정으로 일부러 웃긴 말투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아, 이제 곧 무대 준비해야해서… 나중에 또 찍어드리면 안 될까요?"
 "아, 예예. 그래요."

 사람들은 화기애애하게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주현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올라가기 전에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당연히 화장실에서도 몰카를 찍으려고 숨어든 놈들이 있었기에 매니저가 따라가서 화장실을 싹 비우고는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줬다. 주현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딱 내 앞에서 멈추더라니까. 찍어주기 싫어서 표정 썩은 거 내가 다 봤잖아."
 "x나 비싼 티 내내, x발."
 "얼굴로 들어온 x이 할 일도 안 해요."

 아니나 다를까 욕이 들려온다. 열심히 노력해도 뒤돌아서면 돌아오는 욕을 태연하게 들으며 주현은 다시 대기실로 들어갔다. 주현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마 오늘 무대는 조금 더 열심히, 몸이 부서져라 할 것이다.

 "신곡 녹음 전에 밥 먹어요? 아니면 연습실 가서 밥 먹어요?"
 
 소속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른 멤버가 물었다.

 "내일 화보랑 cf 잊은 거 아니지? 관리해야 된다."
 "아."

 관리라는 말에 멤버들이 탄식에 가까운 외마디 비명 소리를 냈다.

 "내일 찍고 나면 실컷 먹어. 콘서트때까지는 여유 좀 있으니까."

 매니저가 달래듯 말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와아아!"
 "꺄아아!"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룹 송즈는 어느새 수 많은 관중 앞에서 환호를 들으며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콘서트는 너무나 힘들고 정신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사랑과 환호를 받았다. 강렬한 환희와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그리고 눈물로 엔딩을 장식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하아."

 주현은 콘서트 후 적막과 공허에 쌓인 호텔 안에서 춥지도 않은 추위를 느끼며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sns를 켰다. 그리고 어제 날짜로 공휴일 기념 영상이 올라갔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거 언제 찍었었지……."

 찍었으니까 올라간 거긴 할텐데, 비몽사몽간에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물론 이런 영상들을 너무 많이 찍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주현은 정작 자신은 날짜조차 까먹고 살면서, sns로는 온갖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었다.

 "아 오늘 영상 올라왔나?"

 주현은 무대 영상과 방송 영상 등을 알고리즘에 따라 이것저것 찾아봤다. 그러다,

 "음."

 주현은 평소에는 일부러 피하던 인터넷 댓글을 터치 실수로 어쩌다 보게 됐다. 안타깝게도 댓글이 있는 곳은 팬 페이지가 아닌 듯했다.

-주현은 노래 연습 언제 함? 
 ㄴ잘하는 척 하는데 가수 ㅇㅇ이랑 듀엣 하고 실력 다 털렸자너 ㄹㅇ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
 ㄴ성량 차이 오짐ㅋㅋ

-음방 앵콜 할 때 라이브 못 하는 거 다 걸림
 ㄴ지들이 지들 곡도 못부름ㅋㅋ
 ㄴ개에바

-그냥 대충 흥얼거린걸로 작곡가한테 맡겨놓고 작곡에 이름 올린 건데 어케 이걸 작곡이라함?
 ㄴ그마저도 씹ㅂㅅ임ㅋㅋㅋ

-정색 ㅈㄴ 빠네
 ㄴ팬 서비스 개ㅆ망임 
 ㄴ내 구오빠였던게 한스럽다 
 ㄴ돈 받고 일하는 거 아니냐고요

-맨날 애인없는 척하는 거 개역겨움 
 ㄴ전에 ㅇㅇ이랑 럽스타그램 오지던데 같은 티 입음
 ㄴ배우 ㅇㅇㅇ랑도 같은 팔찌 걸렸자나
 ㄴ애인'은' 없겠지ㅋㅋ 
 ㄴ가는 데 마다 여자인데 애인이 뭐가 필요함? 
 ㄴ원래 저런 애들이 더 함

 가만히 댓글을 보던 주현은 댓글에 적힌 일들에 대한 여러 사정들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주현은 억울함과 반박할 말들이 주르륵 생각나고 속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더 열심히 해야지 뭐……."

 주현은 그 페이지를 나와서 메인 화면으로 가니, 얼마 전 놓친 가면을 쓴 사이비 집단에 관한 기사가 보였다.

「김ㅇㅇ(48)씨는 00일 오후 ㅇㅇ시 스타디움, ㅇㅇㅇ국립 공원과 ㅇㅇㅇ국립 공원 등산로 인근에 수상한 물체를 묻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 체포 되었습니다. 김 씨는 모 종교단체의 지령에 따라 행동했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김 씨가 밝혀진 장소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후략)」

 기사를 보던 주현은 영 맘에 안 드는지 입술을 씰룩였다. 기사에 나온 사이비 종교 단체는 얼마 전 게임 대회를 피 바람 불게 한 종교 단체였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잔당이 남아서 활동중이었다.
 
 주현은 가끔은 노력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허무해 하곤 했다. 주현은 게임이라면 노력하면 하는 만큼 보상이라도 나올 텐데, 현실은 해도 아무 것도 없거나 음의 값으로 치닫기까지 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겪고 나니 답답하고 씁쓸해졌다. 

 "하."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 씁쓸하고 답답한 마음이 김두원과 관련된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틱틱

 액정화면에 손톱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주현은 화내듯 화면을 터치해서 앱을 닫았다. 찝찝함을 남겨둔 채 차라리 눈을 돌려 외면해버리는 걸 택했다. 

 "…잘 지내고 있나?"

 주현은 기분전환을 하려고 메시지 앱을 켰다. 단체 대화방과 개인 대화방마다 안 읽은 메시지가 그득그득 쌓여있었다. 주현은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들어갔다.

스륵스륵

 주현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서 친구들이 대화를 나눈 대화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갔다. 국경일 이야기, 날씨 이야기, 게임 이야기, 가끔은 외설적인 이상한 소리, 뭐 배운다는 이야기, 소속된 회사나 단체 또는 학교 등에 대한 불만, 연애 이야기 등등 쭉 읽어 내려가는데…

 "어?"

 주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 중 한 명의 친구에게 전화했다.

 "어어 오랜만. 야, 너 결혼했어?"

 주현은 그 친구가 작년에 결혼했음을 깨달았다. 주현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물 보내주겠다는 말과 축하한다는 인사를 몇 마디, 근황 얘기까지 좀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

 주현은 방금 전의 통화를 통해 '바쁠까봐', '못 올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자신이 초대받지 못했음을 들었다. 

 '진짜?'

 주현은 만약 알았더라도 못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큼 친하지는 않다는 거지…….' 

 주현은 마치 더 멀어지는 누군가를 잡기라도 하려는 듯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어, 잘 지냈어? 에이~ 아니~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지. 일은 무슨 일. 어어. 나는 잘 지내지.  어. 콘서트 하고 나와서 대화방 보다가 전화했지. 어어. 아, 야 ㅇㅇ이 결혼했더라? 어어. 어."

 주현은 통화가 끝나고 천천히 남아있던 미소를 지웠다. 다시금 씁쓸한 표정이 된 주현은 중얼거렸다.

 "다 갔었네……." 

 주현은 배려를 받았지만 소외로 느끼는 기묘함을 느끼면서 다른 대화방도 들여다봤다. 하지만 결국 새벽 중간을 향해가는 시간을 보고 폰 화면을 꺼버렸다. 자신의 기분이 어떻든, 어떤 상황이든 간에 주현은 몇 시간 뒤면 스케줄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끄응."

 무대 위에서 그렇게 펄펄 날던 주현은 어쩐지 힘겹게 이불을 들어올리고는 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

틱톡틱톡

 주현은 적막한 방 안에서 장식된 시계소리를 들으며 옆으로 누워서 호텔 창 밖을 바라봤다. 고층빌딩과 수많은 차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이 시간에 불빛이 움직이고 반짝거린다는 말은 누군가는 깨어있고 일하거나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주현은 어쩐지 자신만 이 자리에서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만 정지된 느낌이었다.

 "……."

 주현은 방금전까지 귀를 먹게 할 만큼 부르짖던 팬들의 환호소리가 귓가에 다시금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 속에서 단절된 듯한 적막과 고독이 함께 느껴졌다. 주현은 이렇게나 번화하고 바글바글한 군중과 도시 속에서 혼자만 분리돼서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

 주현은 자신의 눈꺼풀이 깜박이는 것이 느껴졌다. 눈에 맺히는 자신의 상을 의식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의식하니, 늘 언제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선을 다시금 의식하게 됐다. 화장실을 가도, 비행기를 타도, 숙소를 가도, 또 어쩌면 지금 호텔에 있어도 자신을 보려 하는 눈.

 "…흐음."

 주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주현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선을 느끼면서, 동시에 고독과 단절을 느끼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또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주현은 생각하면 할 수록 오히려 잠들기 힘들어진 감각을 느끼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주현은 조금 더 깨졌다. 그리고 그 틈을 독소는 더 깊게 파고들었다.



 다음 날, 주현이 작곡가에 이름을 올린 곡에 표절 논란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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