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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2부 2화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Quiet? Quite! 2부 2화

SooyangLim 2023. 10. 9. 19:02

 "미친 새낀가?"

 매니저가 욕지거리를 하고 차 밖으로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 주차된 차를 박은 미친놈들이 차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찰칵

 매니저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있음을 알아챘다. 그래서 재빨리 차 문을 잠갔다. 

철컥철컥

 그리고 그런 매니저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들은 다가오자마자 차를 열려고 했기 때문이다. 

 "뭐야?"

 매니저는 차 문을 열려는 놈들의 얼굴을 보고 겁에 질렸다. 그들은 얼굴을 가린 기괴한 가면을 끼고 있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정장에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체격이었다. 거기에 장갑과 옷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들의 맨살에는 이레즈미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목에는 두꺼운 금목걸이가 불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철컥철컥

 그들은 가해자인 주제에 문고리를 맹렬하게 흔들었다.

쿵쿵쿵

 "아, 아저씨 나오라고!"

 걸걸한 고성 소리와 차를 두드리는 소리에 매니저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걔 중에는 다른 나라 억양이 섞인 놈들도 있었다. 매니저는 다급하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뭐, 뭡니까!?"
 "응?"
 "조폭 같은 놈들이 저 죽이려해요! 이거 뭡니까!? 뭐 마약 같은 거라도 거래하시는 거 아니에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출발하려는데 주차장에서 박더니 차를 둘러싸고 나오라고 난리를……. 아니 cctv도 있을 텐데…!"

 매니저는 거의 울면서 전화를 했다.



 그 사이 놈들이 맨손으로 차의 유리를 부수기 직전 상황까지 갔다.

 "당장 도망쳐!" 

 사장이 소리쳤다.
 그 말들 들은 순간, 매니저는 전화를 끊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놈들은 놀라서인지 순간적으로 멈추는 게 보였다.

빠-앙-

 매니저는 크락션을 울리고 빠르게 핸들을 돌렸다.

끼이이익

 그리고 바퀴가 돌아가며 주차장 바닥과 마찰을 일으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놈들은 차에 치이고 싶지는 않은지 아니면 당황했는지는 몰라도 차에서 약간 떨어졌다.

 매니저는 그 틈을 타 차를 움직였다.
 놈들은 당황해서 차에서 살짝 거리를 두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시 차에 돌진했다. 놈들이 다시 차에 들러붙으려 했다.

 "으아아!"

 매니저는 눈을 질끈 감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놈들은 집요하게 따라오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곧 그들은 방금 갖다박은 차를 타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뭐냐고!"

 매니저는 핸들을 잡은 손을 덜덜 떨며 소리쳤다.
 그 때 사장이 건 전화 덕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사장님! 도대체 뭘 시킨 건데요! 지금 차로 또 쫓아오… 으악! 이거 뭐냐고요!!"

 매니저는 울분을 토했다.
 소속사 사장은 다급하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이상한 거 아니니까 걱정 마. 너 ㅇㅇ역 근처지?"
 "네."
 "그럼 그 근처에 ㅇㅇ 지구대 있거든? 내가 신고해놨으니까 거기로 들어가."
 "알겠습니다."
 "그 물건은 들키지 말고."

 사장의 말에 매니저는 흠칫했다.

 "…진짜 이상한 거 아니죠?"
 "아니야!"

 매니저는 조수석에 놓은 가방을 흘끗 바라봤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지구대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지구대로 향하자 매니저를 따라오던 차가 싹 자취를 감췄다. 매니저는 지구대에 도착하고서도 핸들을 잡은 손의 떨림이 한동안 멎지 않았다.

똑똑

 거미줄처럼 금이 간 자국이 역력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매니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그 소리는 경찰이 두드리는 소리였다.

 "!"
 "신고 주신 분 맞죠?"
 "아."
 "괜찮으십니까?"
 "하, 하하. 괜찮습니다."

 매니저는 놀란 표정이었다가 순식간에 긴장이 풀어져서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경찰이 상태가 안 좋아진 차를 보며 말했다.

 "어유 이거 차 상태가……. 블랙박스 있죠? 당장 블랙박스랑 cctv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네네. 블랙박스 있습니다. 아까 ㅇㅇ역 근처 ㅇㅇㅇ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매니저가 진술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잠깐 쉬고 있으니 경찰이 블랙박스와 cctv를 확인하자며 불렀다. 
 그런데…

 "이 새끼들 꾼인데?"

 영상에 나온 번호판을 조회한 경찰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타고 온 차의 번호판은 가짜 번호판이었다.

 "이거 아마 도난차량일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갖다 박았지."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서 또 말했다.

 "이거 봐. 이 새끼들 꾼인 이유가 여기 더 나와요."
 "네?"
 "장갑끼고 있죠? 이거 지문 안 남기려는 거야. 그리고 가면. 블랙박스나 cctv에 찍혀도 모르게 하려고 쓴 겁니다, 이거."
 "아……."

 매니저는 상황을 파악하자 얼굴이 새하얘지고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 
 경찰은 매니저를 보며 물었다.

 "작정하고 온 거에요, 이거. 업자야, 업자. 뭐 원수 진 사람이라도 있쇼?"
 "아니, 아니요……. 전 그냥, 그냥 출장 와서 이런 일을 당한 것 뿐인데……. "

 매니저는 얼빠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부정했다. 
 경찰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를 돌려보내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쇼! 도로 cctv하고 쫙 돌려서 찾아볼테니까. 우선 좀 진정하고 귀가 하십쇼."
 "네……." 

 매니저가 지구대 밖으로 나오니,

 "사장님!"
 "괜찮냐?"

 소속사 사장이 직접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친 데는 없고?"
 "…다행히도요."

 매니저는 뭐라고 원망의 말과 의문을 잔뜩 뱉어내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하지만, 눈물샘은 참아지지 않았는지 금세 눈가가 시뻘게졌다. 
 소속사 사장은 차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차는 못 쓸 것 같아서 내 차 갖고 왔다. 회사 차는 렉카 불렀으니까 넌 내 차 타고 가자."
 
 회사로 돌아가는 길, 침묵을 깨고 매니저가 물었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시죠." 
 "갖고 온 거 열어 봐."

 매니저는 가방을 열어 꾸러미를 열었다.

 "어?"

 그 안에는 주현의 치료약이 약통에 가득 채워져서 몇 개 들어 있었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연구자료가 적힌 서류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매니저의 눈에는 그저 하얀 알약들이 대량으로 들어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매니저는 오해한 채 잠시 정지해 있다가 소리쳤다.

 "마약 맞네!!!"



 그들이 나가고 난 후 얼마 뒤, 경찰서에 전화벨이 울렸다.

 "ㅇㅇ지구대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네! 네!"

 경찰관은 제법 높은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는지 바짝 얼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지금요?"

 그 높은 사람은 여기에 방문할 모양이었다. 그리고 경찰관이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높은 사람이 다른 경찰관 한 명과 함께 ㅇㅇ지구대를 방문했다. 

 지구대에 있던 경찰관들은 바짝 얼어서 경례를 했고, 표식부터 다른 그 높은 사람은 편히 쉬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길 가다가 잠깐 들린 것 뿐이네. 편히 있게."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른 경찰관이 빠르게 만들어 온 커피를 받아 들었다.

 "그나저나 밖에 저 렉카에 끌려가던 차는 뭔가? 꼴이 말이 아니던데."
 "아 보셨습니까?"
 "무슨 특이한 사건이라도 있었나?"
 "아 그게 말이죠……."

 경찰관은 이내 높은 사람에게 오늘 있었던 기묘한 사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화를 몇 번 주고받다 보니 그 높은 사람은 블랙박스 영상까지 보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구만!"

 높은 사람은 짐짓 놀라는 척하며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근데 말야……. 내가 이런 일을 몇 번 받아봐서 아는데, 이런 건 쉽게 못 잡아. 알잖아? 이런 건 보통 전문 업자 놈들이 하는 짓이거든."
 "예예. 그렇죠."
 "증거를 안 남기거든. 아니면 더 확실하게 분석할 수 있기 전문 수사관이나 그 쪽 팀을 붙이는 게 좋아. 그게 더 효율적인 방식 아니겠나?"
 "아… 네?"

 경찰관은 높은 사람의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반문했다.
 높은 사람은 경찰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런 어려운 사건의 초반 경위를 잘 갈무리했네. 피해자도 잘 추스리게 도와줬고 말야."
 "……."
 "아, 오해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수사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네."
 "그러면 어떤…?"

 경찰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높은 사람은 사뭇 인자한 느낌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서 서에 이관해서 전문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게 어떤가?"
 "……."
 "물론 맨 입에는 아니네. 그러면 내가 자네들 공을 빼앗는 건데 그게 말이 되나. 안 그런가? 하하!"
 
 높은 사람이 웃자 지구대 직원들도 마지못해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높은 사람은 싱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공은 확실히 해야지. 안 그런가? 적어도 인사고과에 확실하게 반영되게 도움 주겠네. 쉬는 날도 좀 챙기고 말일세."
 "예에!?" 

 사건 이관이라는 은근히 흔한 일 치고는 너무 큰 보상에 경찰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와서 이관 해달라 부탁하는 건데 이 정도는 돼야지. 안 그런가? 또 내가 뜬금없이 지구대에 방문해서 번거로울 텐데 이런 이벤트도 있어야 즐거운 거 아니겠나? 하하!"
 "아이고, 그렇죠, 그렇죠! 하하!"

 이제 지구대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웃음이 피어올랐다.

 "자, 그럼 이만 일 보게. 난 이만 가봐야겠네."
 
 높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같이 온 경찰관에게 cctv 화면과 블랙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 경장. 자료 전부 옮겨오게. 서에 갖다줘야되니."
 "네!"

 지시를 받은 경찰은 싹 긁어서 usb 메모리에 옮겨 담고, 본체에는 남김없이 다 지웠다.

 "그럼 열심히 하고~"

 자료를 다 옮기자 높은 사람과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경찰관이 문을 나서며 말했다.
 다시 차를 탄 높은 사람이 운전석에 앉은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경찰관에게 말했다.

 "윗선에 출발하기 전에 전화 해주게. 인사에 반영될 정도로 훌륭하다고 칭찬해주고, 휴가도 꼭 챙겨주라고 말이야."
 "전달하겠습니다."
 "아, 자료는 내가 들어갈 떄 주겠네. 가는 길에 피해자분께는 자네가 연락해서 잘 얘기하고. 그리고 자네는 도착하면 바로 업무 복귀하게." 

 높은 사람이 내민 손에 자료를 가지고 있던 경찰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usb 메모리를 그에게 건넸다.

 그 자리에서 높은 사람은 라이터를 꺼내 usb에 불을 갖다댔다. 강한 열로 인해 usb메모리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높은 사람이 웃음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아이쿠~ 담배 피려다 '실수'했네! 폐기하게. 깔끔하게."



 
 "형, 왔어요!?"

 소속사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주현은 돌아온 매니저를 보자마자 달려오며 소리쳤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오해를 풀고 소속사로 돌아온 매니저는 주현을 보자 와락 안았다.   

 "혀, 형?"
 "…주현아."
 "네?"
 "너 땜에 나 뒤질 뻔 했다……."

 매니저가 진담 반 장난 반으로 말했다.
 주현은 매니저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너도 고생 참 많다"
 
 두 사람이 따뜻한 대화를 주고 받는데, 주머니에 있던 매니저의 휴대폰이 울렸다. 매니저는 번호를 확인하고는 다들 조용하라는 듯 손가락으로 쉿 표시를 하며 말했다.

 "경찰인데요?."
 "어서 받아 봐."

 소속사 사장은 긴장된 얼굴로 보챘다.
 매니저는 스피커폰으로 받았다.

 "여보세요?"
 "아까 ㅇㅇ 지구대에 오셨었죠?"
 "아, 네네!"
 "사건 종결됐습니다."
 "…네?"

 너무나 갑작스런 통보에 매니저가 멍하게 말했다.

 "범인 잡혔나요?"
 "네. 피해 보상액은 계좌로 송금될 예정입니다. 계좌번호가 어떻데 되시죠?"

 그 말에 소속사 사장은 잠시 멈칫했다.
 매니저는 돈을 준다는 말에 빵긋 미소를 지으며 바로 계좌번호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소속사 사장이 급히 손짓 발짓으로 계좌번호를 말하려는 걸 막았다. 그리고 이미 다른 차를 알아보고 있으니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말을 하라고 글로 적어 보여줬다.
 매니저는 의아해 하면서 일단 시키는 대로 말했다. 어쨌든 일단 그 차는 회사 명의의 차였으니까.
 
 "아, 아닙니다. 차는 이참에 새로 살려고 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니저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사장은 빨리 전화를 끊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매니저는 당황한 표정으로 또 시키는 대로 했다.

 "아, 제가 지금 회의 들어가 봐야되서요. 잡혔다니 됐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저……."

 매니저는 사장의 수신호에 따라 급히 끊었다. 그리고 사장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까 전에 접수했는데 벌써 잡힌다는 게 말이 돼?"
 "안되나요?"
 "아까 전문 업자라며? 근데 벌써?"
 "아……."
 "그리고 이런 일에 경찰서에서 돈 준다는 게 말이 돼? 그 놈이랑 합의금도 아니고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 보상액? 보이스 피싱이야? 누굴 바보로 아나?"

 사장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매니저가 통화기록을 보며 말했다.

 "…경찰 번호로 온 건 맞는데요?"

 사장은 말 없이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상해. 중간에 누가 개입했나?"
 "개입이요?"

 주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사건을 무마시켰잖아. 매끄럽게 말이다. 내 느낌엔 마치 없는 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누가요? 아니, 왜요?"

 주현이 약간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소속사 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누구겠어? 차를 두드린 그 양아치들은 보낸 놈들이겠지. 우리가 약과 자료가 있는 위치가 있다는 걸 알고 우리 뒤를 쫓고 있어. 내 생각엔 그 놈이 연구원들을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배후가 있다는 말입니까?"

 매니저가 한껏 심각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소속사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무마시킨건 이 일을 원만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한 게 아닐까 싶다. 아마 꽤나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자본이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 어쨌든 커넥션은 있을 거고."
 "사장님 생각에는 누가 이 모든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으세요?" 

 주현의 질문에 소속사 사장이 대답했다.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오는 놈."

 매니저가 물었다,

 "그럼 저는 살아남으려면 도망가야 되나요?"
 "아니. 우리를 찾아오는 놈의 반대편을 찾아가야 맞겠지. 우리를 쫓는 건 원하는 게 있던가, 아니면 약점이 있다는 거니까. 물론…"

 사장이 서류와 약을 건드리며 말했다.

 "둘 다 일 수도 있고."
 


 선택지의 답안은 빠르게 나왔다.
 주현이 지방 공연 행사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주현 앞에 일전에 소속사 사장이 만났다던 연구원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주현씨. 오랜만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주현은 무심결에 인사를 했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오신…?"
 "컨디션 체크를 해드려야 하니까요."

 그가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주현은 그 미소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주현은 수많은 스텝 중 그 누구도 그를 못 들어오게 하지 않았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때마침 멤버 중 하나를 먼 곳에 위치한 화장실에 데리고 갔다가 돌아온 매니저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주현은 매니저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누구시죠?"
 "주현씨의 건강을 위해서 도와드리던 의사입니다."
 "원래 의사 선생님께서는 병원 밖에서 진찰 하실 수 있습니까? 여기는 관계자 외에는 못 들어옵니다만……."

 매니저는 위협적으로 그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연구원은 아랑곳않고 매니저의 몸 너머로 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쯤이면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셨을 확률이 아주 높아서 꼭 체크해봐야 했거든요. 그런데 제 예상외로 상당히… 멀쩡하시네요? 분명 남은 약으로는 지금까지 멀쩡할 리가 없으실 텐데." 

 그러더니 매니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매니저님께서 본분을 잘 수행해주시나봅니다. "

 매니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말의 속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멀쩡한 걸 보니 니가 약 가져간 놈이구나. 빼가기 힘들었을 텐데 꽤 하네?'

 

 라는 말 뜻을 알아들은 매니저는 인상이 구겨졌다. 하지만 일단 분노를 억눌렀다. 하지만 매니저의 목소리 톤과 거친 숨소리는 그의 감정을 차마 숨기지 못했다.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 뵙겠습니다. 나가주시죠."
 "그러죠. 아, 주현씨는 아직 학생이죠? 나중에 학교 갈 때라도 들러주세요. 집안에서 고용한 분이 데려다주실 수 있죠? 매니저분이 병원에 데려다 주셔도 되고요."
 "저기요. 가시라고요."
 "하하. 걱정마세요. 갈 겁니다. 그나저나 참 든든하네요. 이렇게 가수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젊고 체격도 좋은 매니저님이 현장에서 가수분들을 모시는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그의 말이 계속 될 수록 매니저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매니저는 그의 표정과 말투로 그 말의 속 뜻도 눈치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매니저의 심기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이제 주현씨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연구원은 저 밖에 안 남았으니 빨리 찾아오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마치 매우 교양있는 사람인 양 차분하게 문을 닫고 나갔다. 그가 한 말의 속 뜻을 다 알아들은 매니저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주먹을 꽉 쥐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매니저는 소속사 사장에게 있었던 일을 바로 보고했고, 소속사로 돌아가자 사장은 주현과 매니저를 불렀다.

 "직접 보니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알겠지?"
 "기분 ㅈ같네요."

 매니저가 거침없이 내뱉었다.
 주현은 그가 돌려 말한 말의 속 뜻을 잘 몰랐으므로 그가 찾아온 일과 그의 인상에 대한 말만 했다.

 "그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웃을 때 뭔가 무섭더라고요."
 "계약서 쓰고 붙잡은 우리 유능한 직원을 모욕하기까지 했지. 사장인 내 입장에서도 용납이 안 돼."

 소속사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매니저는 사장의 말에 조금이나마 굳어 있던 표정이 약간 풀렸다. 빙빙 돌려가며 종놈 취급 받다가 대등한 사람으로 편을 들어주니 한결 기분이 나아진 모양이었다.
 소속사 사장이 말했다.

 "흑백을 구분할 수 없으니 일단 양 쪽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기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이쯤되니 마음이 기울게 생겼어. 물론 어느 쪽이든 휘말리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찾아온 쪽이 있으니 우리가 반대 쪽도 가봐야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매니저의 말에 소속사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 100일 휴가때 우리가 움직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릴 찾아온 거 보니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으니 다행이기도 하고."
 "뭐가 확실해졌습니까?"
 "김두원 의사가 어딨는 지 모른다는 것."



 김두원이 100일 휴가 나올 시점,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가 회사 차가 아닌 다른 차를 타고 은밀히 군부대 앞으로 갔다.

 "김두원씨 되십니까?"

 매니저가 부대 앞에서 그가 휴가 신고를 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 물었다.
 김두원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멈칫했다.
 
 "잘나가 엔터테인먼트 매니저입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아."

 김두원은 그제야 경계를 풀고 다가왔다. 매니저는 타고 온 차 안으로 그를 안내했다. 이미 차 안에 타고 있던 소속사 사장이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근데… 이건 좀 조폭영화에나 나올법한 그런 상황 아닌가요?"

 김두원이 떨떠름해 하며 말했다.
 그러자 운전대를 잡은 매니저가 말했다.

 "진짜 조폭 같은 것들한테 당할 뻔했습니다. 그런 것들이랑은 비교를 마시죠."
 "네?"
 "주차된 차에 갑자기 들이 박은 데다가, 차를 북어 마냥 때려 패서 차를 폐차시켜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윗선을 이용해서 사건을 덮어버리기까지 했고요. 거기다 전 면전에서 모욕까지 당했습니다."
 "예에? 그런 짓을 했다고요?"

 깜짝 놀라는 김두원을 보며 소속사 사장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는데 그리 놀라시다니?"
 "아……. 그렇죠……."

 김두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맥 빠진 듯 말했다.
 소속사 사장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말은 당장 저희가 어느 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해합니다." 

 김두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사 사장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며 말했다.

 "그리고 주현이도 당신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네?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직 어린데……."
 
 김두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가,

 "아, 이젠 성인이죠?"

 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금방 주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장은 스피커 폰으로 돌리고 김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두원씨.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말해주십시오."





 김두원이 숨어지낼 곳에 내려주고 차 문을 닫자마자 주현이 말했다.

 "내렸어요?"
 "어. 내렸어."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사장이 잠시 뜸을 들였다.
 주현이 물었다.

 "석연치 않은 부분 같은 거 있으세요?"
 "음……. 그냥 들은 걸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고 있는 중이다.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되니까."
 "매니저 형은요?"

 주현의 물음에 운전하던 매니저가 대답했다.

 "난 이 사람 말이 더 신빙성 있는 것 같아." 
 "전 김두원 의사 선생님 말을 믿을려고요."
 
 주현의 말에 사장이 말했다.

 "그래. 나도 이 사람 말이 더 신빙성 있는 것 같다. 이것저것 상황을 따져봐도 더 믿음이 가긴 해."
 "제 촉도 뭔가 김두원 의사 선생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뭐? 야! 내 촉은 뭐라 그러더니!"
 
 사장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예예. 사장님 촉도 존중해드릴게요. 지금까지는 다 맞추셨으니까요."
 "아니지. 아직 하나는 아직이야."
 "네? 어느 거요?"
 "송즈(주현이 속한 그룹명). 송즈까지 성공해야 전부 다 맞는 거지."
 "앗."

 사장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너 열심히 해라? 내가 저 사람 숨겨주고 이런 일까지 돕기로 했는데 대충 하면 안 돼? 으이? 알지?"
 "알겠어요."

 사장이 앞서 돕기로 하고 말을 되어 있는지, 주현은 약간은 숫기없이 부담스러워하며 말했다.
 매니저도 장난치듯 한 마디 보탰다.

 "그래. 난 죽을 뻔 했다? 너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사장은 더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임마, 내가 보자마자 촉이 왔다고! 얼굴 보자마자 딱! 알겠더라고! 그래, 지금까지 촉 싹 다 맞는 거 봤지? 너 돼 임마! 자신 있게 해! 알겠어?"
 "네에……."



우르르 쾅

 천둥번개가 쳤다.

 "…내가 당신을 믿었는데……. 내가 당신 말 믿고 얼마나 헌신했는데……. 사장님도, 매니저 형도 다들 당신을 믿고 도왔는데……."

 침대에 푹 파묻힌 채로 주현이 이불을 더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이지?'

 주현은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그때 미경 누나 주치의라던 사람도…?'

 주현은 신현석과 미경을 떠올렸다.

 '둘이 사실 처음부터 아는 사이인가? 아니, 잠깐. 생각해 보면 미경누나도 수상한 점이 있었어. 하, x발. 모든 게 다 거짓말 같다.'

 주현은 이불을 코 끝까지 끌어올렸다.

 '난 놀아난 건가?'

 주현은 답답한 듯 숨을 크게 내뱉고는 중얼거렸다.

 "…답답해."

 주현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과 배신감을 느꼈다. 

 '내 헌신의 결과가… 배신이라니.'

 주현은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는 듯 눈을 감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유리에 금이 간 것처럼, 알이 깨지기 시작한 것처럼, 주현의 믿음과 마음에는 균열이 생겼다.

 균열은 의심이 된다.
 의심은 망설임을 싹 틔운다.
 망설임은 머뭇거림을 피운다.
 머뭇거림은 반항을 맺는다.
 반항은 고뇌를 심는다.
 고뇌는 상상을 번지게 한다.
 상상은 괴로움으로 썩힌다.
 괴로움은 병을 부른다.
 병은…….

스륵

 저들이 퍼뜨린 신경 독소 가스가 주현에게 난 균열을 틈 타 뇌와 몸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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