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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인의 일기 - 크왈린 선언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1부. 노인의 일기 - 크왈린 선언

SooyangLim 2021. 10. 4. 19:01

 "부탁드립니다."

 범백이 장신의 남자에게 밀지를 건네며 말했다.
 장신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참을 만날 수 있게 꼭…"
 "걱정 마시오. 내 반드시 다음번에 설참을 데려올 것이니 걱정 마시오."

 장신의 남자가 어찌나 자주 설참을 보게 해달라고 말을 했던지, 범백은 결국 그의 말을 자르는 지경까지 왔다.
 옥실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어휴……. 이만 가요, 빨리."
 "야, 놔 봐! 나 말 해야 돼!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건강하게 기다리라고! 들어야 된… 아, 야 잠깐만!"

 장신의 남자는 옥실의 손에 끌려가듯 자리를 떠나면서도 계속 소리쳤다.

 "걱정마시오. 내 잘 전해드리겠소. 이번 일 잘 부탁하외다."

 범백이 그제야 떠나는 장신의 남자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그는 그가 안 보일 만큼 멀리 가고 나서야 흔들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가만히 뒷짐을 지고 있다가 말했다.

 "…왜 안 보려는 것이오?"

 모퉁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흔들릴 것 같아서 입네다." 

 떨리는 목소리에 범백은 조심스럽게 모퉁이 뒤로 다가갔다. 설참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범백이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약간은 장난기 섞인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그대를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한 것 아니오? 그대는 저자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 저자는 그대의 목소리 한 번 못 듣고 가버렸지 않았소. 매정합니다, 그려?
 "……."
 "내 체면이 있으니 왕자님께 밀지를 전하고 오면 한 번은 얼굴 비춰주구려."

 범백이 껄껄 웃으며 약간은 달래듯 말했다.
 말 없이 있던 설참이 범백에게 물었다.

 "선생님.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마주해서도 마음을 누르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나를 보시오."
 
 범백의 말에 설참이 고개를 돌려 범백을 바라봤다.
 설참의 눈과 얼굴은 스스로가 덮어쓴 두꺼운 벽 때문에 너무나 무감각해 보였다. 하지만, 범백은 그녀가 억누르고 있는 마음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많이 아는 바는 아니나, 내가 느낀 마음과 감정은 흐르는 강과 같았소이다. 댐을 만들고 보를 만들어 흐르지 않게 막아둘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소."
 "……."
 "어느 날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많은 비가 내려 걷잡을 수 없이 강이 불어나면,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되지 않겠소?"

 설참은 말 없이 가만히 범백의 말을 듣고 있었다.
 범백이 물었다.

 "범람하는 강이 무섭소?"
 
 설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그대가 막아 둔 보가 터질까 무섭소이다." 
 "…제가 잘못하고 있습니까?"

 무표정한 표정과 달리 설참의 목소리는 마구 떨리고 있었다.

 "이보게, 설참."

 범백이 몸을 숙여 설참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언제나 카랑카랑하고 높은 탑 같이 단단한 그였다. 하지만 오늘 안경 너머 범백의 눈빛은 안쓰러움과 따뜻함이 베여있었다.

 "내 그대의 뜻을 존중할 것이오. 하지만, 나는 살아보니 많은 이들이 서로의 강이 범람하지 않게 길을 터주고 방파제를 쌓아 주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봤었소."
 "……."
 "내가 많은 것은 못해주나 강의 물길을 알려 줄 표지석 하나 정도는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소."
 
 범백이 조용히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적어도 지금 잠깐이라도 강물을 흐르게 두시오."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그녀의 눈에서는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범백을 마주 보고 있는 설참의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차올랐다. 그 두꺼운 가면 같은 얼굴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런 말도 없고 미동도 없이, 그냥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왜 거기까지 와서 보러 안 나왔을까요?"

 9구역에 도착해서 거리를 걷던 중에 옥실이 말했다. 
 장신의 남자는 거리를 걸으며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마음이 식었나?"

 옥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거기까지 나왔는데 그럴리가."

 장신의 남자가 코를 풀며 말했다.

 "날 보면 못 참을 것 같았겠지."
 "못 참는다고요?"
 "기억 안나냐? 전에도 나 때문에 바로 군대로 안 가고 미룬 적 있잖아."

 장신의 남자가 그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나는지 코를 한 번 더 풀었다.

 "야, 나 어떡하냐? 이 모습으로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다니. 난 진짜 벌 받을 거야."
 "와."

 옥실이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는 정~말 싫은 표정으로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꼴깝떠시네요."

 그 말에 장신의 남자는 투정 부리듯 말했다.

 "네가 내 마음을 알아!? 네가 사랑을 아냐!?"
 "참, 나……."

 옥실이 기가 차다는 듯 비웃었다.

 "질질 짜는 건 이제 그만 멈추시죠. 굳이 여기까지 왔는 데 울다가 얼굴도 못 보고 지나치면 어떡해요?"

 옥실의 말에 장신의 남자가 눈물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며 물었다.

 "어? 왔어?"
 "저쪽에 하나씩 잡아가는 게 보이는 데요?"

 군인들이 9구역에 유학 온 학생들을 잡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 저기 있네요. 보여요?"
 "어디? 아! 저깄다."

 장신의 남자가 옥실이 가리키는 손 끝을 따라 찾아보다가 한 유학생을 발견했다.

 "근데 무슨 명목으로 잡은 거지?"
 "아마 사상범으로 잡아가나봐요."
 "사상범이라……."

 장신의 남자는 예전에 잠깐 들렀던 문학 모임이 생각이 났다. 장신의 남자는 지금 잡혀가고 있는 유학생이 쓴 아름다운 글귀를 떠올렸다.

 "별을 노래 하는 마음……."

 장신의 남자는 그가 쓴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하늘, 아니 우주를 올려다봤다.

 검은 바탕에 수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은 소용돌이 치는 수 많은 외침을 안고 어두운 침묵 속에 저마다 반짝이고 있었다.  

 "그거 알아요? 원래는 온 세상이 환자 투성이라며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집을 내고 싶어 했다고 하더라고요."
 
 옥실이 말했다. 
 장신의 남자가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세상이 환자 투성이라 병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슬플 것 같아."
 "아마도 그렇겠죠?"
 "어떤 마음일까?"
 "뭐가요?"
 "어쩌면 세상을 다 엎고 새로 시작하고 싶지 않을까?"

 장신의 남자의 말에 옥실은 아무 말 없이 군인에게 끌려 가는 유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장신의 남자는 계속 말했다.

 "아니면 어떻게든 고쳐서 뭔가 하려고 할까? 어쩔 때는 그냥 체념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거나……."

 장신의 남자는 계속 의문을 던졌다. 그러다 옥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옥실은 유학생에게서 눈을 떼고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며 빙긋 웃더니 말했다.

 "저같은 한낱 미물이 뭘 알겠습니까."

 장신의 남자는 옥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우주에 대해서 무슨 마음일까?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우주의 거울을 보면 한 가지는 알 수 있죠."
 
 옥실이 군인과 유학생이 건물로 들어가서 자취를 감추는 것을 보며 말했다.

 "우펜자를 생각해 봐요."
  
 옥실은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는 장신의 남자를 잡아끌며 말했다.

 "이제 왕자님께 서신 전하러 가죠."

 

 "어서오게."

 그들은 왕자가 머물고 있는 곳 근처에서 만났다. 
 옥실이 웃으며 인사했다.

 "잘 지내셨나요? 나오느라 힘들진 않으셨나요?" 
 "휴, 말도 말게."
 "앗……."
 "오늘 같이 노는 날이라고 아이들이 날 놔주려 하질 않더군. 울며불며 매달리는 걸 떼어 놓느라 힘들었네."

 심각한 이유로 나오기 힘들게 된 것이 아니라서 옥실과 장신의 남자는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뭐, 그런 이유와 여러 다른 사정들에 의해서 오늘도 오래 보기는 힘들다네." 
 
 왕자가 은근하게 9구역의 압박에 대해서 언급했다.

 "어휴, 그럼 빨리 들어가셔야죠. 마실 거 하나 시킬까요? …전 이게 좋겠습니다. 어떤 거 드실 겁니까?"

 장신의 남자가 메뉴판에 밀지를 슬쩍 끼워 넣어 왕자에게 슥 밀었다. 

 "글쎄……. 다 맛있어 보이는 군. 잠시 시간을 주게. 신중히 고르고 싶네.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지만, 내 배가 그리 크지 않아서 말이야."

 왕자는 그렇게 말하며 밀지를 보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 그는 빠르게 읽고는 밀지를 품 안에 숨겼다. 그리고는 음료를 시켰다.

 "전세가 기울었다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왕자는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는 말했다.

 "밀키 웨이 전 이후로 9구역에 패색이 드리우기 시작했네. 조만간 9구역에 당한 피해 연합들이 크왈린에서 회담을 할 것 같아."
 
 크왈란은 수 많은 우주 구역들이 통과하는 게이트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곳이었다. 통칭 우주의 통로라 불리는 곳이었다.

 "아마 거기서 마타마이니 행성과 우리나라, 구레아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 같네."
 "나쁘지 않네요."
 "아마 소식을 들으면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걸세. 정보 교류라거나 작전 준비를 한…"
 
 그때, 옥실이 갑자기 왕자의 말을 끊었다.

 "오늘 아이들이랑 약속 있지 않아요?"
 
 옥실은 왕자에게는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옆에 앉아있던 장신의 남자는 다리를 툭툭 쳐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누군가 왕자를 감시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왕자는 바로 옥실의 신호를 눈치챘다.

 "그렇다네. 빨리 먹고 일어나야겠네."
 "빨리 보내드려야겠네. 아이들이 기다린다고 하는데 제가 오래 잡아둘 수가 없잖아요?" 

 장신의 남자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마침 음료가 서빙이 됐다.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나중에 뵈러 오겠습니다."

 장신의 남자가 왕자에게 지킬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는 약속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타마이니의 겨울이 찾아오기 직전-

 세상의 통로라 불리는 크왈린 지역. 평소 그렇게 많이 다니던 우주 함대들이 그 날은 한 대도 문을 통과하고 있지 않았다.
 우주 곳곳으로 가는 문이 마주하는 중간 지점에 내로라하는 우주의 유명 인사들이란 유명 인사는 다 모여있었기 때문이었다. 통로 이름과 동명인 크왈린 행성 근처에는 각 지도자들이 타고 온 우주 항공기들이 모여 있었다.

퉁퉁

 우주 전역에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방송으로 퍼져나갔다.

 "우주 거주민 여러분…"

 그들은 비장한 목소리로 회담 내용을 발표했다. 그들은 침략과 식민을 일삼는 우주 9구역과 그들 연합에 끝까지 항거에 싸우고 독립과 자유를 반환 할 것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왕자가 말했던 것처럼 마타마이니와 구레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들 또한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하여 싸울 것이라 표명했다.     

 이날의 선언을 훗날 크왈린 선언이라 부르게 되었다.



마타마이니 행성력 4277년 여름-

 위유즈하위 사령관이 9구역 피해 연합군들이 듣는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우주의 눈이 여러분에게 주목되어 있습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망과 기도가 어디서든지 여러분을 반길 것입니다!」

 그는 힘차게 소리쳤다.

 「역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주의 모든 자유인들이 승리를 위해 제군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제군들의 용맹, 헌신적인 복무, 그리고 제군들의 노련함을 믿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완전한 승리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이 위대하고 고결한 작전에 행운이 함께하길!」

 그의 연설이 끝나는 순간, 우주 9구역과 10구역 경계에 있는 노르마딘 항성계에 게이트가 열렸다. 

 감히 9구역에 직접 상륙하는 작전. 그야말로 9구역 피해 연합군의 허를 찌르는 강력한 한 수.
 이 한 수는 9구역의 패색을 더욱 짙게 드리우게 만들었다.



 패색이 짙어진 우주 9구역은 갈수록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수세에 몰린 그들은 상대편 비행 기체에 갖다 박는 자폭 부대를 편성하는 기행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날이 갈수록 전쟁을 위해 끔찍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급수 지원 부대로 정체를 숨긴 생화학 무기 연구와 생체 실험을 위한 부대인 찰삼을 부대를 마타마이니에 주둔시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균 관련 실험을 비롯해 온갖 끔찍한 생체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체 실험 대상을 '마룬타' 라고 불렀다.

 찰삼을 부대는 산 채로 해부와 온갖 실험을 했다. 그 생체 실험 대상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세상 밖에 태어난 어린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임산부도 실험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들의 실험은 개인에 끔찍한 실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다수의 생명체가 한 번에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 하기도 했다. 그들은 고의로 전염병을 퍼뜨리는 실험도 자행했다. 도시에 고의로 전염병을 퍼뜨려 살해하는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제 희망조차 갖지 못한 또 한 영혼.
 옥이가 아직 살아있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지금은 언제일까요? 

 마타마이니를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작은 흉터 이상은 생겨본 적 없던 내 몸에는 흉측하고 커다란 수 많은 흉터가 생겼습니다. 그들은 내 몸에 우주 9구역의 표식을 새겨 넣어 낙인을 찍었습니다.

 처음 끌려 오던 날 창을 가려놔서 이상하다고 하던 아이는 도망치려다 총 맞아 죽었습니다.
 여기 같이 왔던 내 친구 진이는 어느 날,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있을까요?
 왜 나는 죽지 못할까요?

 그러던 어느 날,



 지금껏 보지 못한 외양을 가진 여자들 한 무리가, 여자들을 한 방에 가둬두는 축사 같은 이곳에 내던져지듯 들어왔습니다. 그녀들은 지금껏 보지 못한 외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크고 한겨울에 내리는 눈처럼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야, 백마랑 하려는 애들 많으니까 좀 있다가 다시 다 꺼내."

 우주 9구역 군인들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여자들을 그딴 식으로 불렀습니다.

 우리는 울고 있는 그녀들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나는 그녀들 중 하나에게 눈물을 닦을 손수건을 건네며 물었습니다.

 "안녕? 난 옥이라고 해. 이름이 뭐야?"

 하지만 그녀는 구레아어도, 지나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영 다른 곳에서 왔나 봅니다. 하는 수 없이 우주 9구역 언어로 물어봤습니다.

 "유. 유 리파 아하라."

 영 생소한 이름을 가진 것을 보니 마타마이니에서 온 게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어디 출신인지 물었습니다.

 "우주 10구역. 바다보다 낮은 땅에 살던 어머니와 화잔 지방에 살던 아버지를 따라 여기 왔어."
 "우주 10구역이라고?"

 우리는 그녀들이 우주 10구역에서 왔다는 말에 술렁렸습니다.
 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우린 우주 10구역에서 끌려 온 게 아냐."
 "그럼?" 
 "우린 여기 사마란 행성에 있다가 강제로 끌려와서 이런… 이런…이런 끔찍한 짓을 당하고……."

 유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같이 부둥켜 안고 우는 일 뿐이었어요.



마타마이니 행성력 4278년-

 구레아 임시정부가 9구역을 비롯한 전범 연합에 선전포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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