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내가 어떻게 먹을 게 넘어가겠느냐? 내가 잘 했으면 옥이가 안 가도 됐을텐데……. 홍화도 내가 아니었으면 안 죽었을 텐데……. 홍화의 남편도 여기 있었을텐데……."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닌 걸로 자책하지 마. 네 잘못 아니라고."
장신의 남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설참은 힘 없이 말했다.
"다 내 잘못이다. 내 죄야……."
"네 죄가 아닌 것까지 네 죄로 만들지 말라고."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그녀는 눈에 띄게 마른 상태였다. 그래서 그가 어깨를 잡으니 힘 없이 흔들렸다.
"그러지 마. 제발……."
장신의 남자가 무너져가는 설참을 붙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미안하다."
설참이 그런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왜 사과를 해?"
"미안해서……."
"하지 마. 사과 하지마, 제발……. 그러지 말라고."
장신의 남자가 부서질 것 같은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뭐?"
"차라리 내가 갔었어야 했어."
"야!"
장신의 남자가 언성을 높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다 또 설참을 보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후……."
장신의 남자는 설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잘 생각해봐. 너도 알 거 아냐? 응? 알잖아? 애초에 처음부터 뭐가 문제였는지를 생각을 해보라고. 왜 이상황까지 오게 된 건지 몰라? 왜 피해자인 네가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어? 왜! 왜 네가 그러냐고? 왜!"
"……."
설참은 말 없이 장신의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더니 가만히 그에게 기대듯이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내가 갔어야 했어."
장신의 남자는 또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그냥 가만히 안아줬다.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더 꽉 안은 채 한숨만 쉬었다.
"내가 가서…다 찢어놨어야 했는데."
설참이 그에게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제껏 그녀에게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뭐?"
장신의 남자는 앙상하게 마른 그녀의 서슬퍼런 낯빛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한기를 느꼈다. 그녀의 눈은 살갗이 데일 듯 뜨거운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왜 그쪽으로 가는 거야?"
장신의 남자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냥 평화적으로 전쟁을 끝내면 안되는 거야?"
"평화적으로?"
설참이 그 말을 듣더니 말했다.
"어떻게? 우린 그냥 살고 있었는데? 이유도 모른 채 쳐들어 왔는데? 다른 행성이라고, 자기네들 기준으로 죽여도 된다고 단정 짓고 이런 일들을 하면 우린 그냥 당해도 된다는 것이네? 여기까지 왔는데, '평화적'으로 라고? 다 죽고나서? 그래. 죽으면 평화롭겠지! 그럼 다 죽으면 되는 거 맞네?"
그 말을 하더니 품 안에서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칼집을 열고는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눴다.
"지금이라도 죽으면 나는 평화를 찾겠지."
"야야, 위험해!"
"네가 말하는 평화가 이런 안식 아니네?"
"하지 마!"
장신의 남자가 설참의 손목을 잡고 말렸다. 그들은 실랑이를 벌였다. 그렇게 말랐는데도 힘이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장신의 남자가 붙잡고 있었지만, 말리는 게 영 서툰 탓에 쉽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다 설참은 자신의 몸에 가느다란 칼자국이 몇 개 내기도 했다. 상처에 핏방울이 점점이 맺혔다.
삭
칼날 끝이 장신의 남자가 입고 있던 옷자락을 살짝 베었다. 갑자기 설참이 뚝 멈췄다. 설참은 그의 베여진 옷자락을 봤다.
장신의 남자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자신의 옷이 살짝 베여진 것을 봤다. 장신의 남자는 다시 그녀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 난 안 다쳤어."
"죽고 나서 내가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감히…?"
갑자기 설참의 손에 힘이 풀렸다.
팅
바닥에 칼이 떨어졌다.
장신의 남자가 얼른 그 칼을 주웠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던 칼집도 주워서 닫았다.
"뭘 좀 먹는 게 좋겠다."
갑자기 설참이 말했다.
"갑자기? 잠시만. 가져올게."
"아니. 내가 하고 싶다. 내가 차려 오겠다."
그 말을 하고는 설참은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뭐야, 갑자기?"
장신의 남자가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잠시 후, 설참은 있는 식량으로 밥을 한 상 가득 차려왔다.
"뭐야? 왜 이렇게 많이 했어?"
설참은 말 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야야, 갑자기 그렇게 급하게 먹지마. 체한다고."
장신의 남자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식사를 시작하니 좀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그날 밤-
누워 있던 설참이 눈을 번쩍 떠서 주변을 살폈다. 장신의 남자와 옥실이는 저쪽 구석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설참은 조용히 일어나 군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아까 실랑이를 벌였던 칼을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자고 있는 장신의 남자 옆에 가서 앉았다.
"……."
설참은 장신의 남자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보다가 뺨을 만졌다. 그리고는 가만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일어나 나가버렸다.
"…갔네요."
옥실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장신의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옥실은 장신의 남자가 대답이 없자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자고 있을리는 없기에 뭔 일이 있나 싶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장신의 남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바라봤다.
"괜찮아요? 어디 안 좋아요?"
그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호흡이 심상찮게 거칠었다. 아마 울지 않기 위해 참고 있는 듯 했다.
"…옥실아. 나 어떡하지?"
한참만에 입을 뗀 장신의 남자가 말했다. 그는 이미 목이 잔뜩 메여 있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우는 소리가 나서 설참이 돌아올까봐 목소리를 한 껏 낮추고 있었다.
"벌써 보고 싶어."
그 말을 내뱉고 나자 장신의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야."
옥실이 같잖다는 표정으로 장신의 남자를 내려다보며 탄식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옥실은 장신의 남자에게 말했다.
"기다려 봐요. 저 좀 회복 하고 빚 갚으러 가는 길에 보러 가든지 해요."
"빚? 아, 왕자님한테?"
"네. 어차피 임시 정부에 들러야 되니까 잘 하면 볼 수도 있지 않겠어요?"
옥실이가 컨디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쯤,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통신을 감청하던 아즈국 군대가 감청을 해서 새로운 암호문을 입수했다. 그들은 급히 윗선에 보고를 올렸다. 9구역의 다음 목표가 '모로'라는 곳을 통과해서 마타마이니를 침공한다는 암호였다.
"모로?"
"암호입니다.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사령관들이 모여서 9구역과 마타마이니 간의 우주 지도를 보고 있었다. 보고를 하는 군인이 알아낸 내용을 사령관들 앞에서 말했다.
"알아낸 정보로는 보석의 섬보다 위쪽에 있는 우주 공간으로 통과할 계획이라합니다."
보석의 기습 때 처럼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면 피해가 막심했다. 대비가 안 된 채 그들의 대규모 공습을 맞으면, 자칫하다간 아즈국 뿐만 다른 마타마이니 행성의 국가들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오리산 행성 위성들 아닐까요?"
한 사령관이 카타카이니가 속한 항성계의 외곽에 위치한 오리산 행성의 4위성을 지목했다. 지금 공전 주기 상으로 마타마이니 행성보다 위쪽에 있었기 때문인듯 했다.
"난 호와인 항성계라 봅니다. 9구역과 우리 항성계 사이의 바로 위쪽에 있지 않습니까?"
다른 이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사령관은 자료를 지도 축적을 높여 더 넓게 보며 말했다.
"저는 우리 행성의 최전방 요충지이자 북쪽에 위치한 밀키 웨이(마타마이니 행성이 속한 은하의 중앙 은하수)를 건너 올 거라 봅니다. 예전에 보석의 섬 침공 때 모로에서 뜬 정찰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감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우리가 띄운 정찰기는 밀키 웨이에 있었습니다."
이 의견은 꽤나 중론인 의견이었다.
잠자코 있던 다른 사령관은 말했다.
"글쎄……. 전 그들이 우리를 확실하게 타격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직접적으로 타격 할 거라고 봅니다. 사프라사시카 지역(아즈국 본토)의 위쪽으로 오는 게 아닐까합니다."
각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들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기에 고심이 깊어졌다.
고민이 깊어진 채로 시간이 흘렀다. 사령관들이 각자의 집무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쯤, 암호 해독반이던 라샤필라 중령이 상관에게 말했다.
"한 번 떠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떠본다니?"
"중론으로 여겨지는 밀키 웨이 말입니다. 가짜 통신을 흘려보는 겁니다."
"가짜 통신?"
중령이 상관이 보고 있던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밀키 웨이를 건너 오려면 거리 때문에 반드시 중간에 조달을 해야 되지않습니까? 우리 것을 쓸 게 분명하니 조달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들도 준비를 해야 하니 뭔가 반응이 오지 않겠습니까? 밀키 웨이에 주둔한 우리 군에게 그렇게 하라고 미리 언질을 해놓고 말입니다."
"…괜찮은 생각이군."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그들은 시행했다.
「식수 정화 장치 고장. 식수 부족」
미리 언질을 받은 밀키 웨이 주둔군이 마타마이니에 거짓 교신을 보냈다.
이 교신은 바로 9구역이 감청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9구역의 새로운 교신 내역을 감청됐다.
「모로에 식수 부족. 추후 식수 정화 장치 필요.」
감청을 듣고 있던 라샤필라 중령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잡았다."
라샤필라 중령의 보고를 들은 아즈국 군의 수뇌부는 병력을 밀키 웨이 길목 근처로 결집 시켰다.
"정찰 비행 시작합니다."
은하를 가르는 밀키 웨이에 아즈국은 수십대의 정찰 공중 함선을 띄웠다. 그리고 최대한 레이더를 넓게 잡아서 게이트가 열리는 곳을 감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래도 밀키웨이는 범위가 정말 넓었다. 아무리 많은 수의 정찰 함대를 띄웠다 한들, 다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규모였다. 그래서 가능한 촘촘하게 병력을 배치했다.
병력 운용에 무리가 있을만큼 넓은 것은 사실 우주 9구역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우주 9구역이라도 현재 우주 전역과 전쟁을 벌이는 중에 이렇게 넓은 길을 건너서 오는 일은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게다가 마타마이니 행성, 특히 아즈국 정도면 우주 전역에서도 상당히 발전된 문명을 가진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9구역은 아즈국이 보석의 섬에서 한 번 크게 맞았으니 겁을 먹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수준을 고평가하고 과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애초에 공습을 위해 들어올 때 공중 정찰 함대부터 숫자가 차이가 났다. 그래서 마타마이니측 병력을 제대로 가늠을 못했다.
"발견했습니다."
아즈국의 정찰 함대들이 하나 둘 씩 레이더에 우주 9구역의 공중 정찰 함대가 포착 했다. 정찰 항공 기체들은 발견된 위치를 전군에게 보냈다.
"거리가 상당히 되는 군."
마타마이니 행성에서 제법 먼 곳이었다.
"역시 이건……. 준비해야겠군."
다른 사령관이 위치를 보더니 말했다. 보고를 받은 사령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령관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보고를 받은 사령관은 자신이 이끄는 군인들에게 명령했다.
"공중 항공 모함을 대기 시키도록."
사령관이 지시했다. 각자 문이 열릴 위치의 소행성들 근처에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우주 9구역은 워낙 정찰 항공 기체를 적게 보내서 잠복 중인 병력의 규모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들의 정찰 항공 기체 중 하나가 아즈국의 기지들 중 한 곳 근처에 도달했다.
"게이트를 열겠습니다!"
부웅
어두운 우주 공간, 게이트들이 일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게이트에서 공중 기체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공중 편대들이 게이트마다 무리 지어 쏟아졌다.
"출격 하라!"
아즈국의 소형 항공 기체들이 날아올랐다.
쾅
쾅
쾅
공습이 비처럼 쏟아졌다. 기지의 격납고와 탄약고 등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달을 위핸 보급 창고들도 싸그리 날려버렸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위이잉-
쾅
쾅
근처 소행성들에 미리 설치 해둔 포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쏟아져 나오는 게이트를 향해 바로 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격추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행인 점이 있었다.
"은신은?"
"대피 완료했습니다."
사령관이 이럴 줄 알고 미리 우주 공간에 은신처를 만들어 놨었다. 그래서 게이트 근처의 근처 기지의 병력이 문이 열리자마자 숨어버린 것이었다.
"젠장."
9구역 선발대는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자 당황했다.
"이대로 마타마이니로 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추가 지원바랍니다."
선발대는 급히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흠. 역시 선발대만으로는 무리가 있군. 후속 대대를 보내야겠어."
9구역 사령관들 중 하나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은신 기체는?"
"준비됐습니다!"
"게이트 크로져는?"
"준비됐습니다!"
아즈국은 게이트 앞 쪽에 대형 기체 하나가 은신시켜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보석의 섬 때 게이트를 닫았던 무기를 이곳까지 끌고 온 상황이었다.
"유인 시작하라!"
아즈국 사령관이 명령이 떨어지자, 소형 항공 기체들이 우주 9구역의 비행 편대들을 게이트 앞으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크악!"
우주 9구역과 아즈국의 수 많은 소형 기체들이 우주 공간 안에서 잔해가 되어 바스러져 갔다.
"80% 이상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우주 9구역군의 병력의 80% 이상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보고가 들어오자 마자 은신 기체 2대에 발포 허가가 떨어졌다.
"3,2,1…"
쉬이익-
긴 빛 줄기가 그대로 게이트를 뚫고 들어갔다. 게이트 건너편에 집결 중인 병력에 거대한 폭탄을 드랍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부웅-
확연히 구분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번쩍하더니, 보석의 섬 때와 같은 침묵이 찾아왔다. 게이트가 닫히면서 게이트 앞에 있던 우주 9구역 병력들이 싸그리 소멸됐다.
"닫았습니다!"
병사가 흥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폭탄을 드랍 시켜놓고는 던져놓고는 그대로 게이트를 닫아버린 것이었다.
쾅!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던 우주 9구역 병력이 대폭발에 휘말렸다. 우주 9구역은 그 폭발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뭐야! 게이트도 닫혔어!?"
그들은 게이트가 닫힌 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열기가 힘든 만큼 닫기도 힘든 것이 게이트였다.
"게이트 클로져를 배치한 것 같습니다."
"그걸? 하지만 없었지 않나?"
"혹시… 은신 중인 함대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젠장! 당장 은신 기체를 찾아!"
그들은 급히 게이트를 다시 열고 아즈국의 은신 기체를 찾기 시작했다.
"빨리 찾아!"
우주 9구역이 은신 기체를 찾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소형 항공 기체들은 아즈국의 병력들과 뒤엉켜 난타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렇게 은신 기체를 찾는 데 정신이 팔린 것은 큰 착오로 돌아왔다.
"어?"
병력 집결지 근처로 갑자기 새로운 소형 게이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밀키 웨이를 따라 숨어 있던 항공 모함들이 좌표를 찍고 게이트를 열어버렸다.
쾅
쾅
쾅
쾅
갑자기 폭격기 기체들이 게이트를 넘어 들어와 집중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항공 모함들에서 폭격기들을 돌격 시킨 것이었다.
"크아악!"
"으악!"
비명소리가 통신을 타고 울려퍼졌다.
"…케구 장군이 이끄는 함대 전원의 통신이 끊겼습니다."
통신병이 우주 9구역 사령관에게 말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케구 장군 산하 부대 전멸.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밀키 웨이의 지도를 보며 말했다.
"그들의 병력 수준을 생각 했을 때, 우리의 폭격으로 그들도 분명 피해가 극심하다."
그는 섣불리 단정지으며 말했다.
"지금 열려 있는 게이트를 전부 닫아라. 그리고 마타마이니 쪽으로 더 가까운 00-00-00좌표에 게이트를 열도록."
사령관이 밀키 웨이의 한 곳을 좌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열자마자 2차 공격대 진격한다."
게이트가 모두 닫히고, 사령관이 짚은 위치에 게이트가 열렸다.
하지만 그 앞에는…….
"역시 이쪽으로 왔군."
아까 보고를 받은 사령관 옆에 있던 다른 사령관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타마이니 아즈국-
"…각하."
아즈국의 대통령 실에 군인이 들어왔다.
초조하게 마타마이니에서 군의 수뇌부들과 밀키웨이에 관한 보고를 듣던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주 9구역이 밀키 웨이는 공격 포기 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공격 포기라면…?"
"전원 퇴각했습니다."
승리였다.
그들은 밀키 웨이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엇다.
이 밀키 웨이 전 이후로 우주 9구역이 일으킨 전쟁의 전체 전쟁의 판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마타마이니 행성력 427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