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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21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21

SooyangLim 2021. 5. 14. 19:02

 "누구야?"

 그는 묘하게 아이 같으면서도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네? 그, 저, 저는 제인이 친구……."

 미경이 당황해서 둘러댔다.

 "제인이 친구! 안녕! 반가워!"

 그가 백제인의 친구라는 말에 밝게 웃으며 손을 덥석 잡고 흔들었다. 흰머리가 보이고 나이가 느껴지는 열굴에 맞지 않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술 냄새 나!"
 "아, 저, 그 축제가 있어서 술 한 잔 하고 들어와서……."

 미경이 둘러댔다.
 그는 술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소리를 빽 질렀다.

 "제인이는 술 싫어해! 술 냄새 싫어해!"
 
 그러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젤리 봉지를 꺼내 미경에게 내밀더니 상냥하게 말했다.

 "제인이는 젤리 좋아해. 너도 좋아해?"
 "네?"
 "이거 제인이랑 같이 먹어. 아빠가 제인이랑 같이 먹으라고 젤리 많이 사놨어."

 미경이 손을 뻗어 젤리를 받아들려는 순간,

 "나가."

 갑자기 백제인이 방에서 나와 그들에게 다가왔다.

 "나가! 나가라고!"

 백제인은 미경에게 소리를 지르며 밀쳤다.

 "제인아 화내지마! 왜 그래?" 

 그 남자가 당황하더니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는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당장 나가."
 "어어, 나갈게 잠시만……."
 
 미경이 나가려고 허둥지둥 하는데 백제인이 미경을 잡고 거의 끌어내다시피 집 밖으로 데려나갔다. 마당과 집 대문까지 순식간에 끌려 나갔다.



 미경의 눈 앞에서 문이 닫혔다.

 "…뭐야?"

 미경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말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진짜 뭐야…?"


 
 미경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이어폰을 끼고 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빼왔냐?"
 "아뇨."
 "왜? 거기 없어?"
 "아뇨. 찾으러 가보지도 못했어요. 그 전에 다른 사람 때문에요."
 "뭐? 백도경이 있었어? 분명 회사에 있는 거 파악했는데?"
 "아뇨, 그 인간 말고……. 아니, 그러니까 그 사람……." 

 말하다가 순간 미경은 말을 멈췄다.
 반장이 물었다.

 "거기 고용인들 밤에 없다며?"
 "…누군지 모르겠어요."
 "뭐?"
 "그게……."

 미경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일단 숙소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택시 안이에요."
 "야, 야!"

 반장이 소리치는데 미경은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무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미친 짓을 했다.
 자동차 유리창에 미경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설마……."



 미경이 계단을 올라가서 임시 거처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경은 순간 흠칫하고 몸을 숨겼다.

 '지훈이? 아냐, 바로 집에 갔을 텐데. 여기를 알 만한 사람이 있나? 혹시… 백도경이 보낸 사람?'

 그 때 갑자기 문 앞에 있단 사람이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미경은 재빨리 계단을 뛰어내려가 몸을 피하려는데,

 "누나?"
 "…어?"

 미경은 그제서야 그 사람 얼굴을 확인했다.

 "술 마시고 왔어? 전화를 안 받던데?"

 성준이 손에 술을 들고 와있었다.

 "어? 너 뭐야?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어떻게는. 반장님한테 물어봤지."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계단 올라오는 소리도 들렸고 술 냄새도 나서."
 "아……."

 미경은 그제서야 쭈뼛거리며 움직였다. 미경은 계단을 올라오며 성준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 안의 술을 힐끗 봤다.  

 "너 벌써 술 마셔도 되냐?"
 "응. 괜찮아."
 "의사가 먹어도 된 데?"
 "누나. 나도 의사 출신이거든?"
 "하긴."

 미경이 숙소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하며 말했다.

 "여기서 마시게?"
 "여기 사왔잖아."

 성준이 봉지에 든 술을 들며 말했다.

 "왜? 밖에서 마시고 싶어? 이미 술 좀 많이 마신 거 아냐? 밖에서 마셔도 되겠어?"
 "어… 아냐. 여기서 먹자."

 미경은 문을 열었다.

 "누나 그 모습 되고는 술 안 마시지 않았어? 원래 임무 중에는 잘 안 마시잖아."
 "그 임무 때문에 마신 거야."
 "임무 때문에?"

 미경이 옷가지를 벗어두고는 상을 펴고 성준이 가져온 술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백도경 딸내미 같이 한 잔 하고 데려다 줄 겸 그 집에 들어가려 했었거든. 술 싫어한다면서 은근히 잘 안 취하더라, 걔."
 "아 그래서 마셨구나."

 성준은 옷가지를 걸어두고 컵을 꺼내며 말했다.

 "누나 안주거리 뭐 없어?"
 "안주 안 사왔어?"
 "있을 줄 알고 안사왔는데. 냉장고 좀 열어볼게." 

 성준을 장고와 냉동실을 열어봤다.

 '…뭐지?'

 성준은 미경에게 물었다.

 "…누나 튀기는 음식 잘 안 먹지 않아?"
 "아 그거? 여기 처음 온 날에 먹을 게 없어서 우리 팀 후배랑 같이 사러 갔었거든.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후배 있잖아, 지훈이, 이지훈. 너도 봤지? 목격자였던 애. 걔가 전부 그런 거 사놨어." 
 "아, 누나 돕는다던 걔 말이구나."
 "걔가 한 번씩 올 때 그거 해주거든."

 성준은 미경이 한 번씩이라고는 말하지만 양이 꽤나 많이 줄어든 걸 확인했다.

 '…자주 오나보네.'

 성준은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더 사놔야겠네.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벌써? 더 사놔야겠네."
 "아님 누나가 빨리 해결하든지."
 "그러게.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 하……."

 미경이 아까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 사이 성준은 요리를 준비를 했다.
 그걸 보고 미경이 말했다.

 "어, 뭐야? 네가 하게? 내가 할게. 앉아 있어."
 "됐어. 내가 할게. 한 잔 하고 왔잖아. 쉬고 있으면서 술이나 좀 따라놔 줘."
 "그럴까? 알았어."
 
 미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백도경에 대해서 조사해놨던 서류를 꺼냈다. 미경은 백도경 집 안에서 마주쳤던 남자를 떠올리며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 사람 혹시…….'

 미경은 조용히 성준에게 물었다.

 "성준아, 전에 그 휴대폰 안에 들어있던 물질 뭔지 알아냈어?"
 "그거? 아직. 근데 내 생각에는 그거 텔로미어에 관한 물질 같아."
 "텔로미어?"
 "그게 염색체에 붙은 건데……."
 
 성준은 요리를 하며 미경에게 설명을 해줬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내가 젊어진 게 납득이 되는 걸. 근데 말야… 혹시 나 말고 더 있을까?"
 "거기 인체 실험한 사람들 다 죽었다며? 노숙자들."
 "내 생각인데 말야… 혹시 성공작이 있어서 다시 재현하려고 그렇게 무리하게 밀어 부친 건 아닐까?" 
 "성공작?"  

 성준이 접시에 안주거리를 담아오며 말했다.

 "누나 말고?"
 "응. 그렇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네. 가능성도 있고."
 "그렇지?"
 "근데 내가 알기로는 그런 연구가 있기는 한데, 대부분은 그렇게 되면 암 발생률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얼마 못 산데. 성공한 사람이 있어도 다 죽지 않았을까?"
 "암 발생률?"

 뜻밖의 정보에 미경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미경은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백일제약이 항암 치료제 개발로 유명한 데잖아……."
 "어…?"

 성준은 멈칫했다.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는데?"
 
 미경은 컵에 술을 따르며 성준이 요리 해 온 음식을 보며 즐거워져서 말했다.

 "야, 네가 해주니까 되게 편하네."
 "뭐를? 음식?"
 "응. 고맙다, 야. 맨날 해주기만 했는데."

 그 말에 성준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성준은 미경을 도발하듯이 물어봤다. 

 "…해주는 음식 받는 게 좋지? 해주는 것보다?"
 "뭐, 각자의 장점이 있지. 오늘은 해주는 음식 받는 게 좋고."  

 미경은 그 말을 하며 건배를 하기 위해 잔을 들었다.

 "회복된 거 축하해. 건배!"

 두 사람은 술을 쭉 들이켰다.
 
 "크아!"

 미경이 시원한 듯 소리를 냈다.

 "진짜 고생 많았다. 백도경…아니… 뭐 어쨌든 그 놈 때문에 죽을 뻔하고."

 미경은 백도경이라는 말에서 멈칫하며 말했다.
 미경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했다.

 "있잖아… 내 생각인데… 백도경이 백도경이 아닌 것 같아."
 "…뭐라고?"
 "그러니까 지금 백도경이 진짜 백도경이 아니라는 거지."
 
 성준은 미경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눈을 몇 번 깜박였다. 하지만 다시 곱씹으며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나 아까 술 많이 먹고 왔어? 아님 벌써 취했어?"
 "아니, 백도경이 백도경이 아니라고. 백진회가 백도경인 것 같다고."
 "백진회? 회장 말이야?"
 "어. 그 사람이 지금 백도경인것 같아."

 성준은 그제서야 미경의 말을 이해했다. 아니, 이해만 했다. 납득은 하지 못했다.
 성준은 서로의 술잔에 술을 채워 마시며 말했다.

 "근데 백진회는 지금 나이 많아서 죽기 직전 아냐? 몇 년째 누워있었잖아."
 "나처럼 젊어진 거라면?"
 "누나처럼?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럼 진짜 백도경은?"
 "집 안에만 있는 거지."
 "가둬뒀다는 거야? 그럼 고용인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잖아."
 "그 집은 고용인도 소수의 몇몇만 드나들어. 그리고 고용인들이 일하는 시간 동안은 피해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집이 크니까."

 두 사람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했다.
 성준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뭐, 고용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회사 사람들은?"
 "회사 사람들?"
 "알아보지 않을까? 아니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리고 다른 아들들은?"

 미경이 빈 술병을 옆에 치우고 새 술병을 뜯어서 서로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음…….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 그 사람들이 얌전하게 있는 건 아닐까? 진짜 백도경이 아니라 백진회니까."
 "글쎄. 그래도 반발할 것 같은데. 주변은 다 알아볼 것 같고."

 성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외모만 바뀌었다 해도 말이야."
 "근데 너도 나 처음에 못 알아봤잖아."

 미경이 반박했다. 

 "그건… 그래도 알맹이가 똑같잖아. 알아볼 것 같은데."
 "누가 알아보겠어? 아니, 상상은 할 수 있겠어? 아니, 믿을 수는 있을까? 젊어졌는데."

 미경이 술을 쭉 들이키며 말했다.

 "백진회는 심지어 노인이었잖아. 겉이 바뀌면 사람은 다르게 느낀다고."
 "아냐."

 성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외모는 상관없지. 늙었든 젊든 똑같은 사람인데."
 "에이. 아냐. 그 정도면…"
 "난 누나 지금도 좋고 그때도 좋아. 같은 사람이니까."
 "어?"
   
 갑자기 훅 치고 들어 온 성준의 말에 미경이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성준이 당황한 미경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담백하게 말을 이었다.

 "난 누나가 지금 모습이 아니라 예전 모습일 때도 좋아했어. 죽다 살아나서 용기를 얻고 고백하긴 했지만."
 
 성준의 말에 미경은 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미경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 아닐걸? 젊어졌으니까……. 저, 젊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진짜 젊지는 않은데 젊어 보이니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젊어졌다고 고백한다고? 내가?"

 성준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럴 거면 진작에 그냥 어린 애를 만났겠지. 누나, 내 입장에서 생각해봐."
 "네 입장?"
 "나도 이제 마흔이 넘었어. 20살 언저리로 보이는 지금이랑 예전이랑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부담스러울 것 같아?"

 미경은 말없이 눈만 깜박였다.

 "지금이 나한테는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어……."
 "더 직접적으로 말해?"
 
 그 말을 하고는 성준은 술잔의 술을 쭉 비웠다.

 "난 그냥 누나니까 좋은 거야." 

 미경이 '어' 하는 사이에 성준이 입을 맞췄다. 미경은 놀라서, 그리고 성준한테 부딪혀서 컵을 떨어뜨렸다. 컵에 남아있던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 때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곧장 미경의 집 앞까지 오더니 벨을 눌렀다. 미경이 화들짝 놀라서 떨어졌다.

 "선배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자료를 놔두고 가서요!" 

 지훈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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