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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of prime of life 19 본문

소설(Novel)/D.Q.D.(캣츠비안나이트 외전)

Daydream of prime of life 19

SooyangLim 2021. 5. 11. 19:03

 "야야, 그거 알아!? 나 방금 학회 가서 ㅇㅇ 선배한테 들었는데, ㅇㅇ 선배가 학생부에 갔다가 이번 축제 때 우리 학교에 샤인 데이가 온다는 얘길 들었대!"
 "뭐!?"

 미경 옆에 앉은 학생들이 수업 전, 설레는 목소리로 3주 뒤에 있을 학교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샤인데이가 학교 축제에 온다고? 샤인 데이는 발라드 가수 아냐?" 
 "유명한 노래가 대부분 발라드이긴 하지. 게다가 최근에 낸 앨범은 밝고 빠른 노래 많잖아."
 "그래도 샤인 데이는 이런 행사 거의 안 다니잖아."
 "하긴. 그건 그래. 얼마 줬을까? 우리 등록금이······."
 "근데 샤인 데이는 평소에도 노래 듣기 힘들고, 콘서트는 티켓팅도 엄청 어렵잖아. 가격도 쎈 데 말이야. 난 내 등록금으로 샤인 데이 노래 들을 수 있으면 내 등록금 값 다 한 것 같아."
 "그건 그렇다."

 미경은 축제라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미경은 슬며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백제인에게 말을 걸었다.

 "…축제 때 뭐 할 거야?"
 "뭐 하냐니?"
 "아니 그냥… 축제 때 안 놀 거야?"
 "안 놀 건데."
 "샤인 데이 온다는 것 같은데 보러 안 가?"
 "난 외국에 오래 있어서 연예인 잘 몰라." 

 미경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다. 백제인의 말로 싸대기 때리는 것 같은 화법에 인내심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축제가 흔치도 않은데……."
 "난 그런 거 싫어해. 외국에 있을 때 그런 거 많았는데 다 싫어했어."
 "그래도 연예인도 보고 친구랑 놀고 아는 사람도 부르고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글쎄……. 아."

 백제인은 멈칫하더니 물었다.

 "학교 사람 말고도 부를 수 있는 거야?"
 "상관없을걸?"
 "…너는 부를 사람 있어?"
 "나?"

 미경은 백제인이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알아챘다. 미경은 백제인이 정말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지 백제인이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입 밖으로 안 나왔다.

 "글쎄. 생각해봐야지."
 "그렇구나."

 미경은 다시 자신에게 관심을 끊고 시선을 돌리는 백제인을 보니 뜨끔했다. 미경은 적당히 구실을 붙여가며 말했다.

 "음……. 난 그냥 전에 학교에 왔었던 이웃 오빠나 부를까 봐. 샤인 데이 노래 좋아한다고 들었거든. 부르면 좋아할 것 같아."
 "……."

 백제인은 말없이 다시 폰을 보는 척 했지만 미경은 알 수 있었다. 백제인의 광대가 묘하게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그 시각, 지훈은 동료 형사와 대화 하며 경찰서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차에서 내려 경찰서 정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안녕하세요, 이지훈 형사님."
 
 지훈은 너무 화려한 복장의 여자가 자신에게 아는 척 하자 깜짝 놀라 흠칫했다. 

 "누구세요?"

 선배 형사이자 미경의 후배 형사인 박형사가 차의 건너편에서 내리며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예전에 백일제약 폭발사건 목격자라고 들어서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선글라스는 벗으며 말했다.

 "저는 유지연이라고 하는데요."

 지훈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름을 듣는 순간 얼어버렸다.

 "기자예요?"

 박 형사는 유지연에게 물었다.

 "기자는 아니에요. 오히려 제보자에 가깝죠."

 유지연은 그 말을 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런데 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혹시 우리 혹시 구면이지 않아요?"
 "전 처음 뵙는 데……."
 "제가 외국 생활을 좀 오래 해서 우리나라 사람 볼 일이 많지 않은 데 말이죠.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요?"

 유지연을 기억해내려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빨리 피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에 빨간 사이렌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켜진 느낌을 받았다.
 
 "일단 서에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그럴까요?"

 지훈은 손님이 왔음에도 자연스레 박 형사 쪽으로 가서 붙었다.

 "박 형사님, 반장님 계세요?"
 "계실걸?"
 "손님 안쪽에 상담실로 안내해주시겠어요? 반장님한테 급하게 보고 드릴 게 있어서 보고 올리고 갈게요."
 "뭐, 그래."

 박 형사는 지훈한테는 급한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은 내색 않고 승낙했다.

 "여기 박형사님이 안내해 주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에~"

 유지연은 생글생글 웃으며 박형사를 따라갔다.
 그 사이 지훈은 불안함으로 두근거리는 심장 고동소리를 억누르며 침착한 척 하면서도 급하게 반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이 못 듣게 바짝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반장님. 유지연이 찾아왔습니다."
 "유지연?"
 "백도경 전 부인 이요."
 "제 발로 찾아온 거야?"
 "네. 절 찾아왔습니다. 백일제약 폭발사건 목격자를 찾아왔어요."
 "지금 어딨어?"
 "박 형사님이 안쪽으로 안내했습니다."
 "취조실은 아니지?"
 "그럴걸요."

 반장은 아무 서류나 들고는 일어섰다.

 "너 적을 거 들고 가자."
 "네?"
 "캐낼 수 있는 거 다 캐 내."
 
 지훈은 챙길 것 챙겨서 반장을 따라갔다.

 반장이 상담실 문을 열었다. 박 형사가 마침 커피를 한 잔 타서 유지연에게 건네고 있었다.

 "어, 박 형사? 잠깐 얘기 좀 하지. 죄송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주시겠습니까? 지훈아, 딴 데 안내해드려."
  
 유지연은 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장이 넉살 좋게 웃으며 상담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유,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서요."

 유지연은 지훈의 안내를 따라 경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언뜻 보면 취조실 같은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박 형사가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냐. 할 얘기 없어. 가 봐."
 "예?"
 "저 사람 취조실로 보내려고. 나도 대화 좀 들으러 가봐야겠다."
 "아하. 알겠습니다."

 박 형사는 궁금했지만, 반장의 성격상 지금은 할 얘기가 아니라서 말 안 하나보다 싶어서 군말 없이 나갔다. 반장은 필요하면 말을 해주는 사람이니까.



 "아까 백일제약 폭발 사건 목격자 찾아오셨다고 했었나요?"

 지훈이 자리에 앉아서 종이와 볼펜을 꺼내며 말했다. 

 "아, 그 백일제약 폭발 사건 얘기는 아니고요. 아, 지금은 그 얘길 해야겠지만요."



 그 때 옆 방에 반장이 들어왔다.
 유지연은 못 보겠지만, 반장은 창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유지연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원래는 피해자라는 형사님도 한 분 있다고 들어서 그 분을 뵈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경찰서에 여쭤보니 외근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목격자이신 분께 찾아왔어요."
 "아, 네.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슨 말씀이시죠?"
 "이상하지 않았어요?"
 "네?"
 
 지훈은 일부러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형사님은 그 사건이 그렇게 처리되는 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아니, 애초에 그 공장이 제대로 된 공장처럼은 보였나요? 형사님이라면 충분히 이상하시다고 생각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책상 아래에서 유지연은 다리를 바꿔 꼬았다. 짧은 치마 아래 높은 하이힐 끝이 지훈의 다리를 스쳤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뒤로 살짝 뺐다. 

 "저는 잘 알거든요, 그 사람."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도경이요. 제 전 남편이었거든요."

 유지연은 뭐가 그리 웃기는지 갑자기 터져 나오듯 웃음을 살짝 터뜨렸다. 그리고는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형사님. 그 남자요, 뭔가를 숨기고 있어요. 은폐하고 있는 거죠. 나쁜 짓을……. 형사님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요?"
 "…뭘 알고 계시죠?"
 "저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유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결백하다는 듯 작위적으로 두 손을 들며 말했다. 덕분에 주렁주렁 걸린 목걸이 아래 가슴이 깊이 파인 옷이 살짝 벌어졌다.
 지훈은 순간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제가 아는 건 저는 그 사람이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무언가 수상한 게 있다면 다 그 남자 짓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일종의 충고, 아니 참고사항을 알려 드리려고요."

 유지연은 그런 지훈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지연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하이힐 끝을 올렸다.

 "뭐, 저도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요." 

 지훈은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흠칫했다. 

 "개인적으로는 전 그 남자를 재미없고 멍청한 남자라고 생각하지만요."

 지훈이 이때 생각했다.

 '뭐야, 이 미친년은.'

 유지연이 덧붙였다.

 "제 전 '남편'으로'써' 말이죠."
 


 뻔한 지훈의 다리 사이로 올라오던 그녀의 발을 급히 잡았다. 그리고 뻔한 수작질 따위는 안 먹힌다는 듯, 밀치듯 그녀의 발을 내리며 말했다.

 "더 할 얘기 있으십니까?"
 
 유지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더 하고 싶네요."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배웅해드리죠."
 "배웅은 무슨. 아무 일도 없어서 걸을만해요."

 유지연은 미소를 띤 채 일어나 문 앞까지 갔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는 지훈을 다시 돌아봤다.

 "…진작 알아챌걸."
 
 유지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

 "차 안에서 얘기할 걸 그랬어요."
 
 그러더니,

 "아닌가. 어린애를 좋아하시는 건가?"

 하고 얘기하더니 자신의 차림새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

 "제인이처럼 하고 와서 집 앞에서 만나는 게 좋았으려나?"

 얼어있는 지훈의 어깨를 탁탁 털어주며 말했다.

 "제인이한테는 말 안 할 테니 생각나면 연락해요." 

 그 말을 남기고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옆 방에서 반장이 나왔다.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던 지훈에게 다가와 물었다.

 "언제 들켰어?"
 "백제인 데려다 줄 때 봤나 봐요."
 "서둘러야겠군."

 반장이 중얼거렸다.
 지훈이 반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말 안 할 거라고 보세요?"
 "아마 한동안은 진짜 그럴 것 같다. 그럴 법한 위인이야."

 하지만 반장은 곧이어 말했다.

 "너가 전면에 나서는 건 피해야겠지만."
  
 그때 지훈의 폰이 울렸다.

 "…미경 선배님이 학교 축제에 3주 뒤에 학교 축제에 올 수 있냐는 데요. 백제인이 참가 할 것 같다고요." 

  

 "유지연이 찾아왔었어요."

 그 날 저녁 미경의 임시거처에 도착하자마자 지훈이 하소연하듯, 쏟아내듯 말했다.

 "유지연이 널 찾아왔다고?"

 미경이 튀기고 있던 돈까스를 건져내며 말했다.
 지훈이 서류를 바닥에 적당히 던져놓고 미경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돈까스를 한 번 보고는 표정이 약간 풀렸다. 지훈은 미경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는 자신이 먹을 밥을 퍼담으러 갔다.

 "원래는 선배님 찾아가려 했는데 외근 중으로 걸어놔서 저한테 왔데요. 백일제약 폭발사건 때문에 왔다는데 백도경에 대한 얘기 하러 왔더라고요. 어휴……."

 지훈이 밥을 퍼 담으며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웬 한숨이야?"

 미경이 돈까스를 담은 접시를 밥상에 올려놓고 앉으며 말했다.
 지훈도 밥공기를 밥상에 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말도 마세요. 미친 여자예요."
 "미쳤다고?"
 "네. 완전. 소문보다 더 한 여자예요."

 지훈이 돈까스를 자르며 말했다.
 미경이 돈까스 자르는 건 놔두고 그냥 먹으라는 시늉을 하며 돈까스를 일괄적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왜?"
 "어휴. 그게… 하. 말을 못 하겠어요, 진짜."
 
 지훈은 잘린 돈까스를 하나 입에 넣으며 말했다.

 "와, 선배님, 진짜 맛있어요!"
 "맛있냐?"
 "네! 와, 선배님이 여동생이나 누나였으면 좋겠다. 돈까스 맨날 해달라고 하게요."
 "여동생이나 누나라니. 차라리 엄마라고 해라. 냉동 돈까스 튀긴 거 갖고 호들갑은."
 "에이, 지금 선배님 외모에 엄마는 좀 오바잖아요. 자주 해주시면 안 돼요? 사 먹는 것보다 나은데."
 "집에 가면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
 "저 엄마 없는데요?"
 "어…?"

 미경은 멈칫했다.

 "ㅇㅇ리 사건 때 제가 왜 납치됐겠어요? 아빠 밖에 없었으니 혼자 자주 돌아다니는 제가 표적이 됐겠죠."
 "…미안."
 "미안할 거 없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선배님은 제 은인이시라니까요. 아빠랑 절 버리고 간 엄마보다 절 구해준 선배님이 훨씬 더 고맙거든요."

 지훈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또 다른 돈까스를 팍 찍어 들며 말했다.

 "돈까스도 튀겨주시고!"
 "그래. 모자라면 더 튀겨줄 테니 많이 먹어."

 미경이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는 말투로 말했다.
 지훈이 돈까스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근데 유지연 보니까 왜 이혼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왜?"
 "유지연 말에 따르면 백도경은 별로였던 것 같고 유지연은 미친 여자인 것 같아서요."
 "백도경 얘길 했어?"
 "네. 오늘 백도경 얘기를 하러 왔던데요.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수상한 게 있다면 다 그 남자 탓이라고 다시 조사해보라면서요."

 미경은 돈까스를 먹으며 지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혼한 데에 대한 앙심인가…?"
 "약간은 그런 것도 같아 보였어요. 정확히는 백도경을 담궈버리겠다는 느낌 같았지만요. 백도경이 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지훈의 말에 미경은 잠시 생각 하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한데."
 "뭐가요?"
 "그럼 백제인은 왜 백도경한테 간 거야?"
 "그건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제가 백제인이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왜?"

 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지훈의 얼굴색이 약간 붉어졌다.

 "그… 백도경은 재미없고 멍청한 남자라고 생각한데요. 자기는 그렇게 착하진 않았다고도 하고요."
 "…백도경이 별로라서 자기도 바람 폈다 그 소리야? 근데 백도경이 나쁜 놈이라며."
 "어… 그리고… 전에 백제인 데려다주던 날 유지연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입 다물고 있겠데요."
 "뭔 소리야?"

 미경이 돈까스 한 조각 콱 찍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말이 이상하잖아. 안 그래?"
 "네?"

 미경이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백제인한테 접근하는 걸 들켰는데 백도경이 나쁜 놈이니 눈 감아주겠다는 거야? 누구한테? 백제인한테? 근데 그러면 백제인이 당연히 백도경한테 말할 텐데 왜 그러는 거야? 말이나 행동이 모순되잖아."
 "그게… 약간 생략 됐는데……."

 지훈이 주저하며 말했다. 약간 더 얼굴이 붉어졌다. 
 미경이 답답해하며 말했다.

 "생략을 왜 해. 똑바로 말해."
 "그게··· 백제인한테 말 안 할 테니 연락하라고······."
 "너한테?"
 "네."
 "뭐야? 아는 거 있으면 다 말하지 왜 또 연락하래. 그리고 그걸 왜 딜로 거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지훈의 얼굴색이 이젠 아예 새빨개졌다.
 미경이 수저를 내려놓고 그런 지훈의 동태를 살피며 경청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유지연이 그… 저한테… 아니, 그… 저를… 유혹…하더라고요."
 "아."

 미경은 이제야 이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 달라는 말이 그 말이었구만."
 "네……."
 "그래서 백제인이 왜 백도경한테 갔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고?"
 "네에……."
 "그래서 네가 유지연이 소문보다 더 하다고 한 거고."
 "네에에……."
 "그래서 미쳤다고 했고."
 "네에에에……."

 지훈이 미경에 말에 꼬박꼬박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학을 떼는 거야?"
 "그 막 다리 꼬고 그 막 발로 그……."

 지훈이 울 것 같은 톤으로 토로했다.
 미경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경찰서에서? 진짜 또라이네."
 "취조실이긴 했지만요."
 "취조실?"
 "그 상담 같은 곳 있잖아요. 거기요. 반장님이 캐내라고 취조실로 몰아주셨거든요."
 "그래서 더 당당했구만."

 미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지훈이 돈까스를 입에 잔뜩 밀어 넣으며 말했다.

 "빨리 끝내야겠어요."
 "뭘?"
 "백제인한테 접근하는 거요."

 미경은 순간 멈칫했다.

 "들켰는데 계속 할 거야?"
 "반장님이 한동안은 조용 할 것 같다더라고요. 제가 전면에 나서는 건 자제해야겠지만요."
 "그래서 계속 하게?"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캐내야 되니까요. 아참, 아까 축제 있다고 하셨었죠? 샤인 데이 온다고요?"
 "어? 어."
 "크으~ 샤인 데이라니! 샤인 데이가 대학 축제라니!"

 샤인데이를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지훈을 보고 미경이 물었다.

 "샤인데이 좋아했어?"
 "엄청난 가수잖아요, 샤인 데이. 백제인 때문이 아니라 샤인 데이 때문에라도 축제는 꼭 갈 겁니다."



 며칠 뒤-

 유지연이 백도진의 개인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앞 창문이 살짝 내려갔다. 운전기사가 말했다.

 "타십시오."
 "뭐야. 이벤트야, 납치야?"

 유지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운전기사가 내려서 문을 열어줬다.
 차 안에서 담배 냄새가 확 풍겨왔다.

 "…누가 타고 있나 보지?"

 보통 타는 방향이 아닌 쪽을 열어주고, 담배 냄새까지 풍기자 유지연이 말했다.

 "난 수상한 납치는 사양이야."

 유지연이 가려고 하며 말했다.
 그때 차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타는 게 좋을 걸. 내가 입 다물길 바란다면."

 그 말에 유지연이 차에 타며 비꼬듯 말했다.

 "어머. 백일제약 사장님 백도경 아니세요?"

 유지연이 차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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