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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3부 完. 뒷수습

SooyangLim 2022. 12. 15. 19:01

 "갔어."

 학생이 떠나자마자 밀 메이커 방에 있는 연기 뭉치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밀 메이커가 말 없이 이 쪽을 봤다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파이프에서 연기가 한 뭉치 가득 뭉게뭉게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연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펜자한테 갔어."
 "알아."
 "데려와야지. 벌써 12시가 넘었어. 해도 넘어갔고 옥실이도 고장 났어. 더 사고 치기 전에 데려와야 돼."
 "고장?"
 "대원칙을 깨고 다녀."
 "어쩐지 일을 복잡하게 만들더라니."
 
 밀 메이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까지 옥실이라고 부르다니."
 "괜찮게 지은 이름아냐?"
 "다들 작명 솜씨가 안 좋아."

 밀 메이커가 투덜거리며 방 밖으로 연기 뭉치와 함께 나왔다.

 "너만 할까."

 연기에서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 밖에 있던 고양이는 연기에 쌓여서 둥둥 떠 있는 파이프를 보고 놀라서 말했다.

 "뭐냐옹!?" 

 하지만 밀 메이커는 대답 없이 연기와 함께 뒷마당으로 향했다.
 고양이도 그들을 따라갔다. 뒷마당에서 이상한 물체를 본 고양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다 뭐냐옹!?"

 고양이는 뒷마당의 거대한 물체를 보고 소리쳤다.
 밀 메이커와 연기는 서슴없이 그 물체 안으로 들어갔다. 고양이는 차마 그 안으로 못 들어가고 밖에 서 있었다.
 밀 메이커가 담담하게 말했다.

 "장소랑 시간 알지?"
 "그럼. 그 전에……."

 갑자기 연기가 공간의 틈 사이로 흘러 들어가듯 어딘가로 연결됐다. 그 시공간의 너머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탕."
 
 연기가 재밌다는 듯 소리냈다.

 "어휴"

 밀 메이커가 그 너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연기가 변명하듯 말했다.

 "잠깐 봤어."
 "흠."
 "미안."

 하지만, 그 공간 너머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연기가 다시 회수하듯 다시 넘어왔고, 저 너머는 사라졌다.
 밀 메이커가 말했다.

 "빨리 찾아. 옥실이 고장났다며."
 "알았어."

 연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길쭉한 틈 같은 것이 허공에 생겼고, 그 틈은 어두컴컴한 숲이 보였다. 그곳은 고요한 새벽 산이었다. 빽빽한 나무들 뒤의 동굴 앞, 그리고 그 앞을 잘 가리고 있는 나무들 틈 사이로 갑자기 연기가 넘어갔다.

 "…아닌가?"
 
 연기가 의아하게 말했다.

 "왜 없지?"

 연기가 동굴 안까지 스며들었다가 다시 나무 틈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줄어들었다.
 밀 메이커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뭐해? 그 때 아닌데."
 
 밀 메이커의 목소리는 이제 약간 짜증이 섞였다.
 연기에서 반박했다.

 "맞는데? 아직 안 왔겠지."
 "아냐. 왜 시작하는 날에……."
 "아, 시작하는 날이었군."
 "아니라니까."



 연기가 갑자기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것처럼 수축해서 거둬들여졌다. 그리고 그 틈은 사라졌다.
 밀 메이커는 이제 진짜 좀 화가 난 듯 했다. 흉흉한 기운이 퍼졌다.

 "흉흉하다옹……."

 고양이가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며 말했다.
 연기가 변명하듯 말했다.

 "미안, 미안. 옥실이 도움 없이는 오랜만이라 그래."

 다시 틈이 열렸다. 이번에도 어두운 숲이었다. 연기가 시공간을 넘어가서 숲 주변을 자욱하게 안개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연기는 동굴 앞까지 잔뜩 퍼져나갔다.
 때마침 옥실이 동굴 밖으로 나오다가 멈칫했다. 옥실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그 때 동굴에서 장신의 남자가 나왔다.

 "뭐야, 웬 연기가…"
 "주, 주인님……."

 옥실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옥실이의 말에 장신의 남자의 눈이 커졌다.

 "가져와."

 연기가 말했다. 연기가 장신의 남자가 쥐고 있는 시계를 뺏으려는 듯 감쌌다.

 "안 돼요! 아직 안 돼요! 지금 못 돌아가요!"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면 쓰나."
 "안 돼요…! 제발…!"
 
 장신의 남자가 시계를 꽉 쥐고 고집을 부렸다.
 옥실이 걱정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혹시나 저 안에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도 있어요. 확인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상황에서 바로 돌려보낼 수는 없…"

 그때 가만히 저 너머의 상황을 보고 있던 밀 메이커가 연기가 만든 틈으로 건너갔다.
 밀 메이커를 본 옥실은 마치 겁을 먹은 것 처럼 눈에 띄게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확실히 고장났군."

 밀 메이커가 옥실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밀 메이커가 옥실의 이마를 한 번 탁 쳤다. 그러자 옥실의 떨림이 멎고 표정이 사라졌다.

 "수리 해야겠네."

 옥실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기가 만든 틈을 통해서 걸어 나왔다. 밀 메이커는 장신의 남자 앞에 가서 말했다.

 "남의 걸 훔치면 안 되지."

 이제 밀 메이커는 달래듯 말했다. 하지만 장신의 남자는 시계를 꽉 쥐고는 밀 메이커에게 애원했다.

 "안 돼요. 지금 못 돌아가요. 제발……."

 그러자 밀 메이커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만 고집 피워."

 하지만 밀 메이커는 다시 약간 누그러뜨려서 달래듯 말했다. 

 "지금은 그냥 돌아 가. 나중에 만나게 해 줄 테니. 어차피 얼마 안 남았어."
 "네?"

 밀 메이커의 말에 장신의 남자가 멈칫했다.
 그 틈을 타 연기가 결국 장신의 남자의 손아귀를 벌리고 시계를 가져가 버렸다.
 밀 메이커가 또 달래듯 말했다.

 "이 정도면 넌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준 거야."

 밀 메이커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돌아 가자."

 시계까지 뺏긴 장신의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연기가 건너온 틈 사이로 걸어 나갔다. 틈을 통과하는 그의 모습은 돌아오기 전에는 장신의 남자였으나, 틈을 통과했을 때는 학생의 모습으로 바뀌며 돌아왔다.

 "잠깐. 약속은 지켜야지."

 연기가 말했다.

 "그래야지."

 밀 메이커는 틈을 통해 걸어서 돌아왔다.



 연기는 동굴 앞에 설참의 몸을 부서뜨리지 않고 시공간을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 두고는, 다시 틈을 통해 돌아왔다. 그렇게 마타마이니로 향하는 틈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돌아온 연기에서 기가 차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자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좋았겠어. 잘도 즐겼구나, 꼬맹아. …어허? 이야, 돈 많이도 썼네."

 학생은 연기한테서 그런 소리를 듣거나 말거나 밀 메이커에게 매달렸다.

 "진짜 다시 갈 수 있는 거죠? 응? 다시 꼭 가게 해 주세요! 제발! 저는 죽을 때까지 거기 있으려 했어요!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냐옹?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옹?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냐옹?"

 고양이가 눈 앞의 광경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밀 메이커는 학생이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가 혼란스러워하거나 말거나, 그저 담담하게 연기한테만 말했다.

 "옥실이 고쳐야 되니 빨리 수리공 녀석한테 가 봐. 아참, 도서관 관장이 신화 책도 다시 사달래."
 "들었어. 그랬으니 여기 왔지. 시계도 네가 갖고 있었다며. 이제는 잘 얘기하고 다니네, 그 녀석."

 연기가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파이프에서 새로운 연기가 무럭무럭 뿜어져 나왔다. 
 그 와중에 밀 메이커가 마침내 울며 매달리는 학생에게 결국 한 소리를 했다.

 "그만 울고 안으로 들어가. 날도 추운데 계속 울면 감기 걸려."

 그 사이, 이제 연기뭉치 대부분이 이상한 물체 안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그리고 옥실이를 다시 수조 안에 돌려보내며 말했다.

 "그래. 그만 좀 울고 안에 들어가서 추슬러. 지금 내가 책임 묻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봐주는 건지 알아? 사고란 사고는 다 쳐놓고 말야."
 "넌 닥치고 빨리 가."

 밀 메이커가 연기에게 말했다.
 연기는 느긋하게 말했다.

 "아, 이왕 온 김에 애들 다 만나고 가야겠군. 옥실이 고치는 동안 다녀와야지."
  
 밀 메이커가 학생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양이랑 같이 집 안에 들어가 있어. 고양이가 기분 나아지게 해 줄 거야."

 그 말에 고양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물론 지금 학생 귀에는 야옹거리는 소리로만 들리겠지만.

 "기분 나아지게 해준다니? 귀찮다옹. 뭐든 시키지 말라옹."
 "애 좀 위로해 줘."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쩌라는 거냐옹?"
 "털이라도 쓰다듬게 해 줘."
 "싫다옹."
 
 그 때 연기가 들어가 있는 이상한 물체의 문이 닫히는 와중에 연기가 말했다.

 "아참, 곧 그 놈 올 거야."
 "그렇겠지."

 밀 메이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밀 메이커가 닫히는 문을 보며 말했다.

 "나중에 보자."

 그 말에 집으로 들어가려던 학생이 급히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미 그 이상한 물체는 뒷마당에서 사라진 뒤였다.

 "안 돼…!"
 "들어가자."
 "안 돼!!!!"
 "지금은 들어 가."

 밀 메이커가 다시 뒷마당으로 달려가려는 학생을 만류하며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고양이도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며 밀 메이커에게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옹?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옹?"

 하지만 밀 메이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학생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학생은 다시 한 번 뒷마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밀 메이커가 방으로 들어가며 학생에게 말했다.

 "얘기하러 온 거잖아."
 
 학생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고양이가 방으로 따라 들어가려 했다.

 "둘이서 할 얘기가 있어."

 밀 메이커가 그렇게 말하고는 고양이를 막았다. 그리고 문을 닫아버렸다.

 "캬옹! 날 소외시키지 말라옹!"

 고양이는 방문을 긁으며 항의해봤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고양이는 포기하고 거실로 가서 식빵 자세를 하고는 심통난 표정으로 말했다.

 "나오면 물어볼 거다옹."

 얼마 후, 학생과 밀 메이커가 방에서 나왔다. 학생의 손에는 예전에 밀 메이커가 고양이에게 읽어줬던 노인의 일기장이 손에 들려있었다.

 "집에 조심해서 들어 가."

 밀 메이커는 학생을 배웅해줬다.

 "쟤, 예전에 왔던 발 큰 애 아니냐옹? 도대체 웬 일이냐옹? 무슨 얘기 했냐옹?"

 학생이 집 밖으로 나가고나자 고양이가 쪼르르 다가와서 물었다.

 밀 메이커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쪽을 봤다. 하지만 금방 눈을 피했다. 

 "아직은 안 돼."

 밀 메이커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고양이가 물었다.
 
 "왜 안 되냐옹?"
 "아직은 진로 상담하러 온 꼬맹이일 뿐이니까."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보며 말했다. 둘러대듯 말하는 밀 메이커가 맘에 안 드는지 고양이가 캬옹거리며 말했다.

 "캬오옹! 둘러대지 말고 똑바로 얘기 하라옹!"
 "아이고, 춥다. 아랫목에서 지져야지."

 하지만 밀 메이커는 뜨뜻한 곳에 이불 깔고 누우며 가볍게 무시를 했다. 그런 밀 메이커를 보며 고양이가 디스 했다.

 "늙었다옹."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고양이도 따뜻한 아랫목으로 가서 배 깔고 식빵 자세로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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