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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미행 비하인드

SooyangLim 2020. 12. 28. 21:01

 늦은 밤, 밀 메이커가 집안 곳곳을 뒤지고 있었다. 밀 메이커는 심지어 주방 찬장까지 열어보고서야 자신이 찾는 물건이 집안에 없음을 인정하고 중얼거렸다.

 "···없네."

 밀 메이커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혹시 일기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 쪽에서 답변이 왔다.

 "아 역시 네가 갖고 있었구나. ···어디? 학교? 그게 왜 학교에 있어?"

 밀 메이커는 뜬금없는 장소로 간 일기장의 행방에 의아해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인근의 고등학교-

 드르륵-

 시간이 늦어 고3 학생들만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인근의 고등학교에 밀 메이커가 도착했다. 밀 메이커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학교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밀 메이커는 문을 열자마자 불평을 하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왜 학교 도서관에 들고 간 거야? 네가 도서관 관장인데 왜 학교 도서관에 놔둔 건데?"
 "미안."
 
 안경을 끼고 머리를 묶고 긴 귀걸이를 한 여자가 사과를 했다. 그녀는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의 도서관 관장인 모양이다.
 
 "왜 화내고 그래?"


 도서관 관장 옆에는 귀에 피어싱과 귀걸이를 주렁주렁 하고 크고 새까만 선글라스와, 말을 하기 위해 검은 마스크를 턱으로 내려 낀 남자가 있었다. 만약 마스크를 올리고 있었으면 얼굴을 다 가린 것이나 다름없는 남자는 팔짱을 끼고 밀 메이커에게 이죽거렸다.


 그의 말에 밀 메이커가 말했다.

 "혹시 누가 가져갔으면 어쩔 뻔 했어?"
 "그럼 사고 하나 생긴거지 뭐."
 "그걸 말이라고···"
 "어? 저거 고양이 아니야?"

 밀 메이커와 마스크를 낀 남자와 대화하던 중에 도서관 관장이 깜짝 놀라 말했다.
 그 말에 밀 메이커가 뒤를 돌아봤다.

 "응?"
 "도망간다!"

 마스크 낀 남자가 고양이가 도망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뭐야? 설마 따라 나오는 걸 몰랐어?"

 도서관 관장이 경악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밀 메이커의 얼굴에 급격이 그늘이 드리워졌다.

 "망할.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나 좀 도와줘."
 "그래."

 선글라스 긴 남자는 마스크를 올리며, 도서관 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용한 고3 교실-

삐삑

 공부를 하던 한 학생의 가방 안에 몰래 숨겨둔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났다.
 
 평소 피시방 가자는 대화를 자음으로만 소통하는 다른 반 친구가 보낸 메시지였다.

 「복도에 고양이 들어왔는데 잡는 거 도와주셈」

 "···고양이?"

 문자를 받은 학생인 뜬금없는 문자에 소리 내어 말했다. 옆 자리 친구는 공부고 나발이고 책을 쌓아두고 자고 있었기에 뒷자리 친구에게 말했다.

 "야 복도에 고양이 들어와서 잡는 거 도와달라는데?"
 "고양이?"

 그 말에 옆자리에서 자고 있던 친구가 부스스 눈을 뜨면서 말했다.

 "뭔 소리야"

 메세지를 받은 친구는 일어나서 교실의 앞문을 열었다. 평소 야자 시간 동안 불을 꺼두는 복도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로 고양이가 복도에 저 멀리서 부터 이쪽 계단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어 진짠데?"
 "레알?"
 "아니 학교에 고양이가 왜 있냐?"

 진짜라는 말에 책 깔고 엎드려 자던 친구도 벌떡 일어났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친구들도 죄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복도 창문과 문 쪽으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귀엽다"
 "어 시발 진짜네"
 "잡으라고?"
 "회색 고양이네"
 "야 나도"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러고는 다들 복도로 튀어나와 고양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기 시작했다.

 "주인 있다는데?"
 "도망 나온거임?"
 "야 고1하고 고2는 집에 가서 아래층으로 가면 못 잡지 않나?" 
 "와"
 "개 빠른데?"
 "와 뭐냐"

 다들 두런두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의 스피드에 감탄도 했다.
 하지만 점점 잡으려는 방식이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어어"
 "야 이거 잡다가 다칠 것 같은데?"
 "대걸래 갖고 몰면 안 되나?" 
 "야야 막대기는 위험하잖아!"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 끝에 결국 밀 메이커가 고양이를 잡았다. 
 
 "학생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학생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 잡았으면 됐다 라는 반응을 표했다.

 한 학생이 물었다.

 "괜찮으세요?"
 "······." 

 밀 메이커는 피가 나는 손등을 커다란 망토 옷깃에 감추고 잠들어버린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때, 마스크를 낀 남자와 도서관 관장이 다가왔다.

 "잡았네. 다행이다."

 마스크를 낀 남자가 말했다.

 "좀 진정됐어?"
 "···이거 뭔데? 왜 이래? 이거 어디서 났어?"

 밀 메이커가 기절하듯 잠든 고양이를 안고 마스크를 낀 남자에게 추궁하듯 따다다다닥 쏘아붙였다.

 마스크를 낀 남자가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진정해. 합법적으로 처방 받은거야."

 마스크 낀 남자는 자기는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듯 빠르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미로가 혹시나 필요할 때 쓰라고 안전하게 처방해 준거라고. 봐! 사상자도 없고 잠든 것뿐이지 괜찮잖아?"
 "그걸 네가 갖고 있고 네가 쓴다는 게 문제야."

 밀 메이커는 그에게는 신뢰감이 전혀 없다는 듯 대꾸했다.

 "더 큰일 나기 전에 막았으면 됐지 뭐······."

 마스크 낀 남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밀 메이커의 잔소리가 길어질 듯하자, 도서관 관장이 밀 메이커를 말리듯 일기장들을 건넸다. 도서관 관장은 일기장들을 종이백에 넣어 챙겨주며 말했다. 

 "수습 해놓을테니 그만 하고 빨리 이거나 갖고 집에나 가." 

 밀 메이커가 안 다친 한쪽 팔로는 고양이를 안고, 고양이의 발톱 자국대로 피가 철철 흐르는 다른 쪽 손을 내밀어 종이 백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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