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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e! 시즌1. 2화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Quiet? Quite! 시즌1. 2화

SooyangLim 2020. 7. 2. 21:57

 뭔가 밝다. 
 눈을 떴다. 
 형광등이 보였다. 

 누군가는 낯선 천장이라고 하는데, 진우에게는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손에 무언가 꽂혀 있는 게 느껴졌다.  
 진우는 왼손을 들어 눈앞으로 가져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겹게 봐왔었던 링거 줄이 왼손 손등과 연결되어 있는 것에 보였다. 

 “…또 병원?” 
  
 진우의 첫마디였다. 
 사실 덜컥 겁이 나고 화가 나고 체념과 걱정과 불안 그런 것들이 교차 했지만, 마치 그딴 것들이라고 눌러버리고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의연하면서도 모든 감정이 뒤섞인 말이었다. 

 “아, 깼니?” 

 부모님 두 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금장 퇴원 할 거야. 의사 선생님이 쉬래서 며칠만 잠깐 입원 하는 거야.” 

 진우 아빠가 다정한 말투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잘 먹어야겠더라. 일시적인 저혈당 쇼크라고 하네.”  

 진우 엄마가 걱정스러우면서도 애틋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의 부모님은 자신들이 제대로 먹이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진우는 프로 운동선수라도 되려는 것처럼 많이 먹고 있기에 절대 부모님의 탓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 말에 납득했다. 

 “아 어쩐지 요즘 살이 안 찐다 했…….”  

 

 진우는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밝게 말하며 침대에 손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 침대도 진우가 손을 짚은 자리가 꺼져버리고 침대를 받치고 있던 그 튼튼한 철제 프레임도 휘어버렸다. 

 “헐?” 

 진우가 황당해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다시 아까와 같이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 또?” 



 진우는 어느새 온몸을 붕대 같은 것으로 꽁꽁 묶인 채 혼자 격리된 병실에서 앉아있었다. 하루 종일 온갖 검사를 받고 나니 시간이 꽤 늦었는지 밖이 컴컴했고, 진우도 자야 될 수도 있어서 병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병실은 복도 쪽으로 유리가 있어서 바깥에서 의사들과 부모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진우는 조용히 어두운 병실에 앉아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에 암 투병을 했었군요.” 
 “혹시 모르니 예전 의료진 쪽에도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보호자분,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의사 두 사람이 차트 같은 것을 보며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진우 어머니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그들의 모습을, 모퉁이에서 숨어서 한 의사가 듣고 있었다. 그는 대화를 엿듣다가 더 이상 들을 게 없는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전에 혹시 그런 사람 생기면 알려달라고 했던 거 말이야……” 

 그는 통화를 하며 병원 중간의 간호사들이 있는 데스크 같은 곳을 지나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한 간호사도 남들 눈에 안 띄게 조용히 벽 뒤에 서서 어딘가로 문자 같은 것을 보내고 있었다.

 

 

 

* * * * * * * * * * *

 

삐삐삐삐삐-

 잘나가 엔터테인먼트 사장실에 평소와 다른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잘나가 엔터테인먼트 사장의 책상 위에는 전화기가 두 개 놓여있었는데, 평소 쓰는 전화기가 아닌 다른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사장은 그 전화벨소리를 듣자마자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사장은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통화를 하더니,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누군가에게 다시 전화를 걸면서 다급하게 비서를 불렀다.

 “사장님 부르셨어요?”
 “어어, 김 비서. 송가이즈 애들 오늘 스케줄 조정해서 00병원에 자선 공연 잡을 수 있게 전체 팀한테 알려줘. 아, 병원 측에도 빨리 연락 넣고. 애들한테는 스케줄 알리는 건 내가 직접 전달할게.”
 “네!? 지금요?”

 비서는 너무나 갑작스런 지시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룹이 갑자기 스케줄을 조정해서, 게다가 병원 자선 공연이라니. 어디서부터 일을 풀어 나가야될지 막막했지만, 사장은 막무가내였다.

 “막히면 바로 얘기해. 내가 어떻게든 도울테니까.”
 
 사장이 저리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비서가 어떻게 더 토달겠는가.
 비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딘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는 사장에게, 일단 알겠다는 사인을 드리고 나왔다.



* * * * * * * * * * *

 “꺄악~!”

  병원 로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송가이즈 멤버들이 병원에 임시로 설치된 단상에 올라갔다. 병원 사람들과 많은 환자들이 로비로 나왔다. 

 “여기 간호사님의 요청으로 깜짝 자선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아까 벽 뒤에 서서 어딘가로 문자를 보내고, 잘나가 엔터테인먼트에 연락을 한 그 간호사였다. 

 1층 로비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모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 사람이 진우가 있는 병실이 있는 층으로 갔다.

 진우가 있는 층에 그 사람이 올라갔다. 의사 두 명이 진우가 있는 병실 앞에서 과거 진우의 치료를 위해 썼던 실험약물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당시 의사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온 인기척에 뒤돌아봤다.

 “안녕하세요.”
 “누구……?”
 “저는 6년 전에 조진우 환자 항암 치료 때 참여했던 의사 김두원이라고 합니다.”



끼이익-

병실 문이 열렸다.

 “진우야 안녕? 잘 지냈니?”
 “누구세요?”
 “난 김두원 박사란다. 예전에 마지막 항암치료 할 때…….”

 김두원이라는 이름을 듣자 진우는 눈이 동그래져서 그를 쳐다봤다. 과거 젊었던 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아! 그때 그 의사 선생님! 기억나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진우야. 다들 오랜만에 보니 많이 컸구나. 어이쿠, 꽁꽁 묶어놨구나.”
 “아 이거 묶은…어?”

 진우는 다들 이라는 말에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질문을 하면서도 진우는 이 자리에 김두원이 와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저…다시 재발했나요?”

 그 말은 하는 진우의 머릿속은 이미 16년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다시 끌려가고 있었다.


* * * * * * * * * * *

 7년 전-

 아직 어린 나이이던 10살 진우에게도 대장암이라는 단어 자체는 자세히 확실히는 몰라도 ‘암’이라는 한 글자는 충분히 심각하고, 경악할만한 단어였다. 

 “어떻게 그동안 몰랐어!? 계속 아팠잖아!”
 “그걸 왜 내 탓으로 돌리는 거야? 평소에 원래 야채도 안 먹고 변비도 자주 걸리고 병원 가도 항상 장염이 자주 걸리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여보는? 그냥 애가 먹고 싶다하면 아무거나 사주고 그랬잖아!”

 병명을 처음 알게 된 날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 진우의 병을 여태껏 몰랐다는 이유로 엄마 아빠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자는 척 하고 있던 진우는 자꾸만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항암치료가 몇 번 반복되고 주사를 맞고 링거를 맞으며 몸에 멍과 흉터가 생기기 시작하지 진우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몇 번이고 울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진우는 어느 날, 병실 밖에서 몰래 울고 있던 부모님을 보게 됐다. 

 진우는 그 날부터 울지 않게 됐다. 아파서 눈물은 흘리고 있어도 표정은 변하지 않고 그냥 참고 있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차도만 있을 뿐 나빠지기를 반복했고, 어린 나이 탓에 암세포는 너무나 빨리 활동 했고,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나빠지게 되었다. 병을 알게 된지 1년 쯤 지났을 때, 결국 더 이상의 공인된 항암치료가 소용이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진우는 진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

 진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그냥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

 며칠 뒤, 김두원이 진우에게 인사를 했다. 실험약이지만, 성인에게는 항암 치료에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던 약물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진우 같은 소아나 청소년에게는 확률이 낮지만 어쩌구 저쩌구…사실 진우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해도 가지 않았다. 많이 아플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진우는 그냥 흘려들었다.

 “…괜찮겠니?”

 김두원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묘하게 자신의 눈물 피하며 물었다.
 그날, 진우는 자신이 아닌 남겨질 부모님을 위해서 마지막 항암 치료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날은 진우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병원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잘 참던 아이가 그렇게나 심각하게 비명을 지르고 실신하고 깨어나면 다시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치고…….

 진우 부모님은 의료진들만 있는 그 방 바깥에서 진우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 때문에 치료 기간 중에 그 어떤 고통을 경감시키는 보조 약물도 쓸 수가 없다는 그 약물은 그 날 이후로도 한동안 진우가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해야 될 정도의 고통을 안겼다.

 하지만 그 약물은 그런 정신적인 문제를 모두 만회하게 했다.

 “확실히 모두 사라졌습니다.”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1년 넘게 진우를 고생하게 했던 온몸에 전이된 암세포들은,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한 두어 달 만에 모두 사라졌다. 진우의 두피에 머리카락이 까슬까슬하게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학기부터 다니면 된단다. 1년 반 만이지?”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야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 
 
 퇴원 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생일이 되었다. 그때도 짝이었고, 지금도 어쩌다보니  짝인 민수가 생일을 챙겨줬다.  

 진우의 웃음은 이제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 * * * * * * * * * *

“저…다시 재발했나요?”

 진우의 불안을 알고 있는 듯 김두원은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 재발하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 건강 해진 게 문제지. 지금 네가 실신하고 조금만 힘을 써도 폭주해서 물건을 부수는 건, 네가 너무 튼튼해지다 보니 에너지를 너무 많이 끌어 써서 저혈당 증상이 온 거란다.”
 “너무 튼튼해졌다고요?”
 “6년 전에 네가 치료 할 때 쓴 약에 대해서 해줄 이야기가 있단다.”
 “어떤…?”



* * * * * * * * * * *

끼이익-

늦은 시각, 진우가 있는 병실 문이 열렸다.

 “안녕?”
 “누구세요?”
 “아, 나는 피부과 선생님이야.”
 “피부과요?”

 진우는 뜬금없는 분야의 의사가 들어와서 의아하게 물었다.

 “아무래도 계속 이런 천에 묶여 있으면 안 좋으니까.”

 진우의 상반신은 특수한 재질의 붕대 같은 것으로 칭칭 감겨 있었다.

 “아 이건 물건을 계속 부숴서…”
 “그건 네가 힘이 좋아서 그렇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묶어두면 쓰나?”

 의사가 메스 같은 것을 꺼내서 허리 아래쪽에 감겨진 부분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찌익-

 ‘어? 이거 특수한 재질 천으로 여러 사람이 그렇게나 힘들게 묶었는데? 이렇게 쉽게 찢어버린다고?’

진우는 쉽게 베어버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넌 지금 아주 건강하단다.”
 “네?”

 의사가 이제 팔꿈치 아래쪽 허리부분을 베어내면서 말했다.

 “네가 정신을 잃은 건 갑자기 강한 힘을 써서 혈당이 내려가서란다.”
 “…….”
 “억울하지 않니? 이렇게 묶여있는 게 말이야.”

 의사가 서걱거리며 베다가 팔 쪽 부분이 풀릴 때쯤에 칼질을 멈췄다.

 “세상에는 남이 뛰어나면 이렇게 묶으려들기 마련이란다. 좀 더 잘하면, 좀 더 세면, 좀 더 잘나면 누르려 들지. 그런 사람은 그에 걸맞게 알아서 하게 놔두면 될 텐데 말이야.”

 의사가 진우의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같이 더 나아진 사람들이 부당하게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니?”

 의사가 메스를 든 손으로 진우의 한쪽 어깨를 언뜻 보기엔 다독이는 것처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진우가 어깨에 올려 진 손을 봤다. 메스가 목옆에 와있었다.

 “부당하게 뺏으려 드는 사람들에게,” 

 진우가 어깨에 올려 진 손을 봤다. 

 “그렇게 기어오르는 사람들에게,” 

 메스가 목옆에 와있었다.

 “그건 아니라고 각인 시켜야 되지 않겠니?”

 의사가 진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진우가 그 의사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제가 항암치료 때문에 더 세졌다고 해서 남들한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렇게 생각한다니 안타깝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렴.”

 의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메스는 이제 팔꿈치에서 어깨 쪽으로 움직이면서 진우의 몸을 묶은 천을 베어내며 올라오고 잇었다.

 “결국 널 이렇게 묶어놨잖니? 난 널 자유롭게 해주려는 거란다.”

 진우가 조만간 목 쪽으로 올라올 메스를 흘끗 봤다가 다시 의사를 바라봤다.

 “제가 묶여있다고요?” 

트득

 “!”

 의사의 메스 진행 방향 위쪽의 천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제가 묶어달라고 한 건데요.” 

 진우가 힘을 주자마자 붕대처럼 묶여있던 하얀 천이 한 순간에 마치 날개가 펼쳐지듯 찢겨져 터져버렸다. 의사가 뒷걸음질 치면서 그의 흰 가운이 진우가 앉아있는 침실 뒤쪽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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