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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기형 - 장악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2부. 기형 - 장악

SooyangLim 2022. 8. 4. 19:02



 난 본부의 문을 발로 찼다. 전과 달리 문이 박살나며 바로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나?"

 난 문 앞을 가득 메운 간부의 부하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싸우기엔 좀 좁겠어."

 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난 능력으로 본부 건물의 중앙문을 비롯한 모든 문을 부쉈다. 모든 문, 여섯 개의 뒤에는 간부의 수하들이 가득히 서 있었다.
 
 그 때, 내 앞의 중앙문 뒤쪽에 서있던 수하들이 양쪽으로 쫙 갈라졌다. 갈라진 길 중간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랜만이다, 꼬맹아?"

 오체전과 오체금이었다. 난 그들에게 말했다.

 "그 위세 떠는 모습도 오늘이 끝이다."
 "네~네~ 그랬어요. 우리 꼬맹이."
 "…네가 죽였지?"
 "어이쿠, 무서워라. 복수하러 왔구나~?"

 오체전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 때, 뒤쪽에서 다른 간부가 걸어왔다.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

 그는 호심래처럼 가면을 썼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오체금이 방금 말을 한 인물에게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이봐, 오심전. 너는 아직은……."
 "말해줘야지. 궁금하다는데."
 
 가면을 쓴 간부가 내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맘에 안 들었냐?"
 "살인이 맘에 드는 새끼는 살 가치가 없는 놈이지."

 내 말에 가면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흐흐! 호심래가 맘에 들어한 이유가 있구만!"

 그리고 웃음소리가 뚝 멈췄다.

 "그래. 니 원대로 나와 오체금이 죽였다. 괜찮지 않았나? 그 정도면 깔끔하게 마무리 해준 편이지."

 그 말에 나의 이성의 끈이 그대로 끊어졌다.

 "자백 잘 들었다,"



 능력이 맞부딪히면서 벽과 벽이 부딪힌 것처럼 굉음이 나고, 공기가 압력이 터진 것처럼 주변으로 바람이 세차게 퍼져나갔다.

 "새끼야."



 그렇게 말하며 난 주먹을 놈의 면상에 꽂았다.

드득

 하지만, 내 주먹은 놈의 코 앞에서 멈췄다.

 "…패기 좋게 들어오더니. 이 정도인가?"

 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난 놈에게 말했다.

 "야. 니 부하들 때문에 멈춘 거야. 니 부하들은 무슨 잘못이야?"
 "뭐?"

 내 말에 오심전의 목소리가 싹 변했다.

 "잘못은 무슨. 내가 다 보호하는 건데. 이 녀석들은 내가 네 놈 앞에 물러서면 어차피 다 무너져. 그러니 내가 보호해야지. 안 그래?"

 오심전이 부하들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말했다.

 "……."
 "……."

 부하들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도 죽이고 싶었어?"
 "……."
 "……."
 "대답하는게 좋을걸. 당신들까지 끝내버릴지 말지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니까."

 내 말에 옆에 있던 오체금이 말했다.

 "거만하구만, 거만해. 네가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어?"
 "그만."

 오심전이 손을 들어 오체금을 말렸다.

 "녀석들은 우리 말을 들을 뿐이다. 충성스러운 녀석들이니까."
 "…내 생각이 맞았어. 뿌리부터 썩었다는 거. 그리고 말이야? 잘못된 충성에는 대가를 치러야지."

 난 읊조리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판단은 끝났어. 그럼 이제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자고. 어때?"
 


 "윽!"

 현사월이 세차게 날아오는 바람에 놀라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투툭

 피와 잔해가 사방에 튀었다. 오심전의 머리가 완전 산산조각이 나서 날아갔다. 내 손에는 피가 가득 묻었다. 그 모습은 간부놈들의 능력의 장막이 벗겨진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건 개전의 신호탄이었다.

 "…자, 잠깐…"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현사월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현사월은 말을 끝까지 맺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이들의 고함 소리와 달려드는 소리가 지하를 뒤흔들었다. 본부의 문 주위는 순식간에 난투전이 벌어지는 장소로 바뀌었다.

 "이 새끼가…!"

 오체금이 내게 달려든 순간,



촤악 

 오체금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이 자식!!!!" 

 오체전이 거대해진 몸으로 내게 달려들었으나,



 그의 거대한 몸뚱이는 분수대에 그대로 처박혔다. 그리고 분수대의 물을 붉게 물들여버렸다. 피를 본 군중은 광기에 휩싸였다. 내가 이끌고 온 무리는 간부의 수하들과 엉겨 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선두에 서서 일렬로 길게 늘어선 간부들과 하나씩 맞붙기 시작했다. 난 내 능력으로 나를 따르는 이들이 간부들의 능력에 희생 당하지 않게 보호했다. 동시에 간부들이 만든 능력의 장막을 뚫어내는 일도 했다. 하지만 워낙 수도 많고 강력해서인지 영 쉽지가 않았다. 하나하나 살피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싸우다보니 일단 이곳에 배치된 간부들의 자리의 의미는 알 것 같았다.

 '능력의 서열이구만.'

 앞쪽으로 갈수록 간부들이 만든 능력의 장막은 강력했다. 



 "윽!"

 난 가까스로 총알을 피했다. 짜증나게도, 지금은 물리적인 공격도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간부의 생명줄을 꺼뜨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본부를 점령해가던 와중에 나는 의문이 생겼다.

 '수장은 어딨는 거지?'

 맨 앞 쪽 수장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수장이 앉아있던 의자 뒤편의 주발 뒤편을 흘낏 보는데,

 "한 눈 팔면 안 되지."
 
 라는 말이 들린 뒤에 갑자기 귀가 멍해졌다.

 "조심해! 평성래님이…"

 저 멀리서 들리는 듯 현사월의 외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득해지며 귀가 먹어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내 주위로 여러 명의 간부가 한 번에 포위했다.

 "헉."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으며, 생각조차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잠깐 그러는가 싶더니, 어느새인가 나는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여긴…?"

 이곳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우리 집…?"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 보였다. 

 '나를 옮긴 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어봤다. 냉기가 느껴지고, 냉동식품이 보였다.

 '하지만 어딘가로 이동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긴 어쩐 일이야?" 

 뒤돌아 본 순간, 난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나 그리웠지만, 동시에 여기 있을 수 없는 인물.

 "아저씨…?" 

 길선웅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난 멍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숨이 헉 하고 막혔다.

 "어떻게 여기에…?"

 라고 말하는데, 코 끝에 익숙한 냄새가 났다.

 "김치찌개 먹을 거지?"

 그 말에 부엌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사엽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난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말이 안 되는 상황에 그 둘을 바쁘게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이건…?'

 난 혼란스러워졌다. 혼란과 동시에 다른 생각도 같이 들었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라는 생각과 동시에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환각."

 나는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깨부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대충 환각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 찢던지 부숴야겠다고 생각을 해보는데,



 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득한 정신 뒤로 명치를 맞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숨이 턱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용케도 알았네."

 라는 말이 들림과 동시에, 내가 느끼고 보고 듣고 맡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어느새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간부들이, 전부 유리나 조각상이 깨진 것처럼 날카롭게 절단돼서 찢겨 있었다. 그리고 바닥은 피바다가 되어있었다. 

 "…쿨럭."

 난 피바다 위에 내 피를 토해 더하며,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내가 환각에 빠져있는 사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그저 내 몸이 개판이 되어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안 그래도 피범벅이 된 내 몸을, 쓰러지면서 아예 피 웅덩이에다가 그대로 푹 적셔버렸다.

 "젠…장……."

 난 이제 살아있는 간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아까 환각처럼 나도 지금 멀쩡하다고 세뇌시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안 될 게 뭐 있을까."

 라는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양쪽에서 나를 일으켰다. 나는 카페 사장이나, 주현, 혹은 지환이겠거니 생각하며 옆을 봤다.

 하지만 내 양 옆에 있는 것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가면과, 본 적은 없지만 옆에 있는 가면과 비슷해서 익숙함이 느껴지는 가면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익숙한 가면을 쓴 놈의 이름을 말했다.

 "…호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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