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림

대통엔터테인먼트 2 본문

소설(Novel)/캣츠비안나이트

대통엔터테인먼트 2

SooyangLim 2020. 6. 30. 13:54

유가영:차미야, 나 오늘 집에 들렀다가 기타 가지러 갈게.

 수양여고 2학년 유가영와 김참이는 옆 아파트에 살아서 항상 같이 집에 가는 친구 사이다. 
 유가영은 가수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유가영의 부모님은 가영의 꿈에 대해 반대가 심하다. 
 그래서 유가영은 부모님 몰래 김참이의 집에 기타를 맡겨놓고 있다. 김참이가 학원에 가는 날에 맞춰서 같이 공부하러 간다고 뻥 치고, 김참이의 학원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김참이가 학원에서 마치고 나올 때 같이 집에 온다.
 김참이는 자신이 보기에 객관적으로 유가영이 노래를 잘 한다고 느끼고 있고, 유가영의 꿈을 응원하기에 이런 식으로 기꺼이 그녀를 돕고 있다.

 김참이의 부모님이나 유가영의 부모님은 늦게까지 일하느라 바쁘시기 때문에 사실 그들이 학원에 가 있을 시간에 뭐 하는지 일일이 알 수가 없다. 다만, 김참이는 공부하는 만큼 적당히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고, 유가영은 간신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와서 간신히 바닥을 면할 정도의 성적을 유지 하고 있기에 유가영의 부모님은 그냥 과거의 본인들처럼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러려니 하고 있다.

  띠리릭-

 김참이가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남동생 김현이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김참이:아, 깜짝이야! 너 왜 지금 집이야? 학원 안 갔냐?
김현이:오늘 안 하고 토요일에 특강 할 거래. 누나는 벌써 와?
김참이:친구랑 저녁 같이 사 먹고 학원 갈려고.
김현이:주아 누나?
김참이:응.

 가영과 자주 집에 와서 마주치기에 익숙한지 김현이는 바로 알아차렸다.
 김참이는 방에 들어가서 구석에 놓여 있는 유가영의 기타를 챙기는 찰나에 현관문에서 띵동 하는 소리가 났다. 김현이가 인터폰에 유가영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문을 열어주러 갔다.

띠리릭-

유가영:차미야~! 어? 현이네?
김현이:안녕하세요.
유가영:너 학원에 있을 시간 아냐?
김현이:주말에 가요.

 그들은 자주 봐서인지 익숙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참이가 기타를 들고 나와 유가영에게 건넸다.

김참이:여기, 기타.
유가영:땡큐~땡큐~
김참이:야, 나 간다. 
김현이:누나, 올 때 햄버거 사오면 안 돼?
김참이:방금 컵라면 먹었잖아!
유가영:햄버거? 어디 꺼?
김현이:버거왕꺼. 새로 나온거.
유가영:오키.

 유가영의 기타를 김참이가 맡아주고 있는 이유를 김현이도 알고 있었기에, 입 다물어주는 조건으로 이따금씩 이렇게 마주치는 날이면 맛있는 공물을 유가영이 사주고 있었다. 물론 과해지면 김참이가 부모님에게 엄청나게 혼날 수 있는 김현이의 몇 가지 사실들을 폭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만 요구 하고 있었다.

김참이:야, 가격대가 비싸다?
김현이:컵라면 갖고는 모자란다고!
김참이:만두 있잖아, 만두! 냉동실에 있잖아! 그거 구워 먹어.
김현이:아 그거 질려. 지난 주 내내 먹었어.

 남매가 투닥거리는 동안 주아가 적당히 무마했다.

유가영:괜찮아,괜찮아. 나도 그거 먹고 싶었어. 오는 길에 우리 것도 같이 사오자.
김현이:주아 누나는 괜찮다잖아.

 김현이가 김참이의 눈치를 보며 편들어주는 유가영 덕에 괜히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김참이:…주아 유투브 조회수나 올려놔.
김현이:오키!

 즐겁게 대답하는 김현이를 뒤로 하고 그들은 드디어 집 밖으로 나섰다.
 
 가영은 자신이 버스킹을 한 것을 이따금씩 유투브에 올리고 있다. 
 그들의 부모님들은 잘 모르지만, 이따금씩 가영의 유투브 채널은 알고리즘에 의해서 나쁘지 않은 조회수를 기록 하는 영상들이 몇 개 있었다.


 
* * * * * * * * * * *

 유가영이 버스킹으로 팝송 커버곡을 부르고 있다.

 가영이 노래를 부르는 공원 안에는 푸드 트럭이 영업을 할 수 있는 구역이 있다. 그 곳에서 보통 가장 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고 있는 푸드트럭은 박동현의 대왕 꼬치 트럭이다. 박동현의 푸드 트럭에서 유가영의 버스킹 장소는 가까운 편이었기에 박동현은 유가영의 노래 소리가 언제나 잘 들렸다.

 유가영은 버스킹 할 때 거의 대부분 팝송 커버나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커버해서 부른다. 물론 자신의 자작곡들이 있지만, 유투브에 올리거나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은 것은 커버송이기 때문에 원곡에 가깝게 부르거나 적당히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한 커버송을 부른다.

박동현:흠흠흠~

 이동현은 유가영의 팝송 커버곡을 들으며 조용히 원곡 커버곡을 흥얼거렸다. 박동현은 유가영의 버스킹이 끝나면 가끔씩 팔고 남은 꼬치를 주기도 한다. 김참이가 학원 끝나고 공원에 오면, 박동현은 김참이 한테도 먹으라고 나눠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안면을 이미 튼 사이이다.

 박동현은 유가영의 커버곡을 들을 때 마다 원곡이 생각나다보니, 유가영이 노래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딱히 잘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끔씩은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쟤도 참 인생 안타깝다’라고 생각했다. 더 깊은 내면에는 ‘차라리 공부나 하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오늘은 11월인데 불구하고 날이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공원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유가영은 너무 춥기도 해서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게다가 사람도 없어서 버스킹 하는 맛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마지막 한 사람마저 노래를 듣다가 가버리자 유가영은 그만 풀이 죽어버렸다. 

 마지막 사람마저 가고 나자 공원이 텅 비어버렸다. 
 그 큰 공원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이동현의 푸드 트럭과 유가영 뿐이었다. 공원에 자주 보이는 비둘기들도 오늘은 너무 추운 탓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눈까지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온이 확 떨어진 이유는 아무래도 눈이 오려고 그랫던 모양이다.

 유가영은 결국 일찍 버스킹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해서 휴대폰의 동영상 녹화를 멈췄다. 그래도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남은 탓에, 아쉽기도 하고 사람도 없으니 자작곡이나 그냥 한 번 부르고 기타를 집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동현은 오늘 사람도 너무 없다보니 장사도 안 되고 춥기는 너무 춥고 해서 장사를 일찍 접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원에서 외로이 울리는 유가영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유가영의 버스킹이 끝나고 나면 꼬지나 좀 주고 자신도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박동현의 귀에 유가영이 자작곡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밤, 찬 공기를 뚫고 공원에 유가영의 노랫소리가 마치 물결치듯, 천천히 헤엄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박동현은 가만히 앉아서 그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11월답지 않은 차가운 밤공기, 아무도 없는 공원, 푸르른 듯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푸드 트럭의 빛을 반사해서 흩날리는 눈발, 공원 근처 시가지의 도시 야경 불빛. 모든 것이 꿈 속 인 듯, 영화인 듯, 동화 속인 듯,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노래를 듣는 동안 박동현은 눈도 거의 깜박이지 않고 멍하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도 끝난 것을 채 알지 못한 채 현실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약간 걸렸다. 

  이윽고 자신의 바람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것을 인식하고, 유가영이 기타를 기타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쯤에야 정신을 차렸다. 박동현은 처음으로 유가영이 노래를 엄청나게 잘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박동현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 해야겠다 하는 진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박동현은 트럭 안에서 나와 뒷정리를 하는 유가영을 불렀다.

박동현:집에 가기 전에 좀 먹고 갈래? 많이 남아서 말이야.
유가영:앗! 감사합니다~

 유가영은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정리하고 나서 기분 좋게 박동현의 푸드 트럭으로 뛰어갔다.

유가영:오늘 정말 너무 춥지 않나요? 사장님 오늘 꼬치 이거 다 어떡해요…….
박동현:장사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자, 여기 난로 좀 쬐고, 춥겠다.

 박동현은 트럭 안의 작은 난로를 유가영쪽으로 돌려주었다.
 유가영는 꼬치를 먹으며 감사하다는 고갯짓을 했다.

 꼬치를 우물거리고 먹고 있는 유가영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동현은 갑자기 말했다.

박동현:너 가수 안 할래?
유가영:네?

반응형

'소설(Novel) > 캣츠비안나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iet? Quite! 시즌1. 1화  (0) 2020.07.02
The daydream in prime of life 1  (0) 2020.06.30
The daydream in prime of life prologue  (0) 2020.06.30
대통엔터테인먼트 1  (0) 2020.06.30
길가온 신화편  (0) 2020.06.30
Comments